마크 브래킷의 책, <감정의 발견>을 읽고.
그들과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약속을 잡은 날부터 불편해지 시작했다.
그 불편함의 정체, 그러니까 그것의 정확한 이름이 알고 싶었다.
그러나 감정은 자신을 속이는데 천재다. 쉬이 알 수 없는 건 당연했다.
때마침 지인으로부터 이 책을 소개받았다.
구입과 독서가 물 흐르듯 진행되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깨달았다.
애초에 알고 싶었던 것은 감정들의 정확한 이름이었으나,
돌아온 답은 감정의 심판자가 되지 말고, 감정의 과학자가 되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가정과 직장, 나아가 교육가나 조직의 간부로서
성공하는 지름길이라는 주장이었다.
예일대 감성 지능 센터장이 지은 책답게
책은 시종일관 감정과 감성 능력 개발의 중요성을 세일즈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 봐요, 작가 양반!
감정이 중요한 건 반세기를 살아오면서 이미 터득한 바요.
감성 능력? 그것도 성경을 묵상하면서 자연스럽게 개발시켜왔고.
그러니까 당신이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 많은 감정들의 이름 뜻이 정확이 뭔데?”
저자는 감정들의 이름 뜻을 정확히 가르쳐주데 인색했다.
그에 대한 실망감은 책을 가벼운 태도로 부담 없이 읽어 치우게 만들었다.
진지한 태도는 오히려 독서가 끝난 후에 시작되었다.
저자가 부록으로 제공해준 무드 미터를 놓고,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이름의 뜻을 나름대로 적어보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몇 가지 측면에서 꽤 도움을 주었다.
첫째로, 건전한 루틴은 신체와 정신 이외에 감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매일 행하는 루틴, 이를 테면 아침마다 개인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맨손 체조와 스트레칭, 오일 풀링, 성경 묵상, 밀대로 청조하기 등이
나로 부정적 감정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보호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바람직하지 못한 습관은 감정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어지는 연쇄 반응에 따라 신체적 정신적 건강은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기분이나 건강이 좋아지리라는 희망이 꺾여 절망이 깊어진다. … 부정적 감정은 고혈압, 심장 박동 수 증가, 말초 혈관 수축, 고지혈증, 면역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본서 중에서
둘째로, 감성 능력을 개발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받았다.
첫 번째 단계, 현재의 감정을 인식하기.
두 번째 단계, 감정과 그 감정을 유발한 원인을 이해하기.
세 번째 단계, 감정에 적절한 이름 붙이기. ‘행복’이나 ‘슬픔’처럼 단순하게 부르지 말고 감정을 깊이 파고들어 복잡 미묘한 뉘앙스를 규명해야 한다.
네 번째 단계, 감정 표현하기. 처음에는 자신에게, 나중에는 적절한 시기에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자.
마지막 단계, 감정 조절하기. 앞서 말했듯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하지 말고 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명하게 이용하자.
-본서 중에서
나는 이미 감성을 개발시켜오고 있었다.
묵상하는 삶을 추구해 왔던 까닭이다.
구체적으로 순번을 따라 실천하진 않았어도,
감정의 동요가 있을 때마다 그것을 인식하고, 원인을 분석하고,
이름을 붙여 잠잠케 한 뒤, 그것을 나눔으로써 표현하고 조절해왔던 나다.
책을 통해 한 가지 제안을 받은 것은 긍정적인 감정조차도
세밀하게 구분하여 그것의 정체(이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부정적 감정에는 예민했어도,
긍정적 감정에는 무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긍정적 감정들에도 세심하게 이름을 붙여줄 정도로 관심을 가져보리라.
셋째로, 글을 쓰는 작가는 감정의 과학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감정을 이해하려면 스토리텔링 능력, 조망 수용 능력(perspective-taking skill), 현재 상황을 이끈 감정과 사건을 종합해 재구성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을 발휘하려면 일단 감정 심판자가 아닌 감정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 질문하지 않는다면 아직 기술을 익히지 못해다는 뜻이며, 대답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기술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감정 과학자는 모든 감정이 정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이를 인정하려는 진실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감정의 ‘원인’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자신은 물이고 아이와 동료를 제대로 도울 수 없다. -본서 중에서
감정의 과학자가 작가라면, 문학을 읽어야할 또 다른 이유를 제공받게 된다.
작품 속 캐릭터들을 만날 때, 우리는 감정을 더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캐릭터가 왜 그런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지,
그 감정이 어떤 사건을 일으키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의 결과가 무엇인지를 문학 속에서 체험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과 타인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넷째로, 메타 모멘트의 유용함과 그것의 연습 방법을 소개받았다.
메타 모멘트란 간단히 말하면 일시 정지이다. 메타 모멘트에는 급브레이크를 밟고 그 시간에서 벗어나는 것까지도 포함된다. ‘메타’라는 단어를 붙인 까닭은 이 방법이 순간에 대한 순간을 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관리하려 애쓰는 감정의 심각성에 따라 “하나, 둘, 셋”을 되뇌거나 열까지 세는 방식으로 메타 모멘트를 사용한다. 한 번 또는 그 이상 심호흡을 하는 것도 메타 모멘트의 일환이다. 감정을 전환하고 잠시 멈출 여유를 갖는 행위라면 모두 해당된다.
1. ‘변화를 감지하라’ 당신은 동요했거나 허를 찔렸거나 나중에 후회할 말이나 행동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다. 그럴 때는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혹은 양쪽에 모두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2. ‘그만두거나 멈추라!’ 반응하기 전에 약간의 여지를 두라. 뒤로 물러나 호흡하라. 호흡을 반복하자.
3. ‘최고의 자아를 떠올리라.’ 최고의 자아를 상상해 보라. 이를 생생히 구체적으로 그려 낼 형용사나 이미지를 생각하라. 평판을 생각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였으면 하는지, 어떤 평가를 듣고 싶은지,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지 상상하라. 당신이 존경하는 사람이 보고 있다면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4. ‘전략을 세우고 행동하라.’ 지금까지 배운 기술(예를 들면 긍정적인 자기 대화나 재구조화)을 활용해 ‘자극받은’ 자아와 새로 등장하는 최고의 자아 사이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길을 선택하라.(이 부분은 항상 마지막 단계이다.) -본서 중에서
한 때 유행했던 “What would Jesus do?”는
비단 선택의 상황에만 국한되는 질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메타 모멘트의 최고의 자아란 예수님이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의 격동 속에서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반응하셨을까?’라고
잠시 기도하면서 생각하는 것은 분명 후회하지 않을 반응을 선택하게 만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도한 업무 몰입과 번아웃 증후군은 언제나 함께 온다는 사실이다.
최근 연구에서 번아웃과 업무 몰입은 별개가 아니라 함께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 센터의 전직 연구원이자 현재 라이프치히 대학교 조교수인 줄리아 묄러(Julia Moeller)는 뛰어난 직장인들의 번아웃 비율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진행했다. 그 직원들이 번아웃된 직접적인 원인은 강도 높은 업무 몰입이었다. 그들은 일에 지나치게 전념했고 너무나 뛰어났기에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을 지게 되었다. 업부를 거절하지 못하고 계속 받아들이면서 일거리에 완전히 짓눌렸다. -본서 중에서
책임감은 물론 좋은 것이다.
맡은 바 일을 중요하게 여김으로써 그것을 완수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게 커져서 일에 대한
기쁨과 보람을 질식사 시킬 정도가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기쁨과 보람을 잃어버린 일은 책임자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과도한 책임감으로 자신을 활활 불태워 소진시킨 사람은 재처럼 무능력하게 흩어질 뿐이다.
스마트하고 능력 있는 자들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업무와 책임감이
그들을 무능력하게 탈진시켜 버린다는 아이러니로 쓴 웃음을 짓게 된다.
과거에 경험했던 나의 번 아웃이 나의 능력 때문이라니,
능력은 있으되 지혜가 없었던 젊은 시절의 나는 얼마나 미련했던가!
이제, 능력이 별 볼일 없는 나다.
그러니 번 아웃도 볼 일 없으려나?!
문제를 해결하려고 읽었다가, 숙제만 잔뜩 받고 말았다.
그러나 감정에 예민해지고 싶은 나다.
그러니 생겨먹은 대로 성실하게 숙제를 하고 말테다.ㅎ~
#Oct. 23. 2021.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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