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 4

로드 짐

조지프 콘래드의 소설, 을 읽고. 그런 두려움 때문에 내가 짐을 과소평가했을 수도 있어. 내가 어떻게 알겠어? 심지어 스타인마저 짐이 낭만적이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는 걸. 나는 그저 짐이 우리 중 한 명이란 사실만 알 뿐이었어. 그리고 짐이 낭만적이어서 뭘? 그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별로 없기 때문에 내가 너희에게 나 자신의 본능적 느낌과 혼란스러운 생각만 이렇게 잔뜩 늘어놓는 거야. 나에게 짐은 그냥 존재했고, 너희에겐 결국 나를 통해서만 짐이 존재하지. -본서 중에서 주인공 짐을 계시하는 말로 씨에 의하면 주인공의 특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짐이 우리 중 한 명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낭만적이라는 것이다. 우리 중의 한 명인 낭만적인 사람, 그가 바로 로드 짐이다. 이 때, 우리란 스스..

포도원 농부의 당부

포도원 농부의 당부 귀하가 리모델링한 포도원,산울타리를 다시 두르고 즙 짜는 틀과 망대를 새로 만든저는 귀하가 새로 지은 포도원의 농부입니다. 오래 전 그 포도원은배은망덕이 장기인 자들의 손아귀에 있었다지요.포도원 소출 중 얼마를 받으려고귀하가 보낸 종들을 잡아심히 때려 상처 입히고 능욕하는 것도 모자라급기야 귀하가 보낸 상속자까지잡아 죽인 뒤 포도원을 가로채려 했다는.지금이야 한바탕 쫓겨난 그들이고,유린당한 포도원에는 새로운 단장과 함께 신입 소작농이 배치되어이제나 저제나 포도원 소출 중 얼마라도 맛보기를 기다리는 귀하가 있지요. 하지만 이를 어째요?새 포도원이 맺은 것은기대할만 한 극상품 포도가 아니라고작 들 포도뿐이니.이게 다 귀하의 포도원을 강탈하려는 옛 농부들이 죽지 않고 꾸역꾸역 살아서..

대면 비대면 외면

김찬호의 책, 을 읽고.  어쩌다 보니 은둔 중이다. 이에 대해 '자발적 칩거'라고 명명하고 싶지만, 역시나 '자연적 칩거'가 맞다. 개인적 기질과 성향, 그리고 삶의 여건이 빗어낸 지속적인 삶의 태도가 몰고 온 결과인 것이다. 비대면이 일상이 된 자에게 대면은 노스탤지어요, 외면은 손쉬운 다음 수순이다. 아마도 그 때문이었을 테다. 문득 을 손에 쥐게 된 것은. 이 책은 전 세계를 강제로 비대면 국면으로 몰아붙였던 코로나 이후의 사회적 변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면’으로부터 시작하여 ‘비대면’을 지나 ‘외면’에 도착한 작가는 이야기의 방향을 사람의 마음으로 돌린 후, 마음의 회복을 위한 대면의 길을 모색하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유익했던 점은 최신 사회학적 용어들을 배울..

회막의 수다쟁이

회막의 수다쟁이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리더들이 꼬박 십이 일에 걸쳐 차례대로 봉헌 예물을 드렸다. 그 후, 하나님은 그들의 봉헌 예물을 품목별로 모아 더하셨다. 은 쟁반과 은 대접에서부터 번제물과 화목제물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꼼꼼한 결산 속에서 하나님의 마음이 발견된다. 단 한 개도 허투루 취급하지 않으시겠다는 알뜰한 마음이. 열 두 리더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드린 봉헌 예물을 보셨을 때, 하나님의 마음은 감격으로 벅차올랐던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리더들 각자가 전심과 전력을 다해 드린 헌신이 전체로 가시화되었을 때, 하나님의 마음은 벅차다 못해 터질 지경이 되었던 듯하다. 봉헌 예식을 마친 후, 보고하기 위해 회막에 들어온 모세를 붙잡고 하나님께서 먼저 말씀하신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모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