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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마리의 금붕어와 먼 곳의 물

안규철의 책, 을 읽고. 이 책은 천안의 한 독립 서점에서 기념품 삼아 데려온 것이다. 하드커버 드로잉 북처럼 생긴 외모답게 그림과 글에게 넓은 여백을 허락하고 있는 편집이 멋진 책이다. MBTI 성격 지표들 중 특별히 직관(N)과 판단(J)을 가진 독자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창의적인 예술 작품을 구상하는 성실한 작가의 노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낙관적 모더니스트로 개념 미술(Conceptual Art) 작가이자 전직 기자 출신의 저술가다. 미술적 재능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시인(소설가 말고)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로 문장이 간결하고 깔끔하다. 사색적인 소재(일상에서 발견된 것들, 자연 풍경, 시간이나 존재, 혹은 개인적인 기억과 깨달음 등)들을 다루고 있는 까닭에 자칫 잘못하면 난..

일상 세례

일상 세례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삶을 연결하는 열두 가지 방식 주종훈, 이상예 저┃도서출판 사귐 ┃2026년 09월 30일정가 17,000원┃ 배송비: 2권까지 유료(3,500원) 3권부터 무료 구입 방법: 1)인스타그램: @sagwimbooks 2)이메일: sagwimbooks@gmail.com 품목정보발행일2026년 9월 30일쪽수, 무게, 크기223쪽 ┃ 249g┃ 130*185mmISBN9781122000238카테고리 분류국내도서>종교>기독교(개신교)>신앙생활 책소개 그리스도와 연합하는 비밀과그리스도의 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세례식 이상의 세례에서 배우다! 세례는 다채로운 의미들을 담고 있는 커다란 그릇이다. 새로운 삶을 위한 결단과 저항, 그리스도께 속하는 삶의 고..

도서출판 사귐

"우리가 보고 들은 바를 너희에게도 전함은 너희로 우리와 사귐이 있게 하려 함이니 우리의 사귐은 아버지와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누림이라"(요일 1:3). 무직자에서 자영업자가 된 것은 요한일서와 함께 시작된 올해 1월이었다. 주님은 말씀을 통해서 이라는 이름을 주셨고, 나는 출판사 신고와 사업자 등록을 통해 의 대표가 되었다. 이는 나의 정체성 곧, '문서 선교사'를 더욱 공고하게 해주었다. 처음 출판사 대표가 되었을 때, 내게 생겨난 것은 장래에 대한 밝은 소망보다는 새롭고 싱싱한 염려였다. '올해 안에 도서출판 사귐의 이름으로 과연 책을 한 권이라도 출판할 수 있을까?' 몇 달 전, 사귐의 첫 책으로 내가 선택한 원고는 '일상 세례'였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두란노에서 출판한 「일..

화장

화장 매일 아침눈먼 거울 앞에서아담적 본성에 괴로워하며얼굴에 화장을 합니다. 그동안 저를 숨겨주었던소비의 책들과 기표의 사람들그리고 키치의 상징들은이미 화장을 씻고당신 앞에 누워버렸으니까요. 화장을 한 모습에서 조차당신은 기어이 저를 찾아내시겠지요?그날이 오면우리는 정말 하나가 될 수 있을까요? 당신이 찾아주시길 간절히 바라며오늘 아침도 저는아담적 본성에 괴로워하며당신의 형상에 화장을 합니다. #Jul. 3. 2006. @ Grand Rapids. 시 by 이.상.예.그림 by 조르주 쇠라(Georges Serat), 화장하는 젊은 여인(Young Woman Powdering Herslf),1889-1890, 캔버스에 유채,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느림

밀란 쿤데라의 소설, 을 읽고. 소설 은 무지개떡이다. 여러 층위의 이야기들이 알록달록 쌓여있다. 화자 밀란쿠는 한가한 사람이다. 아내 베라와 함께 프랑스의 한 고성을 개조한 호텔에 머물면서 밤새도록 18세기 드농의 소설 속 인물들(T 부인과 젊은 기사 등)과 함께 20세기 인물들(베르크, 뱅상, 체호르집스키 등)을 관조하면서 즐기는 까닭이다. 내키는 대로 양쪽을 오가며 관찰하던 화자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느림과 기억 사이, 빠름과 망각 사이에는 어떤 내밀한 관계가 있다. … 실존 수학에서 이 체험은 두 기본 방정식 형태로 나타난다. 느림의 정도는 기억의 강도에 정비례하고, 빠름의 정도는 망각의 강도에 정비례한다. -본서 중에서 개신교인인 내게 18세기와 20세기를 각각 느림의 시대와 빠름..

남은 자의 일

남은 자의 일 어느 날 새벽, 나는 잃어버린 나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내가 발견된 곳은 깊고 낮은 골짜기였다. 음습한 늪에 처박혀 버둥거리고 있던 나를 꺼내오는 것은 불편하고도 불쾌한 일이었다. 아마도 잠자는 동안 무의식이 멋대로 현실 자각 타임을 실행한 까닭에 일어난 일인 듯싶었다. 요즘 부쩍 내 안의 교만한 자들이 입을 모아 나를 루저(Loser)라고 조롱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들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내가 봐도 현실의 나는 과연 루저가 맞다. 나이나 건강 혹은 직업이나 경제력 면에서 나는 잉여 인간이다. 쓸 데 없어 남아도는 부류 속에 내가 있다. 이는 내 선택의 결과로 보인다. 악착같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별 수 없이 잉여 되었다기보다는 부단한 소극적 선택에 의해서 나는 결국 잉여 되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에 관하여

메릴린 로빈슨의 책, 를 읽고. 처음 메릴린 로빈슨을 알게 된 것은 의 저자 데이비드 깁슨 덕분이었다. 어느 때고 꼭 읽어보라는 믿음직스러운 그의 말을 따라 과 를 읽었다. 솔직히 그녀의 소설은 썩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예 맞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어서 탐구 차원에서 소설 과 와 함께 에세이 책인 를 구입해 놓았다. 는 심심풀이로 읽기에는 내용이나 분량(469p)이 만만치 않았다. 그것이 이 책을 한동안 데면데면하게 대했던 이유다. 하지만 결국 때는 차버렸고, 완독할 의도 없이 첫 장 ‘인문주의’를 읽은 것이 화근(?!)이 되어 별 수 없이 다 읽고 말았다. 요 사이 읽은 책들 중에서 단연 발군이었다. 개인적으로 내게는 그녀의 소설보다 그녀의 에세이가 압도적으로 좋았다. 나는 서사보다 먼..

연약하나 위대한

연약하나 위대한 “저희는 아직 자가(自家) 주택이 없어요!” 은행 업무를 도와주던 그녀의 눈빛이 변한 것은 그 때였다. 변한 눈빛에 어려 있던 것은 그 나이 먹도록 뭐했느냐는 비난 보다는 대체 어쩌다가 하는 안타까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가 봐도 우리는 성실하고 소박한 사람들로 보이기 때문(근자감일지도 모르겠지만!ㅋ)이다. 그 후로 그녀는 더욱 성심껏 우리를 도와주었다. 코로나를 계기로 귀국했을 무렵 고국에는 부동산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것이 광풍인 까닭은 여느 바람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거센 바람이라도 어느 정도 불고나면 그치는 것이 자연스러운 데, 그것은 도무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막강한 그 바람 앞에서 우리 같은 민초(‘민트 초콜릿’이 아니라 ‘民草’)들은 김..

내가 만든 신

팀 켈러의 책, 을 읽고. 뜨거운 열기가 수북수북 내리던 어느 날, 담양의 한 독립서점에서 만난 책이다. 저자 팀 켈러는 도시 목회자들의 추구미이자 워너비 목회자다. 오랫동안 변방의 선교사로 성경 묵상에 집중하면서 살아온 내게 그가 낯선 것은 자연스럽다. 코로나를 이유로 반강제적으로 귀국을 당한 후, 도심의 교회를 다니고 나서야 그를 접할 수 있었다. 처음에 그는 책을 구입해서 읽을 정도로 매력적여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꾸준함에는 장사가 없지 않은가? 짝사랑에 가까운 도시 목회자의 거듭되는 고백(?!) 덕분에 나는 결국 그의 책 을 읽었고, 그것이 나쁘지 않았던 까닭에 까지 정가에 구매하여 읽게 되었다. 책의 기본 전제는 이렇다. 문화는 저마다 그 문화를 지배하는 대표 우상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야구장과 꽃다발

#1. 야구장 첫 경험에는 으레 긴장감과 설렘과 불안감이 뒤엉키기 마련이다.나이 오십이 훌쩍 넘어서 해본 야구 첫 직관에는그것에 귀찮음이 더해져 있었다.^^;;스포츠를 좋아하는 아들의 열심으로 별 수 없이 수원 야구 경기장을 방문한 나는엉겹결에 한화 이글스를 응원하게 되었다.ㅋ~ 대규모 스포츠 성전에 모인 사람들은정해진 수순을 따라서 다같이 응원을 하면서도각자의 취향에 따라 음식이나 음료, 그리고 경기를 자유롭게 즐겼다.나는 그들과 함께 앉고, 서고, 고함치고, 노래하면서한팀을 응원하는 느슨한 연대의 즐거움을 누렸다.그럼에도 우리가 응원하는 팀은 역전패를 당했다.하지만 언짢을망정 아예 실망하는 사람은 없었다.다음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주로 미국에서 야구 관람을 했던 아들은한국 야구가 훨씬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