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자의 일 어느 날 새벽, 나는 잃어버린 나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내가 발견된 곳은 깊고 낮은 골짜기였다. 음습한 늪에 처박혀 버둥거리고 있던 나를 꺼내오는 것은 불편하고도 불쾌한 일이었다. 아마도 잠자는 동안 무의식이 멋대로 현실 자각 타임을 실행한 까닭에 일어난 일인 듯싶었다. 요즘 부쩍 내 안의 교만한 자들이 입을 모아 나를 루저(Loser)라고 조롱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들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내가 봐도 현실의 나는 과연 루저가 맞다. 나이나 건강 혹은 직업이나 경제력 면에서 나는 잉여 인간이다. 쓸 데 없어 남아도는 부류 속에 내가 있다. 이는 내 선택의 결과로 보인다. 악착같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별 수 없이 잉여 되었다기보다는 부단한 소극적 선택에 의해서 나는 결국 잉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