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booK

1세기 그리스도인의 하루 이야기

창고지기들 2021. 11. 27. 10:48

 

 

 

 

 

로버트 뱅크스의 책, <1세기 그리스도인의 하루 이야기>를 읽고. 

 


한 발은 든 채 세 발로 달리는 짐승은 잘 달리리 없다. 

다만 넘어짐을 면하려 안간힘을 쓰다보면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읽지는 않고, 오로지 듣고, 말하고, 쓰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요즈음의 나도 마찬가지다. 


원고 마감일을 맞춰야 한다는 명분에 지배되어 살아온 지 한 달이 되었다. 

그동안도 묵상 모임은 꾸준히 해왔던 터라, 듣고 말하기는 정상적으로 실천해왔다. 

그러나 쓰기에만 집중했던 탓에 읽기는 완전히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일상에서 균형과 조화는 중요하다. 

슬슬 에너지 소진 증세가 시작된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처방처럼 급히 복용한 책이 <1세기 그리스도인의 하루 이야기>다. 


책은 기독교로 개종한 로마인 푸블리우스의 하루 일과를 대략적으로 적고 있다. 

신학자가 쓴 것이기에 이야기의 주제는 물론 신학적이다. 

작가는 그리스도인들이 궁극적으로 ‘세상을 뒤엎을’ 수 있었던 이유를 

그들이 매일매일의 활동 속에서 구별된 삶의 방식을 개발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리하여 그는 푸블리우스라는 가상의 그리스도인의 일상의 모습을 통해 

그가 예수님을 믿고 관계를 맺으면서 어떻게 자신의 삶을 

보통의 로마인들과 다르게 개발하고 변화시켰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일상의 삶 속에서

어떻게 예배하고 선교할 것인가에 대한 작은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가정은 세속의 가정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를 돌아보았다. 

그리스도를 믿고 그분과 관계 맺기로 언약한 가정은 분명 달라야 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 가정 역시 막강한 힘을 행사하고 있는 세속 문화 안에 실존한다. 

그것의 지배에 저항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럼에도 그리스도인들은 성령께서 주시는 창조력과 상상력을 가지고 

세속 가정과는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개발하면서 지속적으로 변화된 삶을 추구해야 한다. 

그렇게 자신의 가정이 그리스도를 섬기는 가정임을 세상을 향해 증거 해야만 하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난 후, 그동안(선교 생활동안) 잃어버렸던 

그리스도인으로써의 실천들 중 하나를 다시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이웃을 초대하여 대접하는 것이다. 

그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환대하는 방식은 그리스도를 환대하는 방식의 일환이다. 

또한 그것은 그리스도를 믿는 가정의 한 모델을 이웃에게 소개해주는 역할을 해줄 것이다. 


독서를 시작할 때, 사실 기대 따위는 없었다. 

일단 외관상 책의 두께 자체가 기대가 깃들 여지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하루 동안의 이야기임에도 천 페이지를 가볍게 넘기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에 반해, 

로버트 뱅크스의 <1세기 그리스도인의 하루 이야기>는 

육십 페이지를 간신히 넘기는 것이다. 

소설가와 신학자의 차이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 두 작품의 간극은 좀 지나치다 싶은 데가 있다. 

한쪽은 미친 듯이 디테일하고, 다른 한쪽은 태만다싶을 정도로 대충이니까. 

‘이 책이 그 둘 사이 중간 어디쯤이었다면, 좋았을 것을! 

상상력과 언어력에 있어서 소설가급 신학자나, 

혹은 신학과 초대 교회 역사에 대한 깊이가 신학자급 소설가가 

이런 종류의 작품을 선보여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입맛을 다셔본다. 

에구~

나는 다시 기술자 브살렐이 되어 기술적 원고나 쓰러 갈랜다. 

 

 



#Nov. 27. 2021.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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