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서 도와주고 보살펴주는
그 어떤 선교 단체나 후견인 없이
혈혈단신 독립군으로
아프리카 붉은 맨땅에 헤딩하며 살아온 지 9개월.
그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 분은 이 책을 통해서 말씀해 주셨다.
더 이상 읽을 책이 없다고 하소연 하자마자
그 분은 한 선교사님을 통해서
내게 이 책을 내미셨다.
이 책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는
현재 주세네갈 한국대사관
참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윤상욱 참사관이 쓴 책으로써 400여 페이지 안에
아프리카 근 현대 역사, 경제, 정치, 종교와 문화,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까지 망라해 놓고 있다.
제법 두툼한 책이었지만
나는 이 책을 아주 가볍게 단숨에 읽어버렸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먼저, 내가 생각보다 아프리카에 대해서
상당히 많이 알고 있다는 점에서 놀랐고,
지난 9개월 동안 온 몸으로 부딪혀
아프리카를 경험하면서
나름대로 분석하고 해석했던 것이
저자의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묘한 뿌듯함을 느꼈다.^^;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
(마태복음 10:16)
지금까지 한낱 양인 내가 경험했던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는
‘불의한 이리의 땅’이었다.
이 땅이 이리의 땅이 된 이유의 팔 할은
서구 열강들(Wazungu) 때문이다.
서구 열강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제국주의 마인드를 가지고
그들이 가진 힘으로
폭력과 뇌물과 속임수와 핍박이라는 방법으로
아프리카를 집요하게 착취 해왔다.
그런데 욕하면서 배운다고 했던가?
세월이 지나 독립한 아프리카의 지도자들은
그들이 그토록 치를 떨었던
서구 열강의 목적과 마인드와 방법을
고스란히 이식받아 오직 자기 이익을 위해,
제국주의 마인드로, 갖은 폭력적인 방법을 통해
자기 국민들을 똑같이 착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아프리카의 지도자들은
이리 떼인 서구 열강들의 길을 따라
자신들도 이리가 되어갔던 것이다.
내가 만났던 이 곳 사람들은
공짜(원조)를 지나치게 좋아하고(중독),
뇌물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돈 되는 일에는 빛의 속도를 내고,
칭찬을 해주면 어이없게도
칭찬해준 사람을 아랫사람 취급을 하고,
지나친 관료주의로 목이 곧아 있고,
서로 다른 종족들 끼리 비하하고 미워하고,
보이지 않는 사람 키우는 일보다
눈에 보이는 건물 짓는 일에 목숨을 걸고,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자기들 것인 양 마음대로 유용하고,
뜯어 먹을 대로 뜯어 먹어
더 이상 쓸데없는 외국인은
어떻게 해서든지 내쫓는 이리들이었다.
그렇게 이들 안에 있는 뿌리 깊은
시각주의와 세속주의와 현세주의는
서구 열강이 이식해 놓은
제국주의적 마인드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이 땅을 참으로 불의한 이리의 땅으로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오직 소명에 불타올라
무작정 아프리카로 왔던 내가
아프리카야말로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완전한 이리의 땅임을
온 몸으로 부딪혀 비로소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침상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불의한 이리의 땅에서
한낱 양인 내가 어찌 살아가야 할까? 하며
소명은 둘째 하고,
독립군으로서 생존 자체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때 그 분은 내게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통해서
강제 노동 수용소에서 살아갔던
이반 데니소비치처럼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게 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지금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를 통해서
그 분은 아프리카가 분명히 이리의 땅이긴 하지만
그래도 당신에게 ‘완소 이리의 땅’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이 이리의 땅에서 새롭게 나를 불러주셨다.
그렇게 나는
아프리카 한 귀퉁이에서
그 분을 즐거워하며 예배하라는,
아프리카 지체들의 고통을 목도하면서
그 분과 함께 아프게 눈물을 흘리라는,
원조 중독에 걸린 이들을 위해서
원조를 통해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고,
이들이 원조 금단 현상으로
내게 손가락질하며 비난하더라도
함부로 원조하는 대신에
정말 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해주기 위해
날마다 그 분의 말씀 안에서
마음을 감찰하고 순종하라는
부르심을 새롭게 했다.
이 책은 아프리카를 있는 그대로
소개하고, 설명하고, 분석하는 책이다.
즉, 이 책은 학교의 언어를 사용하여
아프리카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해주는
설명의 책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먹먹해진 가슴으로 인해서
나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내가 눈물을 흘린 이유는
책을 읽으면서 일어난 내 안의 질문 때문이었다.
‘무엇이 저자로 하여금 이런 책을 쓰게 했을까?
무엇이 낮에는 대사관 일로 바쁜 저자로 하여금
힘겨운 주경야독을 마다하지 않고
이런 책을 쓰게 했을까?’
이 책을 쓰기 위해서
두루 섭렵했던 저자의 참고 문헌을 보면서
나는 그의 아프리카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사랑을 느꼈다.
그의 아프리카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나는 이 딱딱한 설명의 책을 읽고도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이제 막 아프리카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끝낸 느낌이다.
그렇게 오리엔테이션을 끝내면서
나는 기도한다.
‘주님!
당신의 완소 이리의 땅인
아프리카를 사랑할 수 있도록
제 눈에 콩깍지를 허락하여 주옵소서!’
키리에 엘레이손!
#Sep. 22. 2012. 글 by 이.상.예.
'그 여자의 보물창고 > HIS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청년 바보의사 (0) | 2013.01.15 |
---|---|
참된 목자(The Reformed Pastor) (0) | 2012.11.14 |
생각 버리기 연습 (0) | 2012.07.28 |
상처받지 않을 권리 (0) | 2012.06.22 |
부활을 살라 (0) | 2012.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