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기독교가 실패했다고요?
그건 케냐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소리에요.
사실, 그렇게 평가하는 한국이나 서구 기독교도
실패한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밖에 나가서 사기치고, 도둑질하고, 뇌물 챙기며 살아도
주일이면 교회에 나와서 신나게 찬양하고,
예수님 자랑스러워하면, 그러면 됐다고 말입니다.”
그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그의 말에 대한 조건 반사로
반박하려는 말들이 침을 뚝뚝 흘렸지만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선수를 치듯이 밑밥으로 깔아놓은
소위 말하는 짠 밥이라는 것이
차이가 나도 너무 차이가 났을 뿐더러,
나는 아직 케냐를 잘 모르는 풋내기였기 때문이었다.
그 후 나는 그의 이야기를 수 없이 곱씹으며
그를 용납해 보려고 많은 시간을 지불했다.
허나, 결국 나는 그를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곧장 나는 이 책 ‘참된 목자’로 달려가
길고도 지루한 설득의 언어 속에
힘겨운 마음을 푹 담갔다.
체제 속의 안정을 누리던
영국 교회의 목회자들의 세속화는
오늘날과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리처드 백스터는
빠르게 세속화 되어가는 목회자들을 향하여
끊임없는 개혁을 외치며
‘The Reformed Pastor'를 썼던 것이다.
리처드 백스터 당시 목회자들은
자신의 사역을 공적인 설교와
학문 연구로 제한 한 뒤
(그것도 하나님이 아닌 자신을 위해서),
시대사조에 발맞추어
세속적인 관심에 시간을 쓰면서
자신의 본업 즉, 맡겨진 양 떼들을
개인적으로 돌보는 일에는 태만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 누구도 목회자의 허물을
감히 견책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리처드 백스터는
‘참된 목자’를 통하여
목회자의 자아 성찰,
목회자 그룹 안에서의 목회자 견책,
그리고 성도 개개인의 교리 교육을
심히 강조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리처드 백스터가 강조했던 이 세 가지를
목회자가 주력할 때,
목회자의 빠른 세속화는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나, 문제는 개인주의로 치달아가는 사회에서
이와 같은 제안이 별로 가능해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치 있는 일들 중
어디 쉬운 일이 있었던가?!
그러므로 가르치는 자라면
어려워도 계속해서 이를 강조해야하며,
비록 실패한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를 다시 시작하도록 격려해야 할 일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지나친 이상주의자라고
손가락질을 당한다고 해도 말이다.
아직 풋내기이인 내 눈에
케냐 기독교의 세속화는 걷잡을 수 없어 보인다.
세속화의 물결이 너무나 거대해서
압도당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기독교의 세속화가
어디 케냐만의 문제겠는가?
이미 경험해 봤던 한국과 미국의 기독교 역시
세속화의 물결에 조금씩 침수되고 있으니 말이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문득, 거세게 몰아치는 풍랑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작은 배 한 척이 생각난다.
그 분은 쿨쿨 잠만 주무시고 계시고,
제 아무리 열심을 내어 버텨도
이 풍랑은 결코 끝날 것 같지 않아
믿음이 적은 나는 이렇게 외치고만 싶어진다.
“선생님, 우리가 죽게 된 것을
돌보지 아니하시나이까?”
압도당하지 않는 방법은
저항하는 것뿐이다!
그런 점에서 참된 목자,
The Reformed Pastor는
자기 욕망에 대해서,
다른 세속적 목회자의 선택에 대해서,
그리고 성도 개개인을 돌보는 일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과 핑계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저항하는 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항하라! 저항하라!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이 심히 어렵고
지극히 고통스러운 일이라 해도,
저항하라! 저항하라!
압도되지 말고, 끝까지 맞서서 저항하라!”
키리에 엘레이손!
#Nov. 14. 2012.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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