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 언어 익히기
어쩌다 노마드 족속으로 뽑혔다. 네 개의 대륙을 숨 가쁘게 이동하면서 살아온 것이다. 새롭게 도착한 땅에는 나그네를 위한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정착할 때까지 환영합니다!” 기후와 환경, 언어와 문화를 대강 익힐 때까지, 낯선 나라의 새로움은 환영이라는 가면을 쓰고 나그네를 환대하는 척한다. 그러나 새로움의 유통기한이 끝나면, 안면을 몰수하는 것이 거류민을 위한 환대다.
낭비는 노마드 족속이 갖춰야하는 미덕들 중 하나다. 아낌없이 버릴 줄 알아야 다음 장소로 떠날 수 있는 까닭이다. 숱하게 버리면서 지나쳐온 네 개의 대륙이지만, 그 와중에 주워 모은 것들이 없지는 않다. 그 중에 언어가 있다.
프레이즈 더 로드!
브와나 아쉬피에!
슬라바 보구!
주를 찬양하라!
돌이켜 보면, 비록 네 개의 대륙을 꾸준히 이동하면서 살아왔으나, 나는 언제나 같은 곳에서 살아왔다. 그 곳은 그리스도 예수 안, 곧 하나님 나라다. 그 나라에서 산다는 것은 그 나라의 말을 할 줄 안다는 뜻이다. 하나님 나라의 언어를 듣고, 말하고, 읽고, 쓸 줄 아는 것이다. 이는 하나님 나라의 왕과 백성들과의 친밀한 교제로만 가능하다. 물론, 하나님 나라 언어를 가르치는 훌륭한 학교와 교재는 항상 있었다. 교회와 성경! 이를 통해서 나는 하나님 나라의 어휘와 문법을 배우고 익혔고, 기도와 성도간의 나눔과 교제를 통해서 하나님 나라의 언어를 꾸준히 성장시켜왔다. 그러나 사용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퇴보하는 것이 언어의 속성이다. 잠시 소홀히 하고 등한시하면 적당한 단어와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 쉬운 것이 제 2 외국어의 속성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건강이 엔트로피를 정통으로 맞았다. 어제보다 더 찌그러지고, 부서지고, 긁히고, 곪는 건강에 마음을 빼앗기다 보니, 내 모든 관심은 육체에 집중되었다. 덕분에 마음은 꼭 짜놓은 걸레처럼 쪼그라들었고, 고막은 천공이라도 생긴 듯 그분의 음성 하나 제대로 붙들지 못했다.
어찌하여 내 말을 깨닫지 못하느냐 이는 내 말을 들을 줄 알지 못함이로다(요한복음 8:43)
아프다는 핑계로 그분의 말씀을 손바닥 안의 바람으로 취급했다. 한 음절도 잡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제대로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제2 외국어는 빠르게 잊혀져갔다. 이를 그냥 두고 보실 주님이 아니다. 묵상 중에 책망이 대놓고 임했고, 하나님 나라의 언어 훈련 과정으로 다시 돌아오라고 종용하셨다. 감사하게도!
은혜를 따라 서서히 회복되어가는 건강과 발맞추어 나는 다시 하나님 나라 언어 익히기에 시간과 마음을 쓰기로 한다. 질병이라는 억압과 속박에서 벗어나 참 자유케 하시는 하나님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익히는 제자를 고집하기로 한다. 진리의 언어를 체득하고 체휼하는 일에 인생을 사용하기로 한다. 키리에 엘레이손!
너희가 내 말에 거하면 참으로 내 제자가 되고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한복음 8:31-32)
#Feb. 1. 2025. 사진&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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