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자 훈련생도
나는 최장수 집필자였다. 성서 유니온에서 출판하고 있는 고학년 어린이 매일 성경 큐티 원고를 꼬박 21년(2003년 5,6월부터 2024년 3,4월까지)을 집필했다. 그동안 여러 편집자들과 집필자들이 꾸준히 등장했다가 사라지곤 했다. 그러고 보니 해외(케냐와 우크라이나) 선교사가 되기 훨씬 전부터 나는 문서 선교사였다.
출발은 청년 시절의 순수한 열정으로부터였다.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있던 나는 세상의 아이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양육하는 자가 되겠다는 서원을 덜컥하고 말았다. 그리고 서원을 지키기 위해서 신학대학원 입학을 단행했다. 3년 간 신학 공부를 마친 뒤, 유아교육 박사가 되어 신학과 유아교육을 접목한 기독교 유아교육자가 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분의 생각은 나의 것과는 달랐다. 그 뒤로 나에게는 유아교육을 공부할 기회가 일절 없었고, 오히려 신학 교육의 기회만 열렸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나는 영아, 유아, 유치부 사역자로 여러 지역 교회들을 섬겼고, 어린이들의 말씀 묵상을 돕는 큐티 원고 집필 사역을 통해 21년간 꾸준히 서원을 지킨 셈이다.
우리 각 사람에게 그리스도의 선물의 분량대로 은혜를 주셨나니(에베소서 4:7)
하나님은 각 사람에게 분량대로 은사를 주셨다. 그리고 은사를 받은 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직분을 허락하셨다.
그가 어떤 사람은 사도로, 어떤 사람은 선지자로, 어떤 사람은 복음 전하는 자로, 어떤 사람은 목사와 교사로 삼으셨으니(에베소서 4:11)
복음의 직접 전수자로서 이방인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는 복음의 개척자인 사도, 성도나 교회를 대상으로 말씀을 전달하는 선지자, 사도로부터 전수받은 복음을 필요로 하는 곳에 전달하는 복음의 배달꾼, 그리고 복음을 받은 성도들을 양육하는 목사와 교사. 이들 직분들에는 공통분모가 존재하는데, 그것은 ‘말씀’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일제히 말씀 사역자들인 것이다. 이 다양한 종류의 말씀 사역자들은 단 하나의 목표와 목적을 갖는다. 사도 바울은 그것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이는 성도를 온전하게 하여 봉사의 일을 하게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려 하심이라(에베소서 4:12)
목적과 목표는 다르다. 목적은 형이상학적 차원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이상을 말한다. 반면, 목표는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적이고도 실제적인 세부 계획을 말한다. 즉, 목적은 목표의 달성으로 실현되는 것이다.
말씀 사역자들의 목적은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목표는 성도를 온전하게 하여 봉사의 일을 하게하는 것이다. 즉, 말씀 사역자들은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봉사에 필요한 온전한 자격을 갖추게 하여, 실제 일상에서 이웃을 구체적으로 섬기게 함으로써 그리스도의 몸을 세운다.
큐티 원고를 쓰는 나의 봉사는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기 위함이다. 이 봉사에 필요한 자격은 여러 말씀의 사역자들의 도움에 의해서 갖추어졌다. 처음, 나를 복음으로 인도해주었던 친구 원영이, 믿음이 뿌리를 내리도록 도와주셨던 조기호 전도사님, 순회하며 복음을 전해주셨던 많은 강사님들, 복음에 깊이를 더해주셨던 목사님들, 신학교 교수님들, 믿음의 작가들과 동료들, 그리고 구체적인 봉사의 일을 나에게 허락해주셨던 편집장님들과 여러 지역 교회의 담임 목사님들. 그들 말씀의 사역자들을 통해 나는 온전하게 되어 봉사의 일로 그리스도의 몸을 세워가는 중이다.
봉사의 일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섬김의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섬김의 기술을 겸비한 섬기는 존재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섬기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섬김의 연습이 아니라 섬김의 훈련이 요구된다. 연습과 훈련은 다르다. 연습은 테크닉을 숙달하기 위한 반복이라면, 훈련은 어떤 존재가 되기 위한 반복이다. 예를 들면, 사관생도는 장교가 “되기 위해서” 연습이 아니라 “훈련”을 받는다. 또한 피아노를 잘 치고 싶은 사람은 피아노 연습을 하지 훈련을 하지 않는다. 물론, 피아노를 완벽하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피아노로 연습이 아니라 “훈련”을 해야 한다.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기 위해서 나는 봉사의 기술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봉사자가 되어가는 중이다. 지금도 여러 말씀 사역자들의 도움을 통해 나는 온전하게 구비되어 가는, 말하자면, 봉사자 훈련생도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키리에 엘레이손!
#Jun. 15. 2024.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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