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완경 선배, 사라
내 잘못이 아니다. 나이 오십을 먹도록 오래(?!) 살아서 겪게 된 일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일면 은혜의 부산물이겠다. 인생의 여정을 따라 도착한 갱년기 한복판에서 나는 각종 갱년기 증상에 시달리는 중이다. 갱년기 여성에게 세상의 여자는 두 종류다. 여성 호르몬이 풍부한 자와 말라버린 자. 그것의 풍부함이 자기 능력으로 이루어낸 성취가 아니듯, 그것의 빈곤 역시 자기 관리를 못한 탓이 아니다. 만일 코헬렛이 여자였다면, 이것을 가리켜서 “이 또한 허무하다!”고 외쳤을 것이다.
갱년기 증상들 중 하나인 폐경(완경)은 마지막 월경 후 1년간 월경이 없을 때 확정된다. 보통은 월경이 끝났다고 하여 ‘폐경(閉經)’이라고 칭해왔으나, 요사이는 월경이 완성되었다는 의미로 ‘완경(完經)’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폐경은 더 이상 자녀를 생산할 수 없게 되었다는 생물학적 여성성의 죽음을 뜻한다. 성경에는 나와 같이 갱년기 증상들에 시달리면서 폐경을 경험했던 유명한 언니가 등장한다. 그녀의 이름은 열국의 어미, 사라다.
아브라함이 거기서 네게브 땅으로 옮겨가 가데스와 술 사이 그랄에 거류하며 그의 아내 사라를 자기 누이라 하였음으로 그랄 왕 아비멜렉이 사람을 보내어 사라를 데려갔더니(창세기 20:1-2)
언니의 나이 89세 때였다. 99세의 형부 아브라함은 그랄 왕 아비멜렉에게 언니를 누이라 속였다. 그랄 왕은 막강한 부와 군사력을 가지고 있던 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서 정략적으로 언니를 후궁으로 들였다. 하지만 아무리 정략결혼이라고는 하나, 오래 전에 폐경 한 할머니와 결혼을 하다니, 뭔가 석연치 않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라를 돌보셨고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라에게 행하셨으므로 사라가 임신하고 하나님이 말씀하신 시기가 되어 노년의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낳으니 아브라함이 그에게 태어난 아들 곧 사라가 자기에게 낳은 아들을 이름하여 이삭이라 하였고 그 아들 이삭이 난 지 팔 일 만에 그가 하나님이 명령하신 대로 할례를 행하였더라(창세기 21:1-4)
그랄 왕의 손아귀에서 사라를 구해낸 것은 여호와 하나님이었다. 20장에서 그랄 왕으로부터 구출된 언니는 곧바로 21장에서 아들을 낳았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하나님이 폐경 된 여자로 아들을 낳게 한 것이었다. 이것을 가능하게 위해서 하나님은 오래 전에 바닥난 배란을 다시 창조해주셨고, 폐허가 된 자궁을 복구하여 수정된 이삭의 배아를 안전하게 착상시킨 뒤 무럭무럭 키워주셨다. 또한 임신과 출산에 적합한 모든 체력과 활력을 소생시키시고, 나아가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도록 신체적으로 만전의 준비를 다 하셨다. 말하자면, 하나님은 언니의 죽은 여성성을 완전하게 부활시켜 주신 것이다.
그렇다면, 언니의 생물학적 여성성이 부활한 것은 언제였을까? 창조 전부터 계획하시는 분인 관계로 아마도 하나님은 일찌감치 준비하여 차근차근 실행하셨을 것이다. 벌써부터 희였던 머리를 검어지게 하고, 얼굴과 목의 주름을 팽팽하게 하시고, 시들어가던 피부에 생기를 돌게 하심으로써, 언제부터인가 언니는 자고 일어날 때마다 어제보다 더 젊어진 자신으로 인하여 놀라고 놀랐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윽고 그랄 왕 아비멜렉을 만났을 때, 언니는 형부에 비해 십년이 아니라 족히 수십 년은 더 어려 보였을 테다. 흐음~
그(아브라함)가 백 세나 되어 자기 몸이 죽은 것 같고 사라의 태가 죽은 것 같음을 알고도 믿음이 약하여지지 아니하고 믿음이 없어 하나님의 약속을 의심하지 않고 믿음으로 견고하여져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약속하신 그것을 또한 능히 이루실 줄을 확신하였으니 그러므로 그것이 그에게 의로 여겨졌느니라(로마서 4:19-22)
언니의 태는 분명히 죽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능력으로 그것은 부활하여 아들을 낳았다. 이는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믿음이 만든 기적이었고, 이 믿음으로 아브라함의 의롭게 여겨졌다. 그리고 이로 인하여 이신칭의(以信稱義)의 포문이 활짝 열리게 된 것이다.
이제 곧 나의 생물학적 여성성은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완경이다. 그 어여쁜 여성성이 죽어 떨어져 나간 자리에 열매가 맺혀 자라날 것이다. 나의 하나님은 부활의 하나님이시고, 그분은 믿음으로 의의 열매를 맺히게 하는 분이시니까. 그런데 그 열매는 틀림없이 ‘하나님의 아들’일 것이다. ㅎ~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이는 그가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져주시는 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는 것이라(에베소서 1:6-7)
#Sep. 16. 2023.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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