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tory

아라카르트 없는 하나님의 선물

창고지기들 2024. 5. 11. 09:47

 

 

 

 

아라카르트(a la carte) 없는 하나님의 선물

 

 

한식은 기본적으로 세트 메뉴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를 시키면, 밥과 여러 반찬들이 의례 같이 나온다. 이 때, 반찬은 각각의 식당에서 제공해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야만 한다. 손님은 그것들 중 좋아하는 것은 먹고, 그렇지 않는 것은 손대지 않으면 그만이다. 반면, 서양 식당에는 아라카르트(a la carte)가 존재한다. 세트로 제공되는 요리들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만 골라서 주문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메뉴 구성의 주도권을 손님에게 쥐어주는 것이다.

 

선물 중에도 세트로 구성된 것들이 있다. 하지만 선물 세트와 관련해서 아라카르트는 존재할 수 없다. 즉, 선물을 받는 수혜자(受惠者)는 세트로 구성된 선물들 중 일부만을 골라 받을 수 없다. 전부를 받든지, 아니면 아예 받지 않든지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이는 선물의 주도권이 전적으로 선물을 수여하는 쪽에 있음을 방증한다. 선물을 베푸는 시혜자(施惠者)에게 마음과 의지가 없다면 애당초 선물이 존재할 수 없는 까닭이다.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에베소서 2:8)

 

 

‘이것’은 곧 ‘하나님의 선물’이다. 이것의 출처는 성도(너희)가 아니라 하나님이다. 그런 점에서 하나님의 선물에 있어서 주도권은 철저히 하나님의 것이다. 그렇다면 이 하나님의 선물은 무엇인가? 헬라어 원문에서 ‘이것(τοῦτο)’은 중성 단수 지시대명사다. 그렇다면, 이것은 은혜(χάριτί)나 믿음(πίστεως)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들이 모두 여성명사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것’은 앞 절 전체를 가리키는 것이다. 즉, 하나님의 선물은 ‘너희가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은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이 하나님의 선물은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선물의 특징은 은혜롭다. 그것이 하나님의 성품, 즉 하나님의 은혜로운 성품을 극단적으로 담고 있는 까닭이다. 은혜로운 성품이란 위대한 아가페 사랑에서 나온 것으로, 어려운 처지나 형편에 처한 상대에게 필요한 도움이나 혜택을 실제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제공해주는 성품이다. 은혜로운 성품의 특징은 풍성함(에베소서 2:7)이다. 그것도 측량할 수 없을 정도(에베소서 3:8)의 풍성함이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은혜(의 성품)는 그 무게와 부피와 질량을 잴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그 근원과 원인과 이유를 현실 세계에서는 추적할 수 없을 정도로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다.

 

이와 같이 놀라운 은혜로 마련된 선물은 '구원과 믿음이라는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특별히 구원 안에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과 영광이 알차게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믿음은 수혜자로 하여금 은혜의 위대함 앞에서 자신의 초라함을 일깨워, 구원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창조된 구원과 그것을 받아들이게 하는 믿음까지가 모조리 하나님의 선물인 것이다!

 

 

하나님의 선물을 받은 자들 중에는 간혹 참람하게 구는 이들이 있다. 구원뿐만 아니라 믿음까지도 모조리 선물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믿기를 선택해서 구원도 받을 수 있었던 거라는 착각을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착각은 세트 메뉴로만 제공되는 하나님의 선물을 아라카르트 할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십자가와 부활과 영광으로 구성된 구원에서 십자가를 빼고 부활과 영광만 골라 향유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십자가를 뺀다면 부활과 영광도 받을 수 없는 것이 하나님의 구원의 선물이다. 부활과 영광을 받으려면 십자가까지 빠짐없이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함이라(에베소서 2:9)

 

 

성숙한 사람은 자랑하지 않는다. 설사 그것이 자신의 노력에 따른 상일지라도, 그것을 결코 자랑하지 않는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상도 그러할진대 선물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선물 앞에서 성숙한 사람은 선물을 준 상대에게 감사하며 칭송한다. 선물을 준 사람을 높이고, 그것을 받은 자신은 낮춘다. 그리하여 선물을 준 자의 기쁨을 더한다.

 

 

매 주일 나는 예배당으로 달려간다. 세상 사람들이 비난하는 낭비를 아낌없이 하기 위해 달려간다. 마르바 던의 지적대로 그들의 눈에 예배는 시간과 공간과 자원과 돈을 낭비하는 일일 뿐이다. 그들은 그 돈과 자원을 가난한 자들을 위해 사용한다면 얼마나 유익하겠느냐고 가룟 유다와 같은 입바른 소리를 한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님의 선물을 받지 못해서 하는 소리일뿐. 은혜로 마련된 구원과 믿음이라는 위대한 선물 세트를 받은 자들은 하나님께 감사와 찬송을 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아라카르트 없이 그 모든 선물을 받아내기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의 선물을 덜컥 받고만 관계로, 나는 매 주일마다 깔끔히 차려입고 예배당으로 향하지 않을 수 없다. 아낌없이 드릴수록 차고 넘치는 풍성한 은혜의 비밀을 배우기 위해 살뜰히 낭비하는 예배에 참여한다.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부활하고, 영광스럽게 되는 구원의 세트를 믿음으로 온전히 받기 위해 감사하고 찬양하며, 헌신하고, 봉사하기 위해 나는 교회로 달려가지 않을 수 없다.

 

 

 

#May. 11. 2024. 사진 & 글 by 이.상.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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