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대형 교회 담임목사’
이 책의 저자 데이브드 플랫 목사님은
자신에게 붙여진 부담스러운 꼬리표를
첫판부터 드러 내놓고 책을 시작한다.
그렇게 배부른 대형 교회 담임목사가
배고픈 신앙의 래디컬을 부르짖는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시작부터 꽤나 패러독스하다.
이 책의 주제는 간단하다.
예수님의 제자가 없는 교회에게
예수님의 제자도를 부르짖는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를
예수님의 제자가 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주제에 있어서는 지난번에 읽었던
달라스 윌라드의 ‘잊혀진 제자도’와 같다.
하지만 그 주제에 접근하는
시각과 방법과 강조점과 언어는 사뭇 다르다.
즉, 달라스 윌라드가
제자도의 회복을 위해
학자적인 시각으로 주로 문헌 연구를 통해
하나님에 대한 태도를 강조하면서
학교의 언어를 써서 설명했다면,
데이비드 플랫은
목회적인 시각으로 주로 경험을 통해
하나님 말씀에 대한 순종을 강조하면서
정치의 언어를 써서 설득하고 있다.
특별히 이 책은 정치의 언어
즉, 선동적이면서 거침없는 표현으로
독자들을 강하게 설득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정치의 언어는
친절한 설명의 언어에 찌들어 있는
독자들에게 꽤나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오래도록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 한국 사람들이
독설에 열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까?)
하지만 저자가 실용주의 문화권에서 나고 자라서였을까?
이 책은 통계 수치와 실적들(성공 사례담)을 담보로
말씀에 따른 단순한 순종을 거침없이 촉구하고 있다.
즉, 이 책은 행동주의적이고,
성취지향적인 색체가 강한데,
말씀의 인풋(input)이 있으면,
행동(순종)의 아웃풋(output)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겉으로 봐서는
지극히 당연한 주장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주장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다.
즉, 이 주장은 인간을 지극히 단순화시켜서
말씀을 들음(지식)과
순종(의지적 행동)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태도(정서적 반응)를 무시하고 있다.
인간은 파블로프의 개나,
스키너의 쥐가 아니다.
그래서 인간은 무조건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며,
또한 제 아무리 완벽하게 조건을 통제해도
전혀 기대하지 않는 반응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보이지 않는 정서가 있으며,
정서에 따라 형성 된 태도는
얼마든지 다른 행동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단순하게 말씀을 듣는다고
무조건적으로 순종하지 않는다.
또한 제 아무리 완벽하게(?) 말씀을 배운다고 해도
(그의 ‘시크릿 처치 프로그램’에서 것처럼!)
온전히 순종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이 책은 선동적이고 거침없는 표현으로
마음을 마구잡이로 흔드는데 단연 최고이고,
또한 이 책이 제시하는 대로
정서 따윈 무시하고
단순무식하게 순종을 하기만 하면
어쨌든 제자가 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6장,‘가난한 자들이 필요로 하는 만큼
나눠 주라’를 통해서 수혜를 얻었다.
선교지로 떠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했던 훈련 중 하나는
‘가볍게 하고 다니라’는 말씀에
구체적으로 순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알뜰살뜰 모아왔던 살림을
눈물을 머금고 모두 처분하기로 했다.
그런데 주님은 이 책을 통해서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라고 말씀하셨다.
즉, 살림을 모두 가난한 자들에게
무상으로 나누어 주라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이 책이 포커스하고 있는
마가복음 10장 21절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귀로 듣고,
마음으로 받아, 몸으로 순종할
워밍업(!)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래디컬을 마지막으로
지난 4개월 동안 해왔던
'고독의 훈련'도 마무리가 된 듯하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선교사로서
알아야 할 것, 가져야 할 시각과 자세를
책을 통해 배울 차례다.
키리에 엘레이손!
#Oct. 22. 2011.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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