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민의 책, 를 읽고. 제법 혼쭐이 났다. 이 정도 분량의 책을 이토록 오랫동안 붙들고 읽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처음에는 매우 가볍게 읽힐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시작된 독서는 더러는 뜻을 제대로 헤아릴 수 없어서, 많게는 뭉뚝하게 깎아 손에 쥔 연필로 새까맣게 줄을 치다가 책장 넘기는 속도가 달팽이 보다 못하게 되어버렸다. 같은 기독교 가문이지만, 큰집이라 할 수 있는 카톨릭 신부님이 쓰신 책인지라 개신교 신자인 내게는 퍽 생경한 부분이 많기도 했을 뿐더러, 아직 못다 늙은 처지여서 깨닫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테면 다음과 같은 부분은 개신교 신학의 약점을 보강해준다는 점에서 좋았다. 창세기에 따르면 시간은 영원하신 하느님의 첫 작품이다. 하느님께서 창조 첫날, 밤과 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