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파이퍼의 책, <기도를 훈련하라>를 읽고.
비록 각 잡힌 하드커버를 입고는 있어도 이는 소책자다. 보통의 경우 한, 두 장 정도의 분량이 책의 전부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존 파이퍼의 책 <하나님을 기뻐할 수 없을 때>의 9, 10장을 쪼개어 재편집한 것이었다. 그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미 2006년에 읽은 바이나, 기억에 남은 것은 민망할 정도다. 개인적으로 즐거워하는 작가가 아닌 관계로 그 후로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쪼개서 팔아도 팔릴 만큼 이 쪽에선 유명하긴 하다.
굳이 이 책을 선택한 까닭은 몇 가지다. 우선 손에 닿을 만 한 거리에 하필 이 책이 꽂혀있었고, 물리적으로 매우 가볍다는 것도 이유를 보태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직전에 기도에 관한 동방 교회 신자의 서적을 읽은 탓에, 서방 개신교 신자의 것으로 균형을 맞추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존 파이퍼에 따르면, 기도의 가장 큰 목적은 하나님이 우리의 기쁨이 되시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도는 하나님이 그리스도의 피를 치르고 우리에게 사 주신 것이다. 아는 바와 같이 신자들의 삶은 시험의 연속이다. 시험이란 하나님과 그분의 길보다 다른 무엇을 더 갈망해야 한다고 속이는 것이다. 시험에 빠질 때, 신자들은 인본주의적 영성으로 자연적인 소원만을 갈구하거나, 스스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교만에 빠지거나, 그것도 아니면 정반대로 자신은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에 빠지게 된다. 그럴 때 기도, 그것도 말씀과 함께 하는 기도는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신자들을 단단히 붙들어 준다.
신자들이 쉬지 않고 기도(살전 5:17/범사에 감사하는 기도를 포함하여)해야 하는 이유는 항상 기뻐하기(살전 5:16) 위해서다. 기쁨의 대상은 물리적 심리적 환경이 아니다. 항상 기뻐해야 하는 대상은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이다. 쉬지 않고 기도한다는 것은 ‘하나님을 갈망함’을 자신의 영적 디폴트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는 지속적인 훈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기도하는 장소, 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하여 철저히 지키고, 성경 말씀을 기도로 바꾸는 훈련을 지속하며, 위대한 기도 사람들의 기도문을 활용하는가 하면, 금식 기도와 같은 혹독한 훈련도 병행하면서 기도를 습관화 할 때, 신자는 비로소 기도의 사람이 된다.
지나온 믿음의 여정에는 함께 모여 기도했던 지체들이 늘 존재해왔다. 그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그리고 지금은 비록 만난 적은 없지만 장차 함께 모여 뜨겁게 기도할 믿음의 동료들을 그리워하는 중이다. 사우다지! 문득, 묵상 모임이나 독서 모임 인도나 찬양 인도는 많이 해보았으나, 기도 모임 인도는 해 본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자각된다. ‘나는 말씀의 사람이지 기도의 사람은 아니야!’라는 돼먹지 못한 변명을 했던 내 지난간 시절의 무식함이 이불 킥을 하게 만드는 날들이다. 키리에 엘레이손!
#Sep. 21. 2024.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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