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tory

맡은 바 성벽 중수하기

창고지기들 2024. 9. 7. 17:38

 

 

 

 

 

맡은 바 성벽 중수하기

 

 

남편을 말(馬)에 비유했던 곳은 케냐에서였다. 내게 그는 그 옛날 여포와 관우가 타고 천리를 달렸다는 적토마였다. 제법 이상으로 꾸준히 민첩하고 날쌘 까닭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당시 그의 주인은 주몽으로 분하기로 작정하셨다. 그를 케냐라는 마장(馬場)에 몰아넣고는 혀에 커다란 못을 대차게 쑤셔 넣으셨던 것이다. 덕분에 그는 천리는커녕 꼼짝없이 누워 여위여 가다가 결국 치아 세 개를 잃고 말았다. 예언의 영이 임한 것은 그 때였다.

 

 

“당신은 천리마입니다. 비록 지금은 먹지도 달리지도 못한 채, 마냥 앓아 누워있지만 말입니다. 이는 당신 탓이 아닙니다. 주인께서 당신의 몸에 고난을 불어넣으신 까닭입니다. 그러나 주인의 만사에는 때와 기한이 있답니다. 기한이 차고 때가 이르면 당신 몸의 고난은 거둬들여질 것이고, 당신은 비로소 주인을 태우고 천리를 달리는 본연의 모습으로 자유해질 것입니다.”

 

 

십 수 년이 흐른 지금, 그 예언은 성취되었다. 구입한 지 4년이 채 되지 않은 그의 자동차 마일리지가 십만 킬로미터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주인의 복음을 전하는 순회 설교자로 천리를 달리고 있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그의 얼굴은 제법 살집이 붙었고, 피곤함과 감사함이 적당히 섞여있는 안색이 적당히 보기 좋기도 하다.

 

 

고단해 누운 몸에 잠으로 안식을 주유하고 있는 그를 두고, 나는 잠시 밖으로 나가 느헤미야의 성벽으로 향했다. 이른 새벽부터 흙을 나르고 돌을 나르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저만치 그가 쌓고 있는 성벽이 보였다. 꽤 길고 상단한 면적의 성벽이다. 바로 옆에 내가 쌓고 있는 성벽이 있었다. 고작해야 내 집 맞은편의 작은 부분일 뿐이다.

 

 

그 다음은 베냐민과 핫숩이 자기 집 맞은 편 부분을 중수하였고 그 다음은 아나냐의 손자 마아세야의 아들 아사랴가 자기 집에서 가까운 부분을 중수하였고(느헤미야 3:23)

 

 

몇 주 전에 지난해에 큐티 세미나를 인도했던 교회로부터 연락이 왔다. 거듭 외면했으나, 결국 세미나 전야제(?!)와 앵콜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곧 고난이 몸 안으로 득달같이 뛰어들었다. 싸매고 눕는 것은 연속동작이었다. 쌓아야할 성벽이 또 한 뼘 늘어난 셈이었다.

 

전국을 누비며 부지런히 성벽을 쌓고 있는 그 옆에, 고작 방 맞은편 한 뼘 늘어난 성벽 때문에 앓는 소리를 하고 있는 내가 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맡은 바 나의 성벽은 어쨌든 완성되고 말 것임을. 오직 주의 은혜로. 키리에 엘레이손!

 

 

 

#Sep. 7. 2024.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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