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보물창고/선교 편지

아프리카 안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신앙의 언어와 사역

창고지기들 2015. 6. 6. 04:32

 

 



 

성령강림절 이후 주어지는
하나님의 위대한 재창조와 회복의 사역이
사랑하는 동역자분들의 삶의 자리에 가득하길 소망합니다.


저는 우리 각자가 살아가는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구체적인 회복과 인도하심이
정말 절실하고 갈급한 신앙의 과제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구의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이곳 케냐는 여전히 긴장과 불안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테러의 위협과 전염성 질환뿐만 아니라
자주 그리고 오랜시간 단절되는 전기와 물,
가난과 열악한 삶의 구체적인 모습들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삶의 상황으로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외적 환경과 조건들은 그 자체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살아가는 자들의 마음과 태도 곧 세계관을 지배합니다.
어둡고 침울하고 상대적인 박탈감과 좌절감 그리고 연민을 경험하고
때로는 분노를, 때로는 깊은 상처를 표현하며 몸부림칩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흔히 "hakuna matata"(there is no problem)라고 고백하며
모든 일은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표현으로 위로를 삼곤 합니다.

어떻게 "처절한 삶의 자리에서도
이렇게 위대한 고백을 할 수 있을까?"라는 선교적 질문은
이제 새로운 관점으로 주어지고 있습니다.
어렵고 힘겨운 삶의 자리에서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는 고백은
위대한 신앙과 놀라운 표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님이 이러한 현실에서 기대하는 것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더욱 커져갑니다.
왜냐하면, 왜곡된 삶의 방향과 모습
(좌절, 절망, 갈등, 상실로 주어지는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정직한 일은
마음 깊은 곳에서 불평하고, 원망하고,
탄식하고, 직접 괴로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솔직한 고백의 대상은 오직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이 그것을 기대하신다는 것은
시편의 고백들을 통해서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의로운 신앙 고백보다 이러한 솔직한 표현이 필요한 이유는
그러한 언어들을 통해서 주어진 자신의 모습과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때문입니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신앙에서 자신을 죽이고,
이전에 자신이 생각하고 기대한 모든 가능성을 제거하며,
오직 하나님이 인도하실 새로운 가능성에 자신을 맞기는 것입니다.


저와 저희 가족들이 이곳에서 살아가는 선교의 삶과 사역은

바로 이 처절한 현실을 인정하는 법을 배우고
그 안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새로운 생명과
빛의 사역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동시에, 이곳 기독교 지도자들을 섬기고 양육하는 사역에서
현실을 간과하고 무조건 앞으로의 기대와 소망에 사로잡히기보다
아프고 힘들고 괴롭고 불편하지만
주어진 아프리카의 현실을 선명히 바라보며
탄식과 원망 그리고 불평의 언어들을 통해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에 우선하라고 가르칩니다.
아프리카 기독교의 현실은 이러한 신앙의 형성을 통해서
하나님을 만나고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자리입니다.


이러한 쉽지 않은 현실과 신앙의 고백과 표현을 생각하면서
지난 5월 말부터 새로운 학기 사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7월말까지 "성경에 기초한 삶과 사역의 토대",
"목회 사역에서의 신학적 고찰과 적용,"
"목회에서의 제자도 형성"과 같은 과목들을 가르칩니다.
7월에는 학생들을 직접 만나서 가르치지 못하고
온라인 방식으로 지도를 해야하는데,
방법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계획한 이러한 모든 사역들이
하나님의 능력과 인도하심 가운데서 잘 진행하고
마무리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동시에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기도 제목들을 더 부탁드립니다.
 
1. 가족들이 선교지 삶에서 고립되거나
영적으로 어두워지지 않고 더욱 강건하게 지낼 수 있도록

2. AIU를 통한 기독교 지도자 양육 사역에
하나님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품고 섬길 수 있도록

3. 방학을 보내고 있는 하영이와 하진이가 건강히 지내며
하나님을 풍성히 경험하고 잘 자라는 시간이 되도록

4. 안전사고와 질병 및 여러 바이러스로부터
특별히 안전히 그리고 건강히 지낼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성령 하나님의 깊은 사랑과 역사가
믿음의 동역자분들에게 변함없이 가득하길
기억하며 함께 기도합니다.



2015년 6월


주종훈, 이상예, 하영, 하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