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보물창고/선교 편지

그리스도의 기억하심에 참여하는 사역

창고지기들 2015. 10. 7. 17:00

 

 

 



그리스도의 평안과 은총을 빌며 인사드립니다.

 

이곳은 오랫동안 지속되는 건조한 날씨로 인해서

붉은 흙먼지가 넓은 광야를 덮고 있습니다.
대지는 마른 바닦을 드러내고

대부분의 나무들은 빛바랜 초록색을 띠며

겨우 뿌리에 의존해서 버티고 있는듯합니다.
이러한 메마르고 건조한 날씨에 비가 내리면
이 땅은 하늘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다시 생명의 빛을 드러낼 것을 잘 압니다.

 

하나님에 의해서 시작되고 지속되는 선교에서 '기억'은
정말 중요한 사역의 방향과 원리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누군가에 의해서 '기억'된다는 것은 단지 알고 있다는 것을 넘어서서,
기억의 대상과 깊은 연합을 경험하고 삶에 원동력을 제공해줍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을 알지도 못하는 세상을 향해서

살아가고 사역하시는 동안,
하늘의 아버지가 기억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셨습니다.
하늘의 아버지가 기억하고 계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잘 아시는 그리스도께서는
하늘에 오르신 후에도 저희를 깊이 기억하고 계십니다.
그 기억으로 인해서 성령님을 허락하셨고
또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비록 홀로 있는 것 같더라도

그분이 기억하고 계시다는 위로를 받게해주십니다.

 

선교는 하나님의 백성들로 하여금
그들이 '그리스도의 기억'속에 있는

귀하고 가치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사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서는 비록 초라하고, 무시받고,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리스도에 의해서 기억되는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확신시켜주는 일이

선교의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섬기는 기관에는 오랜 사역을 마무리하고

최근에 은퇴한 케냐의 한 교수님이 계십니다.
이 분은 이곳 케냐의 큰 교단 총회장을 역임했고,

신학교의 교장으로 섬겼으며, 
마지막 10여년을 다시 평범한 강사로

한 학교에서 목회자들을 지도한 후
지난 7월 은퇴를 했습니다.

1980년대 케냐에서 신학을 공부해서

석사 과정을 받은 사람의 숫자는 손가락 수보다 적습니다.
이 분은 젊은 시절 그렇게 탁월한 인재 가운데 한 분으로

교육받고 가르치는 사역을 오랫동안 해오셨습니다.
화려한 경력도, 이력도, 그리고 경험도 있었던

이 분의 헌신과 수고는 대단합니다.


하지만 이 분이 은퇴할 때는 어떤 공식적인 순서도 없었고,
또 그 사역을 회고하며 감사하다는 표현도 없었습니다.
쓸쓸히 자신이 섬기던 자리를 떠나는 이 분의 모습을 바라보며
저는 "주님이 그 분을 기억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 사람들을 대신해서
이 분을 초청하여 조촐하게나마 그리스도께서 이 분의 삶과 사역을

기억하고 계신다는 것을 표현을 했습니다.


기능적으로 보면 나이가 많이 든 그리고 별로 새로운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그런 사람으로 볼 수 있지만,
그리스도께서 여전히 이 분을 소중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기억하고 계시다는 것을 "표현하는 일"도 중요하고,
그것이 선교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고 실천했습니다.



 

 




이와 아울러, 제가 이번 학기에 가르치는 내용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온전히 선포하게 하는 설교,
그리스도와 깊은 연합에 이르는 영성,

그리고 성경에 근거한 목회 사역의 원리와 실천입니다.
이 사역을 하면서 저는

초라해보이고, 연약해 보이고,

경제적으로 늘 의존하고 있는 목회자들이
그리스도에 의해서 얼마나 소중히

그리고 깊게 기억되고 있는 자들인지를

다시금 확신하고 있습니다.


저의 사역은 단지 지식을 전할뿐만 아니라,

매주 만나서 배움의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이들이
그리스도의 깊은 기억의 대상이라는 확신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한 그리스도의 기억이
그들에게 큰 힘이 되고 소망이 되는 경험을 이끄는 사역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저와 저희 가족들이 이곳에서 살아가며 공급받는 힘은
그리스도께서 저희를 기억하고 계시며
그러한 기억이 사랑하는 믿음의 동역자분들을 통해서 전달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저 평범한 가족이고 별 것 아닌 사람들로 살아가는 저희들을

그리스도의 기억을 따라 기억해주시고,
그 기억에 따른 관심을 풍부한 사랑으로 표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스도의 기억 속에 함께 포함되고

그러한 기억을 삶의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귀중한 선교 사역이
사랑하는 동역자분들과 저희 가족들의 삶에

지속적으로 드러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저희를 향한 '기억의 사랑'을 드러내실 때

다음과 같이 기도해주시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1. 아프리카 목회자들을 바른 신학과 복음의 일군으로 양육하기 위한

지혜와 능력 그리고 분력력을 지닐 수 있도록(주종훈)


2. 말씀 묵상과 삶의 나눔을 통한 사역에

주님의 위로와 지혜 그리고 인도하심 가득하도록(이상예)


3. 가족들의 건강(이상예-당뇨,고지혈/주종훈-잇몸/하영-비염)과

안전이 하나님의 돌보심 가운데 허락되도록


4. 하영이(10학년)가 더욱 지혜롭고 바른 소망을 갖고 학업하며

주변을 돌보는 봉사의 기회도 갖을 수 있도록


5. 하진이(5학년)가 집중력과 이해력이 더욱 향상되고

하나님을 향한 삶의 비전을 구체화하며 잘 성장해 가도록


6. 안전사고와 질병으로부터 보호해주시고,

삶과 사역의 연장을 위해 필요한 비자 갱신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도록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15년 10월에
주종훈, 이상예, 하영, 하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