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보물창고/선교 편지

케냐에서 경험하는 십자가의 길 그리고 선교

창고지기들 2015. 3. 30. 17:20

 

 

 


그리스도께서 죽음으로 향하시는 길에 들어서는

종려주일을 앞두고 인사드립니다.

 

기독교 신앙에서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

이 땅에서 사역하신 것,

그리고 아버지 곁에 계시며 역사하시는 것,

모두 우리에게 축복이라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보다 참기 어려운 것도 없을 것입니다.

가장 초라한 짐승의 집에서 태어나셨고,

머리 둘 곳조차 없이 살아가셨으며,

죽음으로 향하는 길을 받아들이셨고,

결국 사랑하는 자들 곁을

직접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신앙은 멀리서 거리를 두고 보면

아름다운 축복의 과정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직접 받아들이며 참여하면

때로 초라하고 불편하기 그지 없는

현실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그리스도께서 직접 보이시고,

우리가 따라야할 길이라고 가르치신 진리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스스로 불편하고

어둠이 가득한 현실로 향하는 과정에

연민에 빠져들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고난과 죽음의 과정으로 향하는 길에서,

자신의 자리와 선택을 후회하거나 불평하지 않으셨고,

더욱 아버지를 향하며 그 길을 받아들이셨고,

 걸어가셨습니다.

 


이곳 케냐의 사람들과 함께 살고

기독교 지도자들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모든 삶은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의 과정을

더욱 선명하게 바라보는 과정입니다.

어렵고 힘겨운 삶의 현실에서

장차 주어질 더 나은 삶을 꿈꾸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주어진 삶의 현실과 과정에서

그리스도를 더욱 가까이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막연한 기대와 낭만적인 동경을 갖고 시작했던 선교의 길은

이제 복잡하고 어렵고 힘겨운 삶의 현실 속에서

그리스도를 찾는 과정으로 변했습니다.

저는 이곳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숨긴채,

부활의 메시지를 전하는

잘못된 복음을 전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칩니다.

가난, 부정한 사회 구조, 열악한 환경과 위생,

헌신적인 리더십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그 가운데서 죽음을 선택하신 그리스도의 모습이

보여질 수 있는 확신과 믿음을 갖고

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때로는 견딥니다.

 


특별히, 이곳에서 기독교 지도자들을 양육하고,

목회자들에게 필요한 사역의 자료들을 제공하는 일들은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에 대한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쉬운 길 곧 쉽게 가난을 벗어나는 방법,

현실적으로 주어지는 번영의 지름길,

하나님 없이도 모든 것을 향상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논리에

교회가 물들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여건에서도 저는 아프리카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흔들림 없이 하나님의 양식 곧 복음을 순전하게 전달하고,

왜곡된 가치에 병들어 있는 성도들을 잘 치유하고,

신학의 부재로 인해 잘못된 길을 걷는

교회를 보호할 수 있도록 사역하는 일에 집중하려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이끄시는

이러한 삶과 사역의 과정에

변함없는 사랑과 격려

그리고 지원을 해주시는 믿음의 동역자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와 저희 가족들이 스스로 깊은 연민에 빠져

이러한 사역의 과정에서 방향성을 상실하지 않고

주님의 길에 바르게 참여해 가도록

다음과 같이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는 여러분들의 간절한 기도와 동역이

얼마나 크게 역사하는지 이곳에서 늘 경험하며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1. AIU에서 기독교 지도자들을 양육하는 사역에 지혜,

인격적 리더십, 확신, 그리고 분명한 언어 사용과

성령의 인도하심 가득하도록(주종훈)


2. 말씀 묵상과 나눔을 통한 회복 사역에

그리스도께서 이끄시는 위로와

성령의 열매들이 더욱 풍성해지도록(이상예)


3. 하영(9학년)이가 학업 성장과 함께

더욱 지혜롭고 담대하게 자라가며,

하진(4학년)이가 집중력이 향상되고

학교에 잘 적응하며

용기있는 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4. 지속적으로 불안해지는 치안과

여러 위협(질병, 바이러스, 강도와 안전사고)으로부터

안전을 유지하는 삶이 지속되도록

기도해주시길 겸손히 부탁드립니다.

 

 


고난 주간 주님의 길을 함께 참여하면서

 

2015년 3월

주종훈, 이상예, 하영, 하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