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의 막바지에 다달해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음반이 있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마태수난곡.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Philippe Herreweghe가 1985년 이후,
그러니까 1999년에 새롭게 녹음한 것이다.
(이 음반에 대한 찬사는
그야말로 억수같이 쏟아졌더랬다.ㅎ~)
수난곡이란...
예수그리스도의 최후의 만찬부터
십자가의 수난까지 다룬 극음악을 말하는데,
마태복음에 기초 했다고 해서 '마태수난곡'이라 불린다.
바흐의 마태수난곡은
독중창과 합창과 관현악을 합하여 총 3시간 길이로,
복음사가(에반젤리스트)의 레치타티보(서창)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특별히 이 음반의 알토를 맡은 사람은
그 이름도 유명한 카운트 테너
안드레아스 숄(Andreas Scholl)!
알토를 맡아 열창(!)한 숄의 유명세로 인하여
이 음반은 대중에게 보다 친밀하게 어필하게 되었다.
오늘 아침에 나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던
그 아름다운 아리아 Erbarme Dich....
Erbarme dich,
Mein Gott, um meinder Zahren willen;
Schaue hier,
Herz und Auge weint vor dir
Bitterlich.
Erbarme dich,
Mein Gott, um meinder Zahren willen.
Have mercy,
My God, for my tear's sake;
Look hither,
Heart and eyes weep bitterly
Before Thee.
Have mercy,
My God, for my tear's sake.
안드레아스 숄의 애잔하면서도
비브라토 없는 단백한 노랫소리를 따라
나는 그리스도를 부인했던
베드로의 마음 한켠에 문득(!) 가닿게 되었고,
그래서 그만... 울컥 눈물을 쏟고 말았다....
#Mar. 20. 2008. 고난주간에 by 이.상.예.
===================(5년 후)=====================
이 음반을 풀러 북스토어에서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내 딴엔 무척 거금을 들여 데려왔었는데,
해마다 이 맘 때면 즐겨 들었던지라
값을 톡톡히 했던 효자 음반이었다.
허나 지금은 더이상 듣지 못한다.
케냐로 올 때 녀석을
미국에 억지로 떼어놓고 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난 주간이 되자
녀석이 더욱 간절해진다.ㅜㅠ
앨범 표지를 보면서
하진군이 제법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Jesus, 불쌍해!"
"괜찮아! 예수님은 다시 살아나셨으니까!"
나는 서둘러 부활을 말해버렸다.
하진군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을
재빨리 씻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부활을 노래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고통스러운 십자가와
끔찍한 죽음을 이야기할 때다.
십자가 없는 부활,
죽음 없는 부활은 가짜이기에 말이다.
Erbarme dich,
Mein Gott, um meinder Zahren willen!
#Mar. 25. 2013.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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