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poeM

숨바꼭질

창고지기들 2020. 7. 11. 15:40

 

 

 

 

숨바꼭질

 



공작의 깃털 속
아르고스의 것일 수 없는
수백억 당신의 눈
애써 피하려던 숨바꼭질
아주 마감되는 순간,
못 찾겠다, 꾀꼬리!
숨기고 감추고 위장하던
온갖 노동에 손 털고
萬物 훤히 꿰뚫는
당신의 시야에 놓이면
세상 무섭고도 편안합니다.

 


허락도 하셨기에
숨을 수도 있었다는
당신의 참 뜻이
파도처럼 밀려들어
마음을 파랗게 적십니다.
스스로 
기꺼이 
발견되기 까지
오래도록
술래이길 마다하지 않았던 당신이건만
혹시 나를 잊은 것은 아닐까?
조급히 오해하던 저였습니다.

 


못다 숨고 나와서
되려 술래를 찾고 
종일 기다리던 어느 날
한 시도 잊어본 적 없다는 
당신 목소리
못 찾겠다, 꾀꼬리!
귓불을 타고 흘러드는
루아흐 빨간 숨결
양 볼 붉게 물들이는데.
숨어있던 자리마다
이미 찾아와 계시던 당신이건만
숨기에 급급했던 눈
또렷한 당신을 어렴풋이
간과했던 것일 테지요.

 


萬事에 기한이 있듯
놀이에도 끝은 있고
더 이상 술래 아닌 당신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
못 찾겠다, 꾀꼬리!
세상 차가운 따뜻함이
붉고도 푸르게 출렁입니다.

 

 



#Jul. 10. 2020. 사진& 시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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