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歸鄕)
당신 안에서
고향을 잃어버린 나는
시계 토끼입니다.
길이 되어버린 당신을 쫓느라
바쁘다 바뻐
숨은 차고
발은 부르텄어도
갈 길이 구만리랍니다.
본향으로 가는 길은
그 자체가 본향이라시니
더러 걸려 넘어지거나,
해진 운동화 잠깐 벗고
빨랫줄에 걸린 양말마냥
난작난작 곯아떨어진다 한들
아주 등지실 당신은 아니겠지요.
이윽고
자명종 같은 당신 손
겨를 없이 흔들어 도울 것이니.
당신과 함께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
회중시계 챙기듯
당신을 꼭 붙든 내 귀향은
나의 임자를
고스란히 기다리게 하는 일.
그대 와락 품으실 때까지
낙오(落伍) 아니 되도록
그대에게 붙들려
파란 많은 길이어도
남김없이 완주할 저입니다.
#Aug. 14. 2020. 사진 & 시 by 이.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