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arT

조시 그로반의 Alejate

창고지기들 2013. 11. 5. 17:05

 

 

 

 

#1.

 

 

 

2005년 어느 날,

이리저리 굴러다니던

CD 카피를 우연찮게 틀었다.

'The Prayer'가 흘러나왔다.

 

 

 

팝페라계의 아이돌(?!)

조시 그로반(Josh Groban)과

샬롯 처치(Charlotte Church)가 만들어내는

달콤한 앙상블에 나는 단번에 매료되었다.

곧 바로 도토리 5개로 이 노래를 구입해서

싸이홈피 BGM으로 걸어놓을 정도로 말이다.

 

 

 

그 시절 나는

라 미라다(La Mirada)에 살면서

생활고와 외로움과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버티는 것을 목적으로 근근이 살아가던 내게

‘The Prayer'는 한여름 뙤약볕에 불어오는

한 움큼의 시원한 바람이었다.

 

 

 

 

#2.

 

 

 

올해 초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봄맞이 벼룩시장이 열렸다.

시큰둥한 내 눈에 CD 하나가 들어왔다.

 

 

 

Josh Groban!

 

 

 

이것저것 잴 것 없이

나는 100실링을 투척한 후,

녀석을 품에 안았다.

조시 그로반의 1집 앨범인 ‘Josh Groban'은

그야말로 주옥같은 곡들이 담겨있었는데,

'The Prayer'는

앨범의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었다.ㅎ~

 

 

 

따가운 햇볕이

마음마저 바짝 말려버리는 오후가 되면

가만히 조시 그로반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곤 한다.

조시의 음색에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욱신거리던 마음도 얼마간 진정이 되니 말이다.^^

 

 

 

듣고 또 듣기를 반복하는 중에

자꾸 마음이 가는 노래가 있다.

그것은 6번 트랙에 자리를 잡고 있는

‘Alejate(Go away)'라는 스페니쉬 노래다.

기타 소리와 조시 그로반의 음색이 만들어내는

멜랑콜리함이 마음의 결들을

알뜰하게 어루만져준다.

 

 

 

 

Alejate

(떠나버려요)

 

 

 

Jamas senti en el alma tanto amor

(내 영혼 속에 이렇게 깊은 사랑이 있었는지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Y nadie mas que tu, me amo

(단지 당신만이 나를 사랑했죠.)

Por ti rei y llore, renaci tambien

(당신 덕분에 난 웃고 울었고, 또한 다시 태어났죠.)

Lo que tuve di, por tenerte aqui

(내가 가졌던 것을 당신이 여기에 있게 만드는데 썼죠.)

Ya se que despedirnos es mejor

(이별을 말하는 게 최선이라는 건 알아요.)

Sufriendo pagare mi error

(내 실수에 대한 대가로 고통을 겪어야겠죠.)

Ya nada sera igual, lo tengo que aceptar

(아무 것도 똑같지 않을 거예요. 난 받아들여야겠죠.)

Ya hallar la fuerza en mi para este adios

(이 이별을 견디기 위해 내 안의 강인함을 찾아야겠죠.)

 

Alejate, no puedo mas

(떠나버려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요.)

Ya no hay manera de volver el tiempo atras

(시간을 되돌아갈 방법은 아무 것도 없어요.)

Olvidate de mi

(나에 대한 것은 잊어주세요.)

Y dejame seguir a solas con mi soledad

(그리고 나의 고독과 함께 홀로 떠나도록 해 주세요.)

 

 

 

Alejate, ya dime adios

(떠나버려요, 가면서 작별 인사나 해 주세요.)

Y me resignare a seguir sin tu calor

(당신의 사랑 없이 가야 하는 것에 나 자신을 맡기겠어요.)

Y jamas entedere que fue lo que paso

(난 이런 상황을 절대 이해하지 않을 거예요.)

Si nada puedo hacer, alejate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면 떠나버려요.)

 

 

 

 

#3.

 

어느 날,

이 노래만 반복해서 듣고 있던 내게

하영양이 물었다.

 

 

 

 

“알레하떼(Alejate)가 무슨 뜻이야?”

 

 

 

“Go away이라는 뜻이래!”

 

 

 

“어쩜, 꺼지라는 말을 이렇게 우아하게 하냐?”

 

 

 

“하하하! 그러게!"

 

 

 

 

조시 그로반의 목소리처럼

다정하고 부드럽고 우아한 이별이 있을까?

차라리 이별은 전쟁에 가깝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조시 그로반의 목소리는

사기성이 농후하다.ㅋ~

 

 

 

사사기를 통해서

“전쟁을 알지 못하는 네게

전쟁을 가르쳐 알게 하겠다!”는

그 분의 말씀이 임한 후,

나는 수많은 전쟁에 시달려왔다.

이제 잠시 휴전 중이니

조시 그로반의 목소리를 잠깐만 더 듣고,

이별할 것들과는 가차 없이

매정하고, 싸늘하고,

투박하게 이별해야 할 것이다.

 

 

 

 

 

#Nov. 5. 2013.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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