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음식을 만들고,
그릇을 씻어내기를 반복하는
분주한 공간, 부엌.
그런 부엌에서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사용되는 도구가 있다면
가스스토브, 프라이팬,
냄비 등일 것이다.
매일 사용하다보면
가스스토브나 프라이팬엔
어느 샌가 잘 지워지지 않는
기름때가 끼기 마련이다.
매일 반복하는 일상에
매너리즘이 끼어드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기름때가 낀 도구로
매일 만들어 내는 음식은
특별한 손님이나 온다면 모를까
대부분 거의 비슷비슷한
그 반찬에 그 밥이다.
이러한 식생활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레위기 본문을 읽다보면
부엌에서 사용하는 도구들과
음식 재료들이 등장한다.
화덕, 철판, 냄비.
기름, 고운 곡식 가루.
이스라엘 백성들은 부엌에서
이와 같은 평범한 도구와 재료로
무교병이나 무교전병을 만들어서
하나님께 소제의 예물로 바쳤다.
이 때 주의 사항은 누룩을
반드시 넣지 않는 것이다.
누룩만 제외한다면
평범한 사람들은
그들의 부엌에서 만든 음식을
하나님과 나누면서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네가 화덕에 구운 것으로
소제의 예물을 드리려거든
고운 가루에 기름을
섞어 만든 무교병이나
기름을 바른 무교전병을
드릴 것이요
철판에 부친 것으로
소제의 예물을 드리려거든
고운 가루에 누룩을 넣지 말고 기름을 섞어
조각으로 나누고 그 위에 기름을 부을지니
이는 소제라
네가 냄비의 것으로
소제를 드리려거든
고운 가루와 기름을
섞어 만들지니라.’
(레위기2:4-7)
누룩을 넣지 않은
거칠고 평범한 무교병과 무교전병을
백성들과 함께 드시는 하나님!
그렇게 이스라엘의 왕 하나님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부엌에서 만들어진
평범한 음식을 함께 나누기를
즐거워하셨던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과
음식을 나눈 사람의 부엌은
왕실의 수라간이 되고,
무교병을 굽던 무명의 여인은
어느새 대장금이 되어 버린다.
식탁에서 말씀을 묵상하다가
문득 우리 가정의 부엌을 둘러본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식기 도구들,
잘 정리 되지 않은 양념 통들과
여기저기 널려있는 먹을거리들.
유일하신 왕께서
이런 곳에서 만든 음식에 관심을 가지시고
또 이런 음식을 함께 나누길 원하신다니!
갑자기 마음이 울컥해진다.
진수성찬을 요구하는
어쩌다 한 번 오는
특별한 손님이 아니라
보잘것없는 프라이팬이나
냄비로 만든 소박한 음식을
가족처럼 매일 함께 나누면서
깊은 인격적인 교제를 하길 원하시는
왕이 바로 나의 왕이라니 말이다.
나의 부엌은
왕을 대접하는
왕실의 수라간이다.
그래서 나는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쌀을 씻어 안친 뒤,
신 김치에 참치를 넣어
보글보글 김치찌개를 끓이면서
계란 풀어 노랗게 계란말이를 부쳐낸다.
뜸이 잘든 고슬고슬한 밥을
준비한 찌개와 반찬과 함께 식탁에 놓고
가족들을 부른다.
음식을 앞에 두고 앉자
그 분의 임재가 더욱 충만해 진다.
우리는 그 분의 임재 안에서
저절로 손을 모은다.
그리고 우리에게 음식을 주시고,
또 이 자리에서 계셔서
우리와 함께 교제하시면서
우리에게 기쁨을 주시는
우리의 왕께 감사를 드리며
음식을 맛있게 누린다.
흐음~
“가난한 자들의 음식을 함께 나누시며
가난한 자들과 함께 교제하기를
기뻐하시는 하나님!
당신의 임재로 가득한 이 부엌은
온전히 당신을 예배하는 곳이오니
헤세드의 하나님 홀로
감사와 찬송과 영광을 받으소서!”
#Oct. 6. 2011.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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