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tory

즐거운 레위기

창고지기들 2011. 10. 16. 03:37

 

 

 

 

천로역정의 주인공 크리스챤은

멸망의 도시를 떠나 온순씨와 함께

천성으로의 순례를 시작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그만 ‘절망의 늪’에 빠지게 된다.

 

온순씨는 천성으로 가다가 이렇게 죽느니

다시 멸망의 도시로

돌아가겠다고 한탄을 한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절망의 늪에서 빠져간 뒤,

정말 멸망의 도시를 향해 줄행랑을 친다.

 

한편, 무거운 짐을 지고 있던 크리스챤는

도움씨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절망의 늪에서 빠져나온 뒤,

회개하면서 다시 천성을 향해 나아간다.

 

 

 

알레고리 형식의 이 이야기는

특별히 성경통독과 관련해서 대입해볼 때

참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성경통독을 결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창세기로부터 시작하곤 한다.

창세기와 출애굽기 18장 까지는

내러티브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어려움 없이 성경을 읽어간다.

 

 

그러나 출애굽기 19장부터 레위기를 지나

민수기 10장까지 이어지는 부분에 와서는

대부분 절망의 늪에 빠져버린다.

이 때 많은 사람들은 온순씨처럼

성경 읽기를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도움씨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절망의 늪을 벗어나서 계속해서

요한 계시록까지의 통독을 진행해 나간다.

(주는 우리의 도움! 할렐루야!!)

 

 

 

 

출애굽기 19장부터 시작해서

레위기를 지나 민수기 1장부터 10장까지는

서사적이고 동사적인 형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설명적이고 형용사적인 형식의 성막 짓는 것과

각종 법과 규례와 명령에 관한 내용이다.

그러니 읽어나가기에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레위기는 위치적으로

정말 핵심적인 책이다.

왜냐하면 레위기는

모세오경의 정 가운데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레위기는 모세오경의 꽃인 것이다.ㅎ~

(출애굽기 18장-40장과

민수기 1장-10장은

레위기라는 꽃을 싸고 있는

꽃받침쯤 되지 않을까?ㅋ)

 

 

 

레위기는 출애굽 한 백성들이

시내 산에 도착한 후 1년 정도 머물면서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뒤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말씀을 기록한 책이다.

이러한 레위기의 내용은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백성들이

어떻게 하나님과

교제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즉, 하나님과 교제하는 방법에 관한

일종의 매뉴얼을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이스라엘은 시내 산에서

1년 동안 머물면서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는 법,

더 나아가 하나님과

친밀히 교제하는 법을 배웠던 것이다.

 

 

 

 

 

우리 가정은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일 년여 가량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중이다.

마치 출애굽 한 이스라엘이

시내 산에서 일 년 동안

정체되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늘 동사로 움직이던 삶의 여정이

처음으로 형용사로 정체되기 시작했을 때는

마치 레위기를 통독하는 것처럼

난해하고 지루했다.

그래서 말씀하지 않으시는 것 같은

그 분을 참지 못하고

금으로 송아지라도 만들고 싶어서

안달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돌아다보니

그 동안 정체되어 보였던 지난 일 년은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교훈과 가르침을 받는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특별히 올 유월까지 그 분은

지금까지 열심히 섬겨왔던

사역의 문들을 하나씩 닫게 하셨다.

그리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그 분은

나를 철저하게 홀로 두고 계신다.

그렇게 나는 그 분의 임재 안에서

철저히 홀로되는 고독을 배우고 있다.

(이것이 그 분이 내게 개인적으로 베푸시는

선교 훈련인 듯싶다.)

 

 

 

그런데 이 와중에 그 분은

내게 레위기 묵상을 허락해 주셨다.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서

그 분과 교제하면서 의와 평강과 희락을

누리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으셨던 것이리라!

 

그래서 나는 레위기가 즐겁다.

새벽마다 일어나서

레위기 안으로 들어가서

그 분과 함께 교제하는 것이 기쁘고,

더 깊이 교제하는 법을

그분으로부터 친히

배울 수 있어서 즐겁다.

 

 

 

앞으로 걷게 될

크고 거친 광야에서의 여정은

분명 만만하지도 쉽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이 회막과 같이 가는 길이요,

각종 제사와 법도와 규례와

명령이 지배하는 길이라면,

그 길은 그 자체로

천국임을 깨닫게 하신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여호와께 예물을 드리려거든

가축 중에서 소나 양으로 예물을 드릴지니라.

그 예물이 소의 번제이면 흠 없는 수컷으로

회막 문에서 여호와 앞에

기쁘게 받으시도록 드릴지니라.”

(레위기1:2-3)

 

 

 

매일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이

하나님의 임재로 충만한 예배가 될 때

그 일상은 하나님이 즐겨 받으시는

번제가 될 것이다.

 

그렇게 나의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이

그 분을 향한 번제가 되고,

그 분이 베푸시는 레위기가 되길 소망하며

그 분의 임재를 이전보다 더욱

간절히 갈망하게 되는 날들이다.

 

 

키리에 엘레이손!

 

 

 

 

 

#Oct. 15. 2011.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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