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른스트프리트 하니슈, 에바 분더러의 책,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를 읽고.
기본욕구가 지속적으로 충족되지 못하면 마음의 평정은 위험에 처하고, 그 결과 신체적 건강도 위협받는다. -본서 중에서
낙타와 바늘구멍의 비유에 비견할 만한 것을 만났다.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라니. 이러한 비유를 제목과 모티브로 삼은 것은 독자의 흥미 유발과 이해를 돕는다는 점에서 꽤 영리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모기는 무엇이고,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는 무엇이며, 이 모순적 비유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모기란 각 개인에게 알레르기적인 반응을 촉발시키는 지극히 사소한 일을 말한다. 그리고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란 사소한 일에 발작적 반응(분노, 짜증, 긴장 등)을 일으키게 하는 숨은 원동력, 곧 손상된 기본 욕구와 자기보호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결국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는 사소한 일에 비정상적일 만큼 부정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실마리로, 원가정(原家庭)에서 입은 기본적 욕구 손상과 그에 따라 만들어낸 자기보호 프로그램(심리적 기제)을 발견하고 그것을 교정함으로써, 자신과 다른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의식하는 동시에 자신의 에너지를 자기가 원하는 곳에 집중함으로써 이전 보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이 책은 프로이트를 토대로 한 심리 분석(결과를 통해 원인을 유추하는, 상당한 오류를 처음부터 안고 시작하는 위험한 분석임에도 꾸준히 각광받고 있는)을 독자로 하여금 직접 해보도록 요구하는 일종의 워크북(work book) 성격을 갖는다. 워크북이라는 특성으로 인하여 개인적으로 독서의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잘 읽어내기 위해서 책에서 시키는 대로 나만의 모기와 코끼리를 찾아내기 위해 과거, 그것도 상처받은 아픈 과거를 헤집고 돌아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책이 소개하는 7가지 기본욕구는 다음과 같다.
1. 애착, 보호, 안전, 소속감, 이해의 욕구
2. 인정과 존중의 욕구
3. 공평한 대우와 정의의 욕구
4. 성애와 성적 욕구
5. 안정의 욕구
6. 호기심의 욕구
7. 자존심, 자율성, 경계 설정, 자기 능력에 대한 믿음의 욕구
이들 기본욕구는 변증법적으로 균형을 맞추면서 함께 존재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처한 삶의 현실은 기본욕구들을 끊임없이 손상시키는 곳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반복되는 욕구 손상으로부터 자신을 전략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 자기보호 프로그램을 만든다. 자기 나름의 완강한 신념과 행동 패턴을 만들어 그것으로 자신을 지키려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와 같은 자기보호 프로그램은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장기적으로는 자신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해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책의 안내를 따라 따져보니, 나의 경우는 동등한 대우와 공평함, 인정과 존중, 그리고 자율성의 손상이 다른 것들과 비교해서 컸다. 그에 따라 나는 차별과 무시를 당해도 꾹 참고 순종하는 자기 이미지(70년대에 태어난 딸들에게 강요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타자에 대해서는 대개 무식하고 무례하고 불공정하며 믿을 만 하지 못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는 결과적으로 내 자신에 대한 무시와 비난, 타인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갖게 하면서 일정한 행동 패턴을 고착시켜왔다.
당신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무기력하고 의존적인 나는 과거일 뿐이야. 이제 나는 성인이 되었고 다양한 강점과 가능성을 갖고 있어. 지금 나는 내가 느끼고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을 표현할 수 있고 표현해도 돼” 기본적으로 우리는 과거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본서 중에서
책은 베레나 카스트(Verena Kast)의 ‘기쁨의 이력서(Freuden-Biographie)’, 즉 오로지 기쁨에만 초점을 둔 아동기를 재구성해보라고 조언해준다. 선물과 같은 친절의 경험들을 퍼즐 조각 삼아 자신의 대한 호의적인 이미지 구축법을 익히라고 한다. 자신과 타자에 대한 이미지는 그때그때 경험의 배후관계에 따른 시각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기쁨의 이력으로 얼마든지 교정 가능하다는 것이다.
책을 통하여 나는 나의 코끼리를 길들이기 위하여 나름의 교정 수칙을 마련해보았다.
1. 종업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웃으면서 천천히 상대하기
2. 취향과 패션에 대한 나의 호기심을 누가 뭐라 해도 고수하기
3.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편으로써 자동차 운전을 생활화하기
4. 소그룹에서 리더가 아닌 그룹원의 자리를 받아들이고 누리기
워크북을 닫고 나오자 마침 맞아주는 노래가 있었다. 나는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기다리고 있던 다음 책을 만나 악수를 청했다.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버렸죠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Feb. 24. 2024.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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