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스텀 커피
그것은 차라리 멜링콜리.
나는 멜랑콜리를 마시러 그 곳에 간다.
블루그린 한 복판에 앉아서
스팀 밀크에 버무려진 에스프레소를 한 모금.
뭐지?!
작정하고 밀고 들어온 단단한 에스프레소가
이렇게 쉽게 부드러워진다고?
대체 단단한 맛의 중간층을
어떻게 그렇게 빨리 무너뜨리는 거지?
그것은 차라리 미학.
나는 조르조 데 키리코를 마시러 그 곳에 간다.
그의 그림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블루그린 위에 가만히 앉아서
라떼를 온 몸에 걸친다.
꼭 이 만큼만 부드러워져라.
단단한 내 마음이여.
#Dec. 2. 2023.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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