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

커스텀 커피

창고지기들 2023. 12. 2. 12:57

 

 

커스텀 커피

 

 

그것은 차라리 멜링콜리.

나는 멜랑콜리를 마시러 그 곳에 간다.

블루그린 한 복판에 앉아서

스팀 밀크에 버무려진 에스프레소를 한 모금.

 

뭐지?!

작정하고 밀고 들어온 단단한 에스프레소가

이렇게 쉽게 부드러워진다고?

대체 단단한 맛의 중간층을

어떻게 그렇게 빨리 무너뜨리는 거지? 

 

그것은 차라리 미학.

나는 조르조 데 키리코를 마시러 그 곳에 간다.

그의 그림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블루그린 위에 가만히 앉아서

라떼를 온 몸에 걸친다.

 

꼭 이 만큼만 부드러워져라.

단단한 내 마음이여.

 

 

 

 

#Dec. 2. 2023.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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