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booK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

창고지기들 2023. 10. 14. 12:08

 

 

 

 

로버트 뱅크스의 책,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

 

 

교회가 다니기만 하는 곳이 된 지 오래다. 가만 있자, 그 보다 더 훨씬 오래된 것은 교회가 사역하는 곳이었다는 것이로군. 이 둘 사이를 인과관계로 묶어본다면, 교회에서 사역하지 않는 까닭에 교회가 다니기만 하는 곳이 되어버렸다는 얘긴가? 어쨌든 분명한 것은 특정 교회의 정식 등록 교인이 되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내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니기만 하는 교회의 예배를 통해서도 나는 은혜를 경험하는 중이다.ㅠㅠ

 

다니기만 하는 교회의 예배는 구경의 대상일 뿐이다. 다니기만 하는 교회의 예배에 참여하려면 일정 기간 꾸준히 다녀야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적당한 참여일 뿐 전적인 참여라고는 할 수 없다. 적당한 참여에도 물론, 은혜는 있다. 예배의 대상이신 주님이 워낙 자비하신 까닭이다. 그러나 헌신 없는 참여는 참 기쁨과 찐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예배를 통해 은혜를 맛보아도 금세 허기가 지는 것일 테다.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는 역사적 자료들과 작가의 상상력으로 복원한 초대교회의 예배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1세기 로마를 배경으로 마케도니아 빌립보 출신인 푸블리우스가 오랜 친구 글레멘드와 유오디아의 인도로 아굴라와 브리스가의 정기적인 저녁 초대에 참여한다. 책은 초대교회 예배의 시작이 푸블리우스가 집에 들어서서 서로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려준다. 

 

이후 이야기는 푸블리우스의 관찰을 통해 전개된다. 브리스가의 인도로 참여자들이 각자 정해진 자리로 안내를 받은 후, 집주인이 빵을 쪼개며 감사 기도하는 것으로부터 만찬이 시작된다. 참여한 열아홉 명의 사람들은 종과 주인, 여자와 남자, 가난한 자와 부자, 아이와 어른과 노인, 가족과 독신 등 다양하다. 식사를 하면서 사람들은 해방과 자유, 세상과 교회, 직업 소명과 신분 등에 대한 이야기와 토론을 자유롭게 즐긴다.

 

 

아굴라가 말을 이었다. “그분은 육체로는 이 방에 우리와 함께 계시지 않지만 분명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이 빵으로 시작하여(이때 그는 빵을 큼지막하게 잘라 손님들에게 돌렸다) 함께 먹으면서, 또한 먹는 가운데 서로 나누는 사귐을 통하여, ‘우리’는 그분을 우리 안에서 직접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는 짧은 기도-이를 기도라 일컬을 수 있다면-로 모든 순서를 마무리했다. 내가 판단하기로는 모든 일이 바로 삶의 자리에서 이루어졌고, 또 평범한 목소리로 진행되었다. -본서 중에서

 

 

사람들이 친교를 나누는 동안에 늦게 도착한 노예 신분인 사람이 친구를 데려와 그들을 위해 미리 덜어 놓은 음식을 대접 받는다. 이미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노예에서 해방될 처지에 놓여있는 루시아의 일을 말씀 안에서 서로 의논하고, 한 소녀는 자작곡한 찬양을 사람들 앞에서 부르고, 아이들은 자유롭게 놀이를 한다. 어른들이 간단한 기도와 모두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른 후, 대화식 기도를 한다. 그들의 기도는 마치 가까운 친구에게 건네는 일상적인 말투로 이어진다. 특별히 새로 교회의 일원이 된 두로가 더듬거리며 감사를 전하자, 각 가족의 가장을 포함한 한두 명이 두로의 머리에 손을 얹고 환영하면서, 앞으로 그를 돌보아주겠다는 서약을 한다. 이에 두로는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어느새 날이 어두워지고 등불 아래 편한 자세로 앉은 사람들은 아굴라의 은사에 대한 가르침을 듣는다. 그리고 성령의 인도대로 자신의 감동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권면한 뒤, 기도하면서 모임을 마친다.

 

이 책은 결국 오래 전에 사라진 공동체인 드림 청년부를 소환해냈다. 영 커플(?!)들의 공동체였는데, 돌이켜 보면 책에서 선보여주고 있는 초대 교회 모습과 가장 흡사한 공동체였다. 그런 까닭에 그 당시 나는 교회 개척을 꿈꾸기도 했었다. 애석하게도 그 꿈은 무산되었고, 대신에 케냐로 우크라이나로 선교를 떠나게 되었지만.

 

갈수록 신비하게 느껴지는 것이 교회다. 동시에 갈수록 간절해지는 것도 교회다. 그럴수록 저항감이 커지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팽팽한 긴장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지 오래다. 하아, 주여, 무능력하고 게으른 자를 불쌍히만 여겨주소서!

 

 

 

#Oct. 14. 2023.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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