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

증인의 다짐

창고지기들 2023. 7. 22. 11:55

 

 

 

 

증인의 다짐

 

 

 

“여보세요? 여기는 학교인데요, 이번에 1학년 전체에서 일등을 하셔서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게 되셨어요.”

 

성적이 꽤 잘 나온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것이 장학금을 받을 정도인 줄은 몰랐다. 예상치 못한 소식을 전달받은 후, 곧바로 밀려드는 것은 뜻밖에도 감사함 보다는 불편함이었다. 

 

“쳇, 대체 또 무슨 일을 시키시려고!”

 

연 초에 수석 입학 소식을 들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어서 당황스러웠다. 그 때는 삼일 정도는 쓰고도 남을 만큼의 큰 기쁨이 입금되었는데, 이번에는 기한 내에 갚아야만 하는 마이너스 통장을 받은 것만 같았다. 대체 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까닭을 알 것도 같았다. 예상치 못한 경로로 요청된 강의로 인한 부담감이 감사와 기쁨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쪼아 먹어버린 탓이었다. 하기야 요즈음의 말씀 묵상은 대체로 기·승·전·강의로 마무리 되는 중이다. 그 만큼 요청받은 강의가 내게는 과업들 중의 과업인 셈이다.

 

 

우리는 유대인의 땅과 예루살렘에서 그가 행하신 모든 일에 증인이라(사도행전 10:39)

 

선뜻 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의’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것을 올 여름의 미션으로 받아들기 위해서 나는 치통을 앓듯이 끙끙거렸다. 그렇게 며칠을 몸부림치는 중에, 결국 주님은 묵상하고 있던 말씀을 통해 손수 통증을 잠재워주셨다. 

 

“나는 너를 강사가 아니라 증인으로 불렀다. 그러니 너의 미션은 강의가 아니라 증거란다.”

 

고온다습으로 축축하게 늘어져있던 피부에 차갑고 건조한 바람이 불어왔다. 마음의 컵이 기울어지면서 가득 차있던 부담감이 쏟아졌다. 그러나 불행히도 머지않아 귀찮음과 게으름, 완벽주의와 인정욕구가 떼로 몰려들었다. 마음의 컵에 또 다시 부담감이 스멀스멀 차오르기 시작했음은 물론이다. 그런 와중에 들려온 성적 장학금 소식이었으니, 기쁨과 감사의 이유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냉소와 불평의 빌미로 악용되었던 것이다.

 

이는 명백히 어리석은 일. 성도라면 모름지기 그 어떤 것도 감사와 기쁨을 압도하게 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그리하여 나는 사도 바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로 한다. 오늘도 뜨겁게 기뻐하고, 뜨겁게 감사하며, 붉은 태양보다 더 뜨겁게 그분과 교회를 사랑하고자 한다. 희생과 대가를 아까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완전한 사랑에 한 발 참여코자 한다. 키리에 엘레이손!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내가 다시 말하노니 기뻐하라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 주께서 가까우시니라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빌립보서 4:4-7)

 

 

 

#July. 22. 2023.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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