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저편으로 건너가자
하루는 제자들과 함께 배에 오르사
그들에게 이르시되
호수 저편으로 건너가자 하시매 이에 떠나 …
그들이 갈릴리 맞은편 거라사인의 땅에 이르러
예수께서 육지에 내리시매
그 도시 사람으로서 귀신 들린 자 하나가
예수를 만나니
(누가복음 8:22, 26-27)
이미 다 지난 일이어야 한다.
결과 위에 원인을 골라 붙여 콜라주하려면 말이다.
다양한 원인들 중 작가가 선택한 원인은
그의 의도를 반영한다.
이로써 예수께서 호수 저편으로 건너가자며
배에 오르신 이유가 낙점되었다.
귀신 들린 자를 만나기 위해서!
오래도록 벌거벗은 채
무덤 사이에 거하고(누가복음 8:27) 있었던
사람 하나를 만나기 위해서 예수님은 제자들을 거느린 채
목숨을 걸고 폭풍을 건너셨다.
귀신이 들렸다는 것은 정신이 나갔다는 말이다.
귀신, 그것도 무리를 지은 군대 귀신에게
정신이 있어야할 곳을 빼앗긴 그였다.
하지만 그를 만나기 위해 찾아오신 예수님의 등장으로
군대 귀신은 그에게서 탈출한다.
곧장 돼지 떼에게로 들어간 군대 귀신은
그것을 호수에 빠트려 몰살시킨다.
그 사이 귀신 들린 자의 나갔던 정신은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 사건 때문에
수많은 거라사인 사람들의 정신이 집단 가출을 해버린다.
몰살 된 돼지로 인한 재산상의 커다란 손실이
뒤통수를 가격한 까닭이었다.
정신 나간 자들은
일제히 예수께 떠나가시기를 간구(누가복음8:37)했다.
반면, 귀신 나간 사람, 곧 정신이 제대로 돌아온 자는
예수께 함께 있기를 간청(누가복음8:38)했다.
예수님은 정신 나간 자들의 요청을 들어주셨다.
기꺼이 배에 올라 돌아갈 채비를 하셨다.
그러나 정신이 돌아온 자의 간청은 거절하셨다.
대신에 돌아가 하나님이 행하신 큰일을 증거하라는 사명(미션)을 주셨다.
아마도 그의 일생은 사명을 따라 말씀을 증거하면서
말씀이신 그리스도와 항상 함께 하는 신비로 가득했을 것이다.
시간을 돌려 거라사인에 도착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마침 광풍이 호수를 격동시켜 배에 물이 가득 차게 된다.
만삭의 배가 침몰 직전에 이르자,
그제야 제자들은 잠 드신 예수님을 흔들어 깨운다.
예수님이 바람과 물결을 꾸짖으신다.
그리고 “너희 믿음이 어디 있느냐?”고 제자들에게 물어보신다.
질문 앞에서 제자들은 답을 하지 못한다.
대신에 서로를 향해 묻기 바쁘다.
“그가 누구이기에 바람과 물을 명하매 순종하는가?”
그들 질문에 대한 답은 어이없게도 거라사인의 군대 귀신이 내놓는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여!”(누가복음 8:28)
확실한 목표(호수 저편으로 건너가기)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배에 오르라고 인도한 분은 예수시다.
그런데 목표에 닿기도 전에 그분은 잠에 빠지셨고,
때마침 일어난 광풍으로 배는 물에 빠지기 직전에 이르렀다.
예수님의 뜻을 받들기 위해 기꺼이 배에 올랐던 제자들은
졸지에 수장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나의 목표가 아닌, 주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주께서 마련하신 배에 오른 후 겪는 일들은 죽을 고생이 다반사다.
게다가 주님의 목적이라는 것이 알고 보면,
단 한 사람을 만나는 사소한 일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목적을 이룬 후에 받는 보너스 역시
썩 꺼져달라는 박대일 때가 허다하다.
그러므로 주님을 따를 때는 각오해야한다.
자칫 잘못하면 정신이 나갈 수도 있는 까닭이다.
주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인도하심대로 배에 올랐으니
항해는 응당 순조로워야 한다거나,
수많은 군중들을 만나 그들을 주께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거나,
결론적으로 주께로 돌아온 자들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기대한다면,
정신 나가기 딱 십상이다.
이렇게 정신이 나간 자들 중에는
벌써부터 주께 떠나가시길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님의 종으로 불리는 이들이 더러 있다.
주께서 마련하신 배가 호수 건너편에 도착한 것은 얼마 전이었다.
그녀 한 사람을 만날 목적이었다.
그녀를 대면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렸다.
호수 한복판에서 만난 광풍(코로나)이 길을 막고 비켜주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러나 우리 주님은 자신의 의지로 자기 목표를 이루는 분이 아니신가!
결국, 나는 무사히 호수를 건넜고 마침내 그녀를 만났다.
“함께 말씀 묵상을 나눠봅시다!”
제안을 하는 내 목소리는 기어들어갔다.
오랜 항해에 시달리면서 주님의 뜻에 대한 확신에 흠집이 났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쨌든 미션은 이행되었다.
그 다음 일은 주님이 하실 것이다.
배를 타고 돌아오는 길은 순조로웠다.
오랜 만에 낮잠도 달게 들었다.
아직 단잠에 흠뻑 취해있었을 때,
어디선가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무거운 눈꺼풀을 으럇차차 위로 올려 실눈을 뜨고 보니,
저쪽에 잔뜩 웅크린 채 고물을 베고 잠들어 계신 주님이 보였다.
문득, 따뜻함이 느껴졌다.
주님의 겉옷이 나를 덮고 있었다.
#Feb. 19. 2022.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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