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보물창고/선교 편지

사순절 그리고 영혼의 어두운 밤

창고지기들 2012. 3. 23. 17:11

 

 

 

선교의 현장에서 그리스도를

더욱 가까이 하는 사순절 기간 동안

제게 찾아오는 가장 큰 경험은

승리와 영광의 행진이 아니라,

영혼의 어두운 밤(the dark night of the soul)입니다.

이런 경험은 이미 그리스도가 자신의 삶에서 보여주신 것입니다.

 

사역의 부르심을 받고,

그 절정에서 경험하신 것은 승리의 외침이 아니라,

처절한 고난과 죽음이었습니다. 

제가 경험하는 어두운 밤과 같은 지금의 시간이

그리스도의 모습과 삶에 비교할바도 되지 못하지만,

나름 조금씩 그분을 더욱 이해하고 의지하게 해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곳 케냐는 많은 사람들에게

동부 아프리카의 관문이라 불리우는 곳이지만,

제게는 사랑하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신하고 찾아온 하나님의 땅입니다.

이곳에서 저는 복음의 승전가를 외치고,

영적인 전리품을 거두는 삶과는

전혀 다른 과정을 지내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준비해서 가치있게

 쓸것이라 기대했던 장비(박사학위)

이곳의 토착언어인 스와힐리로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비추어

쓸모없는 종이로 보여집니다.

 

정부에서 인가받은 학교에 초청받아서 왔다는 자긍심은

예측하지 못한 비자 사건으로

저를 완벽한 외부인으로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학기에 목회자들에게

강의를 하라는 아프리카 교수님의 이 있지만

실제 강의 계획표에는 제 이름이 빠져 있어서,

무엇이 진짜 효력있는 것인지 저를 혼동시키고 있습니다.

 

하쿠나 마타타’(there is no problem; 걱정하지 마라, 문제없다)

폴레폴레’(천천히)로 알수 있다는 아프리카의 문화는

돈이 되는 일 앞에서는 한국인들보다 더 급하고 빨리 움직이는

이곳 사람들을 보면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됩니다.

 

이곳 선교지에 오면서, 많은 동역자들과 후원자들의

관심과 기도 그리고 지원을 받으면서 생활하고 있지만,

동시에 정신없이 나와 마땅히 인간적인 도리를 다하지 못한

 다른 소중한 분들에게 남긴 상처로 인해서

저의 형편없는 모습을 다시금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제가 기대하는 것은

삶의 외적 형편의 개선이나 전환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이 저에게 호감을 갖도록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수익을 창출하는

비지니스를 하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이 아니고

생명을 다루기 위해서 왔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고통스럽고 힘든 것은

외적인 상황들이 그 자체로 있지 않고

그것들이 기회를 틈타

제 영혼의 가장 깊은 부분을 건드려

존재 자체를

흔들어버리는 것입니다.

 

영혼의 어두운 밤과 깊은 터널을 보내는 이 과정에서

저는 영적으로 더욱 어린아이처럼 하나님의 품을 향하고자 합니다.

그것 외에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와 제 가정의 동역자분들에게

 다음의 기도제목을 부탁드립니다.

 

 

1.    부족한 자아를 회개하고,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나님 아버지에게 더욱 견고히 안기도록

 

2.    외적인 현실과 장벽들로 인해서 주어지는

 내적인 불안이 자아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3.    삶의 모든 방식에서 하나님을 선명히 드러내는

삶을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4.    케냐에 대한 더욱 선명한 이해를 통해서

적합하게 복음의 영향력을 드러낼 수 있도록

 

5.    겸손과 지혜로움으로

아프리카 기독교 지도자 양성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그리스도의 고통과 죽음을 더욱 선명하게 가까이 하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 연결시키는 사순절의 은총이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가득하시길 소망합니다.

 

 

 

사순절을 지내면서, 2012년 3월에

주종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