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booK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창고지기들 2020. 3. 27. 19:07







마이클 샌델의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고.



시장 만능주의는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그리스도인이 경계해야할 것들 중 하나다. 

그것이 인간 삶의 전 영역을 사고 파는 장마당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우상 맘몬의 계략이기 때문이다. 

우상 맘몬은 자기 영역, 곧 시장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그리하여 그것은 단순한 재화를 넘어서서 

상품화할 수 없는 것(상품화해서는 안 되는 것)들까지 

마구잡이로 포획하여 노예 시장으로 몰아넣는 중이다. 


예를 들면, 그것은 새치기

(대리 줄서기, 급행 진료 예약권, 우선 탑승권 등)를 상품화하여 

공정성을 뒤흔들고 있고, 

뇌물을 인센티브로 교묘하게 바꾸어 

도덕을 혼미케 하고 있으며, 

인간의 장기나 혈액, 혹은 생명 보험 등을 거래함으로 

생명을 상품으로 만드는가 하면, 

명명권(이름 짓기)을 재화로 만들어 

본질을 노골적으로 왜곡하고 훼손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기경계를 공공연히 넘어서 판을 치고 있는 

시장 만능주의가 낳는 것은 혼란과 파국이다.


이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맘몬의 계책인 시장 만능주의에 대한 반성과 고찰을 

종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읽어볼만하다. 

제목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책은 돈으로 사서는 안 되는 것들, 

그러니까 돈으로 사려해서도 안 되고 

사게 해서도 안 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것은 사회의 기본이 되는 토대 

곧 상식(?!)을 기반으로 하는 가치들로써 생명, 

인간의 존엄성, 관계, 공정성, 도덕과 윤리 의식 등을 포함한다. 

그런 가치들을 장마당에서 사고 파는 

물건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책의 주장이다.


전에는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완전히 새롭고 기발한 상품들이 출시되었을 때, 

그리고 직관적으로 그것에 거부감이 들 때 

우리는 두 가지를 질문해 보아야 한다. 

하나는 ‘이 상품 거래에 어떤 강압이나 불공정성은 없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이 상품 거래가 존재의 본연을 

부패시키고 타락시키는 면은 없는가?’이다. 


시장은 중립적인 마당이 절대 아니다. 

그것은 특정한 가치나 목적을 위해 봉사하는 장이다. 

그러므로 시장은 단순히 자유로운 선택과 운영에 의해 

사고 파는 행위만 일어나는 곳일 수 없다. 

그곳은 암묵적 강압에 의해 착취되는 편과 

폭리를 취하는 편이 나뉘는 곳이기도 하며, 

사고 팔리는 재화의 본래적 선한 가치를 

훼손시키고 타락시키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을 

장마당이 되도록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경제는 정치의 슬하에 들게 된다. 

정치란 일종에 경계를 지어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제 분야 곧 법, 언론, 경제, 문화, 교육 등이 

각자의 영역에서 서로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갈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이 정치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 무엇보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경제지상주의 정치가는 

경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맘몬을 경배하기 때문에 

그들은 돈이 된다면 

사람의 장기든 혈액이든 정자든 난소든 

무엇이든지 상품화하여 팔 수 있는 

파렴치한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시장을 방종하게 만듦으로써 

시장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선한 가치를 

훼손시키고 타락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정치는 중요하다. 

타락하여 방종하는 시장을 구원하기 위해, 

곧 시장의 자유로운 해방을 위해 정치는 

시장의 합당하고 합법한 테두리를 정해주고 

그 한계를 넘지 못하도록 감독하고 감시해야 하는 것이다. 

자유란 법 곧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만 

비로소 누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 만능주의와 관련하여 일개 선교사로서 

선교를 시장화하려는 태도를 더욱 경계하게 된다. 

이는 선교사를 파송하고 후원하는 단체와 

교회의 태도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만일 파송한 후원 단체나 교회가 

투자 대비 생산성과 효율성을 따진다면 

선교사는 그와 같은 강압(!)에 의해 

선교를 비즈니스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선교 본연의 가치를 훼손시키고 타락시키는 것이다. 


선교란 그리스도의 모범과 명령을 따라서 

이웃 사랑을 근거로 이웃이 구원받을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내(교회)가 나의 것을 기꺼이 낭비하고 희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 과정에 돈이 드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돈은 단지 선교를 거드는 도구로 제한되어야만 한다. 

만일 사랑이 아니라 돈이 주가 되어서 

선교가 비즈니스로 둔갑되면, 그 즉시 선교는 사망하게 될 것이고, 

이웃에게 제공되어야 할 구원의 기회는 물거품이 되어 버릴 것이다.


책을 통해서 ‘어쩌다 입법기관이, 어쩌다 사법기관이, 

어쩌다 교육기관이, 어쩌다 언론기관이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에 

그럴 듯한 대답을 얻게 되었다. 

그 이유들 중 분명한 하나는 제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 

시장 만능주의 때문이다. 

맘몬의 계략에 의해 정의, 공의, 진실, 사랑, 배려, 정직, 

신뢰라는 가치들이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으로 유통되는 바람에 

그것들이 불의, 불공정, 가짜, 미움, 무례, 거짓, 불신으로 

타락되고 말았던 것이다.


일찍이 주께서는 

하나님과 돈(맘몬)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고 하셨다. 

하나님을 섬긴다고 하면서, 

맘몬의 계략인 시장 만능주의를 방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오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시장 만능주의라는 바이러스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퍽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므로 교활한 맘몬의 사업들을 의심하고, 경계하고, 

조심하고, 주의하면서 지속적으로 회개해야 할 일이다.





#Mar. 27. 2020.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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