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y, Did you know?
첫 만남은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 있었다.
하영양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구워준 앨범
<That’s Christmas to Me>(2014)를 통해서였다.
앨범의 장인 팬타토닉스(Pentatonix)는 5인조 아카펠라 그룹으로,
미국의 TV 아카펠라 오디션 프로그램인
The Sing-off 시즌 3의 우승으로 데뷔했다.
그 무렵, 그들은 자주 소환되어 자동차 안에
색다른 크리스마스 무드를 근면히 채워주었다.
노래들 중 가장 매혹적이었던 것은
역시나 제일 많은 사랑을 받았던 <Mary, did you know?>였다.
Mary, did you know that your baby boy would one day walk on water?
마리아, 그대의 아기가 장차 물 위를 걷으실 걸 아셨나요?
Mary, did you know that your baby boy would save our sons and daughters?
마리아, 그대의 아기가 우리 자녀들을 구원할 거란 걸 아셨나요?
Did you know that your baby boy has come to make you new?
그대의 아기가 그대를 새롭게 하기 위해 오셨다는 걸 아셨나요?
This child that you've delivered, will soon deliver you
그대가 낳은 이 아이가 곧 당신을 구원하실 거예요.
Mary, did you know that your baby boy would give sight to a blind man?
마리아, 그대의 아기가 눈 먼 자를 보게 하실 거란 걸 아셨나요?
Mary, did you know that your baby boy would calm the storm with his hand?
마리아, 그대의 아기가 폭풍을 잠잠케 하실 거란 걸 아셨나요?
Did you know that your baby boy has walked where angels trod?
그대의 아기가 천사들의 땅을 거니셨다는 걸 아셨나요?
When you kiss your little baby you kiss the face of god
그대가 그대의 작은 아기에게 키스하는 것은 곧 신의 얼굴에 키스하는 거예요.
…
Mary, did you know that your baby boy is lord of all creation?
마리아, 그대의 아기가 만유의 주이심을 아셨나요?
Mary, did you know that your baby boy would one day rule the nations?
마리아, 그대의 아기가 장차 만국을 통치하실 거란 걸 아셨나요?
Did you know that your baby boy is heavens perfect lamb?
그대 아기가 하늘의 완전한 양이심을 아셨나요?
That sleeping child you're holding is the great I am
그대 품에 잠든 아기는 위대하신 하나님입니다.
…
그 옛날의 마리아는 이미 싱어송라이터였다.
그녀의 전위적이고도 전복적인 노래는
누가복음 1장 46-55절에 실려 오래도록 전송되고 있다.
그런 전설에게 새까만 후배인 팬타토닉스의 노래를 들려준다면,
뭐라고 화답할까?
‘창문 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네요’라고 했을까?
아니면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고 했을까?
기억의 서랍장에는 지나간 순간들이 가득하다.
그렇다고 모든 순간들이 다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선별된 것들만 서랍장에 입주하는 것이다.
선별 기준을 따져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각 개인의 기질이나 성격에 따라
무작위로 낙점되는 것처럼 보이는 까닭이다.
암튼, 기억들 중에는 인기가 좋아서
자주 윤색(潤色)의 공정을 거치는 것들이 있다.
자주 손을 대서 매만져진 기억들은
희게 미화되거나 혹은 검게 변질되기도 한다.
한편, 인기가 별로 없는 것들은 케케묵기 마련이다.
그러다 아예 서랍장 밖으로 밀려나
사라지는 것들도 부지기수다.
마리아의 것도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의 서랍장 로열층에는
다음과 같은 기억들이 단정하게 포개져 있었을 지도 모른다.
천사가 대답하여 이르되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
이러므로 나실 바 거룩한 이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어지리로다(눅 1:35)
천사가 자기들에게 이 아기에 대하여 말한 것을 전하니
듣는 자가 다 목자들이 그들에게 말한 것들을 놀랍게 여기되
마리아는 이 모든 말을 마음에 새기어 생각하니라(눅 2:17-19)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나를 찾으셨나이까
내가 내 아버지 집에 있어야 될 줄을 알지 못하셨나이까 하시니
그 부모가 그가 하신 말씀을 깨닫지 못하더라
예수께서 함께 내려가서 나사렛에 이르러 순종하여 받드시더라
그 어머니는 이 모든 말을 마음에 두니라(눅 2:49-51)
기억의 서랍장을 슬그머니 열어본 마리아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곧 퇴색할 줄로만 알았던 오래된 증거들이
도리어 갈수록 윤이 났던 것이다.
자기 아들 예수가 또한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오롯한 증거들.
습관 같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오랜 기억들이 수런거리기 시작했다.
조용히 웅성거리던 소리들은 마침내 큰 덩어리의 예언이 되었다.
아들이 장차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거라는 그 예언은
마리아의 귓가를 명중시켰다.
서랍 맨 뒤쪽에 구겨 넣었던 기억 하나가
앞쪽으로 튕겨져 나온 것은 그 때였다.
시므온이 그들에게 축복하고
그의 어머니 마리아에게 말하여 이르되
보라 이는 이스라엘 중 많은 사람을 패하거나 흥하게 하며
비방을 받는 표적이 되기 위하여 세움을 받았고
또 칼이 네 마음을 찌르듯 하리니
이는 여러 사람의 마음의 생각을
드러내려 함이니라 하더라(눅 2:34-45)
주도권은 더 이상 마리아에게 없었다.
품에 안은 지 삼십년 만에 아들을
원래 주인이신 하나님께로 돌려드렸던 터였다.
아들의 구원 사역은 갈수록 흥왕해졌고,
덩달아 마리아의 불안도 울창해지기 시작했다.
하나님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겠으나,
그래도 막고픈 것이 어미의 마음이었다.
구원에 있어서 아들의 역할이란 어린 양이었다.
그것은 참혹한 희생의 다른 이름이었다.
마리아의 마음은 이미 칼에 찔린 듯 했다.
앞으로가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 훤했다.
결국, 그녀는 말리기 위해
아들의 일터에 쳐들어갔다.
그러나 허사였다.
예수의 어머니와 그 동생들이 왔으나
무리로 인하여 가까이하지 못하니(눅 8:19)
팬타토닉스의 노래가 끝난 후,
전설의 싱어송라이터는 고개를 갸우뚱하실 것이다.
연주로만 따진다면 나무랄 데가 없으나,
노래 자체에 큰 흠집이 있는 까닭이다.
마크 로리(Mark Lowry)의 가사는 사실이긴 해도
진리는 아니다.
마리아의 아기는 분명히 영광과 능력의 주님이지만,
그보다는 고난과 죽음을 감당한 하나님의 어린양이기 때문이다.
마리아께 아기가 능력과 영광의 주님이란 사실을
알았느냐는 질문은 어쭙잖다.
그것보다 중요한 사실을 그녀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구유에 뉘이신 아기가 이 세상에 오신 단 하나의 이유,
그것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을 감당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초대 교회의 사도들은 십자가를 강조했고,
부활과 영광을 그것 뒤에 오는 자연스런 결과로 여겼다.
죽음 없는 생명, 고난 없는 영광은 가당치 않은 이단이다.
그렇기에 죽음과 부활, 고난과 영광,
어린 양과 만왕의 왕은 왼발과 오른발처럼
예외 없이 노상 동반해야하는 것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 어머니와 내 동생들은
곧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행하는 이 사람들이라 하시니라(눅 8: 21)
빈손으로 돌아서는 어머니 마리아의 마음에
섭섭함보다 안타까움이 밀려들었다.
육신의 어미가 아니라 하늘 아버지의 뜻을 따르기로 선택한 아들,
기어이 어린양이 되겠다는 아들에게
어미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묵묵히 뒤로 물러나 가슴을 치면서 지켜보는 것 뿐.
기어이 어미의 가슴에 꽂힐 칼이 되고 말겠다는 아들을
멀리서 지켜보는 마리아의 곁에 나는 살며시 다가선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시 노래를 들려드린다.
Marry, did you know
that your baby boy would be the sword that will pierce your heart?
마리아, 그대 아기가 그대의 가슴을 찌르는 검이란 걸 아셨나요?
Did you know that your pain cannot last forever?
그대 아픔이 영원할 수 없다는 걸 아셨나요?
The sword will become the crown
and the scars will become the marks of glory.
검은 왕관이 될 것이고 상처는 영광의 흔적으로 변할 거예요.
So do not be overwhelmed by the pain.
그러니 고통에 압도되지는 말아요,
#Feb. 15. 2017.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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