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tory

임마누엘의 갈망

창고지기들 2016. 2. 1. 18:30






임마누엘의 갈망



광야에 파다한 것은 이런 것들이다.

열탕과 냉탕을 오가는 기온. 목마름. 허기짐. 들짐승들의 공격….

황혼의 광야는 기진함만 선사할 뿐이다.

게다가 동료 없이 홀로 광야를 걷는다면,

기진맥진의 가속은 몇 배가 될 것이다.

쉽사리 쓰러져 낙망의 목구멍을 타고

절망의 뱃속으로 삼켜지는 신세.

그렇게 누구라도 자기 연약함의 절정에 재빨리 도달하는 곳,

그곳이 바로 광야다.



광야라는 침체된 물은

갈망(渴望)이라는 기름을 떠오르게 한다.

가장 약해진 순간, 인간의 갈망은 포장지를 찢고

자기를 노출시키고야 마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고급 정보다.

갈망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반증해주기 때문이다.

돈을 갈망하는 자는 맘몬 숭배자이고,

산해진미를 갈망하는 자는 스스로가 돼지임을 드러내며,

권력을 갈망하는 자는 상대적으로 약한 자임을 나타낸다.

영악한 사탄이 그것을 놓칠 리 없다.

그를 포획하는데 획득된 정보만큼 요긴한 것도 없는 까닭이다.



예수께서 홀로 광야에 던져지셨다.

낮과 밤의 현저한 기온 차, 목마름, 허기짐,

들짐승들의 공격을 40일 동안 혼자서 견디셨다.

그 후 유혹자,

거짓의 영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셨다.

정보 수집가답게 그는 예수님의 갈망을

40일 동안 면밀히 관찰했다.

그리고 그것을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계략을 짰다.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도록 삼중 장치를 한 음모였다.       



제 1 단계 유혹;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명하여

이 돌들로 떡덩이가 되게 하라(마태복음 4:3)


제 2 단계 유혹;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뛰어내리라

기록되었으되 그가 너를 위하여 그의 사자들을 명하시리니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들어

발이 돌에 부딪치지 않게 하리로다 하였느니라(마태복음 4:6)


제 3 단계 유혹;

만일 내게 엎드려 경배하면 이(천하만국과 그 영광) 모든 것을

네게 주리라(마태복음 4:9)



각각의 유혹은 예수님의 세 가지 갈망에 근거하여 만들어졌다.

세 가지 갈망은 ‘결핍 채우기’, ‘하나님의 뜻 이루어드리기’,

그리고 ‘세상 되찾기’다.

이러한 그분의 갈망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분이 어떤 분이신지를 유추해낼 수 있다.

즉, 그분의 갈망을 통해서 미루어 볼 때,

그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셨던 것이다.

모든 육체들의 결핍을 채우시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가시며,

세상의 주인은 하나님 한 분 뿐이시기 때문이다.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 곧 임마누엘 예수님의 갈망이

그분이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반증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아들 됨을 증명하라는 사탄의 유혹에

그분이 넘어가실 수 없는 이유였다.

시험문제 자체가 정답을 선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사탄에게 일시적으로 빼앗긴 세상을 다시 갖는 방법은

그것에게 굴복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과의 전쟁을 통해 빼앗는 것이다.

그래서 임마누엘은 “사탄아 물러가라”(마태복음 4:10)라고

선전포고를 하셨던 것이다.



광야 생활도 어느새 5년 차에 들어섰다.

그동안 나의 갈망도 끊임없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사탄은 인정과 칭찬을 받고 싶은 욕망을 이용하여

집요하게 나를 괴롭혔다.

‘이생의 자랑’이 내겐 가장 커다란 갈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넉넉히 살아가는 중이다.

유혹을 통해 오히려 무명의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나이로비의 길거리는 여전히 어렵다.

무질서와 더러움과 복잡함,

그리고 난폭함이 난무한 나이로비의 도로를 지날 때면

곧잘 언짢아지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나의 ‘안목의 정욕’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각주의에서 벗어나는 일이 쉽지 않음은 벌써부터 짐작했었지만,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자,

시각주의에 굴복하지 않으신 임마누엘의 축복이 간절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형편에 처해있든지

묵상에는 전력을 투구해왔다.

함께 하고 싶은 갈망 때문에 임마누엘이 되신 그분의 은혜로

지금껏 묵상을 해왔던 것 같다.

그렇게 강렬한 임마누엘의 갈망을 따라 나 또한 갈망해본다.

2016년 역시 그분을 더욱 갈망하게 되기를,

그래서 그분을 갈망하는 자라는 정체성을 기어이 가지게 되기를.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말라

누구든지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의 사랑이 그 안에 있지 아니하니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라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하느니라(요일2:15-16)




#Jan. 18. 2016.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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