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tory

돌 다듬기

창고지기들 2015. 4. 24. 17:01

 

 

 

 

돌 다듬기


#1. 솔로몬 성전용 돌 다듬기

 


열 살이 되어서야 하진군은

레고 블록 맞추는 재미를 겨우(?) 알았게 되었다.

필요한 모든 블록들이 다듬어져 준비되어 있었고,

자세한 매뉴얼도 구비되어 있었기에 어려울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동안 맞춰가는 ‘과정의 재미’를 알아내는 것이

그에게는 어려웠던 것 같다.

어쨌든 아이는 자랐고, 결국 과정을 즐길 줄 알게 되었다.

전에 없던 동물과 집이 만들어져 놓인 것을 보면,

내 작품도 아닌데 뿌듯해진다.

아들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자하니

요즘 묵상하고 있는 솔로몬 성전이 떠오른다.

어쩌면 그것은 완벽한 건축 설계도(매뉴얼)와

잘 다듬어진 재료들로 마치 레고 블록처럼 지어졌을 지도 모르겠다.

 


이 성전은 건축할 때에 돌을 그 뜨는 곳에서 다듬고 가져다가

건축하였으므로 건축하는 동안에 성전 속에서는

방망이나 도끼나 모든 철 연장 소리가 들리지 아니하였으며

(열왕기상 6:7)

 


공사장 주변의 요란한 소음을 경험했던 나로선

조용한 공사가 잘 납득되지 않는다.

그러나 열왕기 기자는 솔로몬의 성전이

조용하게 건축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모든 재료들이 성전 건축에 꼭 맞게 다듬어진 채로

공사장에 도착했던 탓에 별 다른 손질 필요 없었던 것이다.

특별히 돌을 다듬는 과정은 큰 소음을 유발하기 마련인데,

돌을 그 뜬 곳에서 꼭 맞게 다듬은 후에 가져다 썼기 때문에,

공사장이 조용했다는 것이다.

 

 

#2. 하나님 나라용 모퉁잇돌 다듬기

 


탕! 탕! 탕! 골고다 언덕이 소음으로 진동했다.

뭐든 모조리 깨버리겠다는 기세로 타격을 가하는 쇠망치 소리였다.

정을 맞은 돌이 갈라지고 으깨졌다.

피비린내를 풍기던 파편들이 불규칙적으로 십자가 주변에 흩어졌다.

 


보라 내가 택한 보배로운 모퉁잇돌을 시온에 두노니

그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베드로전서 2:6)

 


십자가에서 뜬 돌은 그 위에서 다듬어졌다.

망치에 맞아 조개지고, 정에 찔려 부서지고,

끌에 갈리는 지독한 고통이 삼일 밤낮 계속되었다.

그러다 마침내 무덤의 자궁을 열고 모퉁잇돌이 탄생되었다.

그것은 곧바로 벽과 벽 사이를 잇는 건물의 중심에 뉘였다.

거대한 하나님의 나라 신축 공사는 그렇게 착수되었다.

유대와 이방 각처에서 잘 다듬어진 돌들이

속속들이 시온에 도착했다.

그들은 모퉁잇돌을 중심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쌓여갔다.

하나님 나라는 갈수록 구체적인 모습을 갖춰갔다.

 

 

#3. 하나님 나라용 돌 다듬기

 


우리는 돌이다.

하나님 나라를 건축하는데 쓰일 목적으로 골라진 돌이다.

기초로 놓인 모퉁잇돌은 십자가 위에서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그러니 그것에 걸맞게(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

우리 역시 손질되어야 마땅하다.

특별히 우리가 다듬어지고 있는 십자가는 케냐다.

새롭게 뜨인 곳 케냐에서 우리는 매일 절망한다.

제아무리 정교하게 손질을 받아도

그 나라에는 맞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굳이 케냐에까지 수출되어 다듬어지고 있는 이유가

그것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케냐는 강철 망치와 쇠도끼와 철 방망이를 손에 들고 있다.

그는 도구들을 차례로 돌려가면서 인정사정없이 내려치곤 하는데,

맞을 때마다 고통은 매번 새롭게 가중된다.

웃는 얼굴로 다가가면 뺨을 후려치고,

하나를 주면 열을 내놓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수많은 무거운 의무를 지어주면서

단 하나의 권리도 입 밖으로 내지 못하게 한다.

원수도 이런 원수가 없다.

그런데도 모퉁잇돌은 이런 원수를 사랑한다.

그 나라를 위한 기준이 모퉁잇돌이니,

그것과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우리는 꼼짝 없이 이 원수를 사랑해야만 한다.

 


모든 정보의 획득은

그 자체로 에너지를 소비하기 마련인

어떤 상호작용을 전제하는 것이다.

-자크 모노의 책, 『우연과 필연』 중에서

 


원수를 사랑하기 위해서 원수를 알아가는 중이다.

원수에 대한 모든 정보를 획득하는 중이다.

그래서 엄청난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중이다.

에너지 과소비의 결과는 참담하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희어지고, 잇몸이 붓고,

치아가 흔들리고, 만성 피로감에 시달린다.

그렇게 우리의 모난 부분은 깨지고 마모되는 중이다.

하나님 나라용 돌이 되기 위해

시끄럽게 다듬어지고 있는 중이다.

키리에 엘레이손!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십자가가 의미하는 모든 것은 자유다.

긴장 후에, 고통 후에, 죽음 후에, 부활 후에 자유가 온다.

머튼이 언제가 말했듯이,

“십자가는... ‘세상으로’ 포장되어 판매되는

환상의 노예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우리를 해방하는 유일한 도구이다.”

십자가는 세상이 우리 위에,

우리 맞은 편 ‘거기 밖에’ 있다는 생각에서 우리를 해방시킨다.

십자가 경험은 세상이 우리 안에 영광스러운 모습과

수치스러운 모습 둘 다로 있음을 드러내 준다.

-파커 J. 파머의 책, 「가르침」 중에서

 


#Apr. 16. 2015.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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