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기쁨
#1.
너희는 무서워하지 말라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를
너희가 찾는 줄을 내가 아노라
그가 여기 계시지 않고 그가 말씀하시던 대로 살아나셨느니라
와서 그가 누우셨던 곳을 보라
또 빨리 가서 그의 제자들에게 이르되
그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셨고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시나니 거기서 너희가 뵈오리라
(마태복음 28:5-7)
여자들은 천사의 말을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의심이 두려움을, 믿음이 기쁨을 불러들였다.
생명과 죽음, 기쁨과 슬픔, 빛과 어둠이
손에 손을 잡고 마음속에서 한바탕 난장을 쳤다.
그런데도 그들의 발은 주저하지 않았다.
천사가 준 미션 때문이었다.
여자들은 달렸다.
무거운 오른 발과 왼 발이 번갈아들며 새벽의 등을 차며 뛰었다.
가쁜 숨을 내쉴 때마다 심장은
두려움과 기쁨을 길 위에 쿵쿵 찍어댔다.
사방이 새빨간 인주(印朱)로 가득해질 때 즈음,
무던했던 새벽이 눈을 떴다.
어스름이 시나브로 사라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갑자기 제자들에게로 향하던 달음박질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미명 속에서 누군가가 불쑥 튀어나온 까닭이었다.
거친 숨을 내쉬면 여자들은 그에게 다가갔다.
예수님이었다.
평안하냐?(마태복음 28:9)
여자들은 그 자리에 엎드렸다.
보고도 믿기지 않아서 너도나도 그 분의 발을 잡았다.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의심의 두려움이 확신의 경외감으로 변화되자,
여자들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마땅한 반응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경배였다.
무서워하지 말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리로 가라 하라.
거기서 나를 보리라.
(마태복음 28:10)
벅찬 감격을 품고서 여자들은 달렸다.
산비탈을 오르는 산양처럼 발걸음이 가벼웠다.
아니 차라리 두둥실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부활의 기쁨을 전할 생각에
벌써부터 근질거리는 입을 다물 줄을 몰랐다.
#2.
Suddenly Jesus met them. (Matthew 28:9/NIV)
갑자기, 예수께서 여자들을 만나셨다.
그분은 부활을 그들에게 보이셨고,
갈릴리에서의 미팅을 제자들에게 전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것은 이미 천사를 통해서 전해들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그분은 처음부터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으시고,
중간에 갑자기 여자들을 만나셨던 것일까?
몇 가지로 추측을 해보자면,
먼저는 여자들의 믿음의 확신을 위해서였을 것이다.
부활하셨다는 천사의 말을 듣고
여자들은 두려움과 기쁨을 동시에 느꼈다.
일단 믿기는 했지만, 확신까지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주께서는 갑자기 나타나셔서
부활을 직접 보여주셨던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말이다.
부활하신 주님께 경배하면서
그들은 일말의 의심을 말끔히 몰아낸 후,
확신 위에 굳게 섰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여자들을 부활의 첫 증인으로 삼겠다는
뜻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여자들의 증언은 신빙성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부활의 첫 증인이 여자들이라는 사실은
자칫 부활을 거짓 스캔들이 되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주께서는 여자들을 부활의 첫 증인으로 삼으셨다.
그분다운 선택에 미소를 짓게 된다.
어쩜 이리도 변함이 없으신지!
마지막으로는 조금이라도 빨리 여자들을 만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즉, 그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싶은 열망보다,
부활하신 주님이 그들을 만나고 싶은 열망이 더 컸던 것이다.
그래서 그분은 갑자기 여자들 앞에 불쑥 나타나셨던 것이다.
예수님은 소외된 사람들을 한 결 같이 사랑하셨다.
먼저 챙기셨다.
그래서 그들의 의심을 풀어주시고,
그들을 부활의 첫 증인으로 삼아주시고,
누구보다 먼저 만나주셨던 것이다.
그렇게 주님은 오늘도 나의 의심을 풀어주시고,
나를 증인으로 삼아주시고, 나를 만나기를 열망하신다. 할렐루야!
사순절이 고난주간을 지나 부활절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특별히 이번 성금요일에는 가족 모두가 금식하는 은혜를 누렸다.
금식을 하는 중에 감사했다.
고난주간과 성금요일이 일 년에
고작 7일과 하루라는 사실에 말이다.
고통과 아픔으로 점철된 것이 인생이고,
고난과 핍박이 필수인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지만,
주님께서는 당신의 제자들이 짧게 슬퍼하고,
그보다는 훨씬 오래,
그러니까 항상 기뻐하시기를 원하신다는 사실에 말이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니라
(데살로가전서 5:16-18)
부활주일 새벽에 비가 왔다.
우기를 따라 쌀쌀한 기후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맞는
남반구에서의 부활절은 북반구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얼마 전에 있었던 테러 사건과 맞물린 우중충했던 부활절에
우리는 분명 우울했다.
그러나 그것에 압도당하지 않으려고 부활하신 주님을 찬양했다.
앞으로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쉬지 않고 기도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필코 부활의 기쁨을 항상 누리며,
감사하게 될 것이다.
#Apr. 9. 2015.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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