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생 시절
새해 첫날이면 가족끼리 하는
일종의 의식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산으로 올라가
산 중 턱에 내려서
아래를 한참 동안 내려다본 후,
가격도 착하고 영양도 만점인
슾플렌테이션(Soup Plantation)에서
점심을 먹는 일이었죠.
그 시절
아기 하진군과
어린이 하영양과 함께 맞았던
산 중턱의 쌀쌀한 바람과
산 아래의 풍광은
알싸한 기억으로 아롱져있습니다.
2014년 새해 첫날,
그 시절의 추억이 타전을 보낸 탓인지
우리 가족은 자동차를 몰아
그레이트 리프트 벨리(Great Rift Valley)로 올라갔습니다.
잠시 그레이트 리프트 벨리의
장엄함을 감상하기 위해서 내렸던 뷰 포인트에는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라는
사인이 우리를 환영해 주었습니다.^^
마음을 괴롭히던
좀처럼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그레이트 리프트 벨리에서 보니
하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의 부담들을 털어낸 후
우리는 레이크 나이바샤로 향했습니다.
2시간 정도 운전하여 도착한
레이크 나이바샤는
화장하지 않은 민낯으로
우리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민낯이 아름다운
천연 미인 나이바샤는
시원한 바람과 따가운 햇살로
밀당의 기술을 제대로 보여주었죠.
연애의 고수인 나이바샤와 함께
때론 시원하게, 때론 뜨겁게
설레는 연애를 한바탕 시작했습니다.
*^^*
나이바샤는
가마우지, 펠리컨, 크레인 등
각종 새들에게 곁을 내어주며
그들을 살갑게 대해주었습니다.
평화로운 녀석들을 보고 있으니
문득 그 분이 제 등을 두드렸습니다.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마태복음 6:26)
그렇게 녀석들은 존재 자체로
위로가 되어 주었습니다.^^
뾰족하고 뾰로통한 녀석들은
나이바샤에도 있었습니다.
접근하지 말라고
가시를 세운 녀석이
녀석이 참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튼튼한 손톱 깍기라도 선물해 주고 싶었죠.
그렇게 녀석을 보고 돌아온 후,
저는 자꾸 발이 저려 와서
제 손톱을 바짝 잘랐답니다.^^;;
하마 가족은
나이바샤의 품에서 떠날 줄을 모릅니다.
채식주의자인 그들은
물고기를 잡아먹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나이바샤의 품에서
하루 종일 안겨 지내는 것은
그저 물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들을 보고 있잖니
문득 시편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실로 내가 내 영혼으로
고요하고 평온하게 하기를
젖 뗀 아이가
그의 어머니 품에 있음 같게 하였나니
내 영혼이 젖 뗀 아이와 같도다”
(시편 131:2)
젖 뗀 아이가
어머니의 품에 있음은
젖이 목적이 아니라
어머니와의 연합이 목적이지요.
그저 어머니가 좋아서
어머니의 품에 있는 것처럼
하마는 물이 좋아서
나이바샤의 품에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제 영혼도
무엇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 분과의 연합을 목적으로,
그 분과 함께 있는 것이 좋아서
그 분의 품에 날마다 잠기길
소원해 보았습니다.
2014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겐
새해맞이 계획 같은 건 없습니다.
언제나 같은 소원만 있을 뿐이죠.
그레이트 리프트 벨리보다
그레이트하시고,
나이바샤보다 아름다우시고,
어깨가 넓어 충만히 품어주시며,
연애 기술이 탁월하신 그 분과
더 친밀히 연합하는 것.
이 소원이 올 한해도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키리에 엘레이손!
#Jan. 7. 2014.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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