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

Lake Naivasha

창고지기들 2014. 1. 7. 18:05

 

 

 


미국 유학생 시절

새해 첫날이면 가족끼리 하는

일종의 의식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산으로 올라가

산 중 턱에 내려서

아래를 한참 동안 내려다본 후,

가격도 착하고 영양도 만점인

슾플렌테이션(Soup Plantation)에서

점심을 먹는 일이었죠.

 

 

그 시절

아기 하진군과

어린이 하영양과 함께 맞았던

산 중턱의 쌀쌀한 바람과

산 아래의 풍광은

알싸한 기억으로 아롱져있습니다.

 


 

 

 

 

 

 

2014년 새해 첫날,

그 시절의 추억이 타전을 보낸 탓인지

우리 가족은 자동차를 몰아

그레이트 리프트 벨리(Great Rift Valley)로 올라갔습니다.

잠시 그레이트 리프트 벨리의

장엄함을 감상하기 위해서 내렸던 뷰 포인트에는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라는

사인이 우리를 환영해 주었습니다.^^

 

 

마음을 괴롭히던

좀처럼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그레이트 리프트 벨리에서 보니

하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의 부담들을 털어낸 후

우리는 레이크 나이바샤로 향했습니다.

 

 

 

 

 

 

 

2시간 정도 운전하여 도착한

레이크 나이바샤는

화장하지 않은 민낯으로

우리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민낯이 아름다운

천연 미인 나이바샤는

시원한 바람과 따가운 햇살로

밀당의 기술을 제대로 보여주었죠.

연애의 고수인 나이바샤와 함께

때론 시원하게, 때론 뜨겁게

설레는 연애를 한바탕 시작했습니다.

*^^*
 

 

 

 

 


 

나이바샤는

가마우지, 펠리컨, 크레인 등

각종 새들에게 곁을 내어주며

그들을 살갑게 대해주었습니다.

평화로운 녀석들을 보고 있으니

문득 그 분이 제 등을 두드렸습니다.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마태복음 6:26)

 

 

 

 

 

 

 

 

 

 

그렇게 녀석들은 존재 자체로

위로가 되어 주었습니다.^^

 

 

 

 

 

 

 

 

뾰족하고 뾰로통한 녀석들은

나이바샤에도 있었습니다.

접근하지 말라고

가시를 세운 녀석이

녀석이 참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튼튼한 손톱 깍기라도 선물해 주고 싶었죠.

 

그렇게 녀석을 보고 돌아온 후,

저는 자꾸 발이 저려 와서

제 손톱을 바짝 잘랐답니다.^^;;

 

 


 

 

 

 

 

 

하마 가족은

나이바샤의 품에서 떠날 줄을 모릅니다.

채식주의자인 그들은

물고기를 잡아먹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나이바샤의 품에서

하루 종일 안겨 지내는 것은

그저 물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들을 보고 있잖니

문득 시편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실로 내가 내 영혼으로

고요하고 평온하게 하기를

젖 뗀 아이가

그의 어머니 품에 있음 같게 하였나니

내 영혼이 젖 뗀 아이와 같도다”

(시편 131:2)

 

 

 

 

 

 

 

 

 

젖 뗀 아이가

어머니의 품에 있음은

젖이 목적이 아니라

어머니와의 연합이 목적이지요.

그저 어머니가 좋아서

어머니의 품에 있는 것처럼

하마는 물이 좋아서

나이바샤의 품에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제 영혼도

무엇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 분과의 연합을 목적으로,

그 분과 함께 있는 것이 좋아서

그 분의 품에 날마다 잠기길

소원해 보았습니다.

 

 


 

 

 

 

 

 

 

2014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겐

새해맞이 계획 같은 건 없습니다.

언제나 같은 소원만 있을 뿐이죠.

 

 

그레이트 리프트 벨리보다

그레이트하시고,

나이바샤보다 아름다우시고,

어깨가 넓어 충만히 품어주시며,

연애 기술이 탁월하신 그 분과

더 친밀히 연합하는 것.

이 소원이 올 한해도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키리에 엘레이손!

 

 

 

#Jan. 7. 2014.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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