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tory

아닷 타작마당을 거닐며

창고지기들 2013. 5. 1. 16:46

 

 

별스러운 일이었다.

애굽인들이 떼거지로 몰려와서는

아닷 타작마당에 커다란 천막을 쳤다.

 

단체 수련회?

아니면 유랑 카니발?

대체 그 잘난 애굽인들이

이 누추한 가나안에는 왜 왔을까?

 

곡하는 소리와 함께

애굽 특유의 음식 냄새와

애굽 방언이 천막 밖으로

어지럽게 쏟아져 나왔다.

 

 

“호상이네, 호상이야!”

 

 

“왜 아니겠어?

천수를 다하여 돌아가셨고,

게다가 유언을 따라

머나먼 가나안 땅까지

장사를 치르러 왔으니 말이야!”

 

 

 

애통의 단조로 시작한

요셉의 곡소리가

소망의 장조로 전조되어

칠 일만에 끝났다.

 

아닷 타작마당은

초상집보다는 차라리 잔칫집에 가까웠다.

그들이 아버지를 떠나보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버지가 그들을 남겨두고

열조의 품으로 떠났기 때문이었다.

 

아닷 타작마당에서

야곱은 짧지만(?!) 험악했던(창47:9)

이승에서의 삶에 마침표를 찍은 뒤

영원한 안식을 새롭게 시작했다.

비록 우상의 나라 애굽에서 여생을 마쳤어도

침상 머리에서조차 하나님을 경배했기에(창47:31)

그는 야무지게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

 

 

‘거리엔 어둠이 내리고

안개 속에 가로등 하나

비라도 우울히 내려버리면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긴 우기를 따라

가을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 케냐.

계절을 타는 것인지

내 마음은 종종 갈 곳을 잃어버린다.

 

아침 일찍 울적한 마음으로

아닷 타작마당을 찾아갔다.

분주한 사람들 사이를 거닐며

고인을 다시 추억해보았다.

결국 이승이 끝이 아니라는 것과

반드시 돌아가야 할 곳이 있다는 것이

고인의 마지막 말이었다.

 

 

아닷 타작마당이

남겨진 자들의 곡소리로 흥건하다.

마음이 더 이상

갈 곳을 잃지 않도록

나도 소리를 보태기로 한다.

 

 

 

#May. 1. 2013.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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