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tory

유다의 힐링 캠프

창고지기들 2013. 4. 25. 15:47

 

 

 


#1.

 

 

“잔이 그 손에서 발견된 자만

내 종이 되고

너희는 평안히 너희 아버지께로

도로 올라갈 것이니라.”

(창세기 44:17)

 

 

요셉은 베냐민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발그레하던 베냐민의 낯빛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오래 전 자신도

저런 낯빛을 했으리라 생각하자

요셉의 뒷덜미가 뜨거워졌다.

 

유다가 일어서서

조심스럽게 요셉에게 다가왔다.

그가 가까워 오자

요셉은 순식간에

열일곱 소년으로 변해버렸다.

 

 

“자, 그를 이스마엘 사람들에게 팔고

그에게 우리 손을 대지 말자.”

(창세기 37:27)

 

그 옛날 유다의 음성이

이명으로 들려왔다.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요셉은 마른 침을 삼켰다.

 

 

“이제 주의 종으로

그 아이를 대신하여 머물러 있어

내 주의 종이 되게 하시고

그 아이는 그의 형제들과 함께

올려 보내소서.”

(창세기 44:33)

 

 

악물고 있었던 입술에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참았던 눈물이

제멋대로 출렁 쏟아졌다.

열일곱 살 요셉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나는 당신들의 아우 요셉이니

당신들이 애굽에 판 자라.”

(창세기 45:4)

 

 

요셉은

마른 줄로만 알았던 눈물샘으로부터

끝도 없이 눈물을 퍼 올렸다.

그간의 서러움과 억울함

그리고 셀 수 없는 고통을

눈물로 씻어내면서

열일곱 요셉은 애굽의 총리로

훌쩍 자라나고 있었다.

 

 

“당신들이 나를 이곳에 팔았다고 해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

...

그런즉 나를 이리로 보낸 이는

당신들이 아니요 하나님이시라.”

(창세기 45:5, 8)

 

 

 

#2.

 

 

내겐 주인공 요셉보다

조연인 유다가 더 신경 쓰인다.

유다의 힐링 캠프가 아니었다면

요셉의 위대한 신앙 고백이

나올 수 없을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 동안

유다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 후에 유다가

자기 형제들로부터 떠나 내려가서

아둘람 사람 히라와 가까이 하니라.’

(창세기 38:1)

 

 

그 후란

형제들이 요셉을 판 후를 말한다.

불친절한 성경은 유다가

왜 자기 형제들로부터 떠났는지를

얘기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 불친절함은

오히려 더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어쩌면 유다는

뒤늦은 후회와 자책감 속에서

팔려간 요셉을

찾으러 다녔을지도 모른다.

이 과정 속에서 그는

자식들과 아내를 잃은 슬픔을 경험했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 야곱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베냐민 대신 종이 되겠다고 했을 때,

길었던 유다의 회개는 비로소 완성되었다.

완성된 회개 안에서

요셉뿐만 아니라 유다도, 형제들도

모두 힐링을 경험하게 되었을 것이다.

 

 

 

#3.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별 이유도 없이 B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졌으니 말이다.

 

그 후 그리 어렵지 않게

B에 대한 감정이

A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A에 대한 찌꺼기 감정을

B에게 조금씩 전이시켰던 것이다.

 

오래 전에 읽었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알랭드 보통은 이렇게 말했다.

 

‘따라서 성숙이라는

것-잡기 힘든 목표이지만-은

모든 사람에게 그들이 받을 만한 것을

받을 만한 때에 주는 능력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자신에게 속하고

또 거기서 끝나야 할 감정과

그런 감정을 촉발시킨 사람에게

-나중에 나타난 죄 없는 사람이 아니라-

즉시 표현해야할 감정을

구분하는 능력이다.’

 

 

정확히 미성숙한 나는 요즘,

요셉을 크게 치유했던

유다의 힐링 캠프를 갈망하는 중이다.

하~

 

 

키리에 엘레이손!

 

 

 

#Apr. 24. 2013. 사진&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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