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무릇 마음에 지혜 있는 모든 자
곧 내가 지혜로운 영으로 채운 자들에게 말하여
아론의 옷을 지어 그를 거룩하게 하여
내게 제사장 직분을 행하게 하라.”
(출애굽기 28:3)
하나님은 아론을 제사장으로 부르셨다.
그리고 아론이 제사장 직분을 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룩한 제사장 옷을
입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제사장 옷은
아론 자신이 직접 만들어서 입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오로지 하나님의 영으로 가득한
지혜 있는 자가 지어서 입혀주어야 했다.
이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아론에게 제사장 옷을 지어서 입힐 때,
그러니까 아론을 하나님의 제사장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아론이 제사장 직분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우리를 선교사로 부르신 이도
역시 하나님이시다.
그 분의 뜻대로
한국과 미국의 한인 교회는
우리에게 선교사의 옷을 입혀 주었다.
그렇게 그들은 우리를
선교사로 인정하고 받아들인 후
이곳 케냐로 보냈다.
선교사로서 케냐에 도착한 후,
우리는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는 이 힘겨움의 원인이
문화 충격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힘겨움의 원인은 문화 충격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정체성의 혼란이 더 큰 이유인 것 같다.
우리는 분명히 이 곳에 선교사로 왔다.
(선교사가 아니었다면
이 곳에 올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이 곳 사람들은 우리를
선교사가 아니라
한낱 변두리 에일리언(외국인)으로 대했다.
그 누구도 우리를 선교사로 인정하지도 않았고,
받아주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럴 때 들려오는 소문들이 있었다.
누구누구 교수(선교사)가 결국
사역을 접고 본국으로 돌아간다더라,
누구누구 선교사가
아프리카 학교에서의 사역을 접고
스스로 다른 센터나, 학교를 세웠다더라 하는.
그런 소문들이 들려올 때마다
나의 첫 반응은 이랬다.
‘그럴 수 있지, 충분히!’
그리고 이런 소문들은
우리도 다른 사역지를
모색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슬며시 젖어들게 했다.
즉, 그들이 우리를 선교사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그들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도록
우리 스스로 떡 벌어진 사역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분의 생각은 다르셨다.
“무릇 내가 네게 명령한 대로 그들이 만들지니라.”
(출애굽기 31:11b)
그렇게 그 분은
‘너희 스스로 옷을 해 입지 말아라.
그들로 옷을 해서 너희에게 입히도록 하여라.
그들에게 너희를 받아들일 시간을 주어라.’고
말씀하셨다.
“어떻게 안 되도 이렇게 안 되냐?
몇 년 동안 겪을 일을
몇 달 동안 겪고 있는 것 같아.”
우리의 말 못할 형편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시며 안타까워하시는 선배 선교사님이
남편이님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처음 그 말을 전해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헛헛한 웃음이 났다.
그 후, 하우징 문제가
오리무중으로 편입을 했고,
게다가 비자 문제를 전담하던 직원이
제대로 인수인계도 하지 않고
말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나는 계속해서 웃었다.
그리고 그 분의 말씀을 계속해서 마음에 새겼다.
‘선교사의 옷,
무릇 내가 네게 명령한 대로 그들이 만들지니라.’
#Jun. 19. 2012.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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