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 받을 영광의 작은 증표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손에 들고 수상 소감을 전하던 이들을 시청하던 내 눈에 부러움이 가득했던 것은 몇 해 전이었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그들의 트로피는 ‘나도 상 받고 싶다~’라는 단발성 욕망을 탄생시켰고, 그 욕망은 만성적 습관을 따라 ‘나도 상 받게 해주세요!’라는 급성 간구로 전환되었다. 단발성 급성 간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땅에 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때를 따라 간구가 이루어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대학원 졸업식에서.
난생 처음 겪는 일은 반 백 살이 넘어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대학원에 입할 때, 나는 난생 처음 수석 입학을 경험했다. 그리고 2년의 과정을 마치고 졸업을 할 때에도 나는 수석 졸업이라는 초유의 일을 경험했다. 졸업식에서 총장님으로부터 트로피와 같은 상패와 상장을 건네받을 때, 수많은 다른 과정의 졸업생들의 열렬한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드디어 나도 상을 받게 된 것이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졸업식이 있던 날 아침, 묵상 시간에 주님은 말씀해 주셨다.
그러므로 예수께서 다시 유대인 가운데 드러나게 다니지 아니하시고 거기를 떠나 빈 들 가까운 곳인 에브라임이라는 동네에 가서 제자들과 함께 거기 머무르시니라(요 12:54)
졸업식 이후, 유대 예루살렘을 다니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빈 들 가까운 곳의 한 장소에서 주님과 함께 머물면서 나는 맡겨진 사역에 전념하게 될 것이다. 그 일은 물론, 선교다. 내가 선교사인 까닭이다. 빈들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로 주의 복음을 증거하는 나의 선교는 일종의 문서 선교다. 그 일을 할 때, 나는 스스로의 한계를 끊임없이 대면하면서 확신하지 못하는 흔들림과 혼자라는 외로움으로 쩔쩔매야 하는 고난의 연속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내 안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것임을. 나는 그저 그분이 하시는 일에 참여하여 거들 뿐이라는 것을.
영광스러운 졸업식은 끝났다. 그러나 끝은 시작으로 직결되는 법. 디졸브를 따라 치열하기 짝이 없을 선교가 시작되고 있다. 트로피는 이미 기억의 진열장에 잘 보관해 두었다. 이제는 선교의 열매를 수확하기 까지 피, 땀, 눈물로 주의 말씀을 따라 갈 일만 남았다. 그 중간에 트로피는 장차 받을 영광의 작은 증표로 더러 기억될 것이다. 키리에 엘레이손!
#Feb. 15. 2025.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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