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보물창고/선교 편지

문화충격과 선교를 위한 하나님의 교훈

창고지기들 2012. 5. 18. 17:43

 

 

 

 

 

케냐는 현재

우기(raining season)를 지나고 있습니다.

메마른 땅에 부어지는 하늘의 비는

아프리카의 붉은 땅을 더욱 기름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도시의 포장된 도로에 익숙한 저희들은

비포장된 진흙 길을 걷는 것이 세삼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그런데 비 내리는 방식은

케냐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한결같이 내리지 않고,

몇 시간 또는 잠시 내렸다가, 다시 해가 뜨곤 합니다.

일관성이 없이 쉽게

그리고 자주 여러 상황이 갑작스럽게 주어집니다.

일정한 일기예보가 불가능하고,

단지 순간 순간 변화하는 모습에

지혜롭게 반응해야 합니다.

 

 

이것이 케냐의 모습입니다.

케냐는 늘 일정하지 않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해야 하지만,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일정이 변경되기 때문입니다.

행정적인 일처리도 정확한 기한이 없습니다.

될 수도 있고, 안될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전기도 여전히 하루에도 몇번씩

 예측없이 들어오지 않곤 합니다.

 

도로의 차들은 중앙선이 없기 때문에,

필요한 대로 스스로 안전하게 운전하면 됩니다.

물건을 사고 파는 방식은 고정된 값이 없기 때문에,

늘 흥정을 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일정한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지 않고,

늘 애매하게 답변하고 여지를 남겨둡니다.

예배를 포함한 공식적인 모임에서

정확히 시간을 지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원칙과 규칙 그리고 분명한 근거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익숙한 제게

이런 케냐의 모습은 제게 정말 새로운 경험입니다.

 

실제로는 ‘문화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저와 다른 케냐의 삶의 방식 곧 문화에 반응한 깊은 경험은

좌절(frustration)과 물러섬(retreat)이었습니다.

그로 인해서 우울증(depression)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험은 제게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나와 다름(difference)을 받아들이고,

상대를 존중하며 섬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게는 저도 모르게 저의 경험과

배경 속에서 형성된 가치에 따라,

나와 다른 것에 대해서 비록 표현하지 않아도

우월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름’이 아닌 ‘옳고 그름’의 방식에 따라

저 자신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왔습니다.

 

그런데 저와 다른 케냐를 보고 경험하면서,

이제 새로운 시각을 갖습니다.

 

날짜를 정해놓고 빨리 대통령 선거를 하는 것보다는

지금 정권의 문제를 정확히 매듭짖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된 후에

선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모든 것이 전산화 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조건 사안을 처리하면

사회 구조가 과부하에 걸릴 수 있습니다.

 

전기의 경우도

일부러 단전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갑작스런 기류 변화로 인해

불안정한 시스템에 의해서 단전될 수 있으니,

초를 준비해서 어두움을 극복하면 됩니다.

 

도로의 중앙에 선이 그어져있으면

도로에 깊이 파인 부분(pothole)을 피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게되어야 하는데,

차라리 선이 없으면 법을 위반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피해갈 수 있으니

더욱 바람직하고 안전합니다.

확실한 답변을 하더라도 실제 상황이

언제나 말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이 현실인 점에서

이들의 의사소통의 애매함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정해진 값으로 물건을 파는 것보다는

서로의 상황을 고려해서 값을 정하는 것이

그들의 삶에서는 더욱 현실적입니다.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 동안 해야하는 것은 서구의 시간개념이지,

이곳 사람들의 시간 개념이 아닙니다.

이들은 이들의 시간 이해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죠.

그렇다고 않하는 것이 아니라, 좀 다르게 할 뿐입니다.

 

이렇게 선교지에서의 새로운 문화 충격과 그 경험을 통해서,

저는 한 가지 큰 교훈을 다시금 확인합니다.

 

선교는 성육신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원칙으로 해서

제가 저와 다른 이들처럼 스스로 (낮게)변하는 것은

우월감에 근거한 생각입니다.

 

그들은 절대 저보다 열등하지 않습니다.

다를 뿐입니다.

그리스도 외에는 누구도

하나님을 위해서 중재자로 낮아질 수 없습니다.

오히려 선교의 자리에서 필요한 것은

“참여”하는 것입니다.

즉, 하나님 안에 거하기 위해서

서로 다른 방식을 지닌 케냐의 사람들과

제가 함께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같이 참여하는 것이죠.

제가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저와 그들이 함께 하나님에게 다가가는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렇게 문화충격의 경험을 넘어서면서,

저는 오늘도 아프리카 기독교 지도자들을 만나서

같이 하나님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은 저를 받아들입니다.

초점은 하나님에게 있기 때문에,

같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런 점에서는 저는 여기서 이들과 함께 배우고,

함께 하나님의 일하심에 참여하고 있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런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방식에

 더욱 견고히 거할 수 있도록

몇 가지 기도제목 부탁드립니다.

 

 

1. 케냐의 정치적 사회적 안정과 영적 성숙을 하나님이 주관하시도록
2. 가르침의 방식으로 참여하는 선교 사역에 지혜와 능력을 부여받도록
3.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방식에 의해서 거주 조건(비자,환경)이 결정되도록
4. 사역하는 기관(Africa International University)이 하나님의 손길 안에 거하도록
5. 가족들 모두 육체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강건하게 지내도록
기도해주십시오.

 

 

나이 40을 넘어서며,

케냐에서 새롭게 하나님을 경험하면서...

주종훈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