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tory

큰 용사

창고지기들 2021. 9. 17. 10:38

 

 

 

 

큰 용사

 


#1.


그에 대한 소개는 이렇게 시작한다.


길르앗 사람 입다는 큰 용사였으니 

(사사기 11:1)


그리고 이어서 그의 출생과 성장 과정이 간략히 소개된다. 

기생, 곧 첩의 아들로 태어나 집안의 정실 자식의 괄시 속에서 자라다 

끝내 내쫓김을 당한 뒤, 변방인 돕 땅에 거주하면서 

불한당들의 우두머리가 된 자, 그가 바로 입다다.


흥미로운 사실은 입다의 출현 직전에

이스라엘의 영적인 배경이 자세히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바알과 아세라 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해 

각국으로부터 수입한 우상들과 차례로 놀아나는 이스라엘. 

그런 그들을 블레셋과 암몬에게 팔아 버린 여호와. 

암몬의 압제를 견딜 수 없어 

손이 발이 되도록 여호와께 빌면서 부르짖는 이스라엘. 

너희가 그토록 즐겨 섬겨마지않던 우상으로 구원하게 하라는 여호와. 

각종 수입산 이방 우상들을 손수 제거한 뒤 

여호와께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이스라엘. 

그런 이스라엘에게 마음이 흔들려 근심하는 여호와. 

그 와중에 또 다시 쳐들어온 암몬과의 전쟁을 앞에 둔 이스라엘(길르앗). 

바로 그 다음에 큰 용사 입다가 등장한다. 

말하자면, 입다는 근심하는 여호와께서 내리신 선택이었다.

이것이 입다의 출신 성분이나 성장 과정, 그리고 성취 따위가 하등 중요치 않은 이유다. 

여호와께서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이미 큰 용사, 마이티 워리어였다.


암몬과의 결전을 앞 둔 길르앗 장로들은 군대 선봉장을 찾지 못해 애를 먹는다. 

그래서 오래 전에 쫓아냈던 입다를 찾아가기에 이른다. 

그들은 길르앗의 우두머리 자리를 내놓으면서 

입다에게 선봉장이 되어 달라고 간청한다. 

꼴찌에도 미치지 못해 퇴학당하듯 쫓겨났던 입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입다는 보증인으로 여호와를 지목했고, 여호와 앞(미스바)에서 계약서에 서명한다.

 

 

#2.


어쨌든 우리는 큰 용사다. 

종교적으로 서자와 다름없는 출신 성분과 홀대 받는 성장 과정, 

그리고 돕 땅에서 잡류들과 함께 지냈다고 해도 말이다. 

그 누구도 아닌 전능하신(Almighty)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까닭에 

우리는 큰 용사(Mighty Warrior)다.


믿음의 가정에서 태어나지 못한 자들을 가리켜 ‘믿음의 1세대’라 한다. 

부모로부터 믿음으로 양육과 보호를 받지 못하는 까닭에 

믿음의 1세대들의 영적인 삶은 실로 위험하다. 

각양각색의 영적 괄시와 홀대와 무시를 견디면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그들의 터전은 언제나 변방이다. 

돕 땅, 곧 믿음 없는 불한당들의 거류지다. 

잡류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영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경건해야 한다. 

간절히 기도하고, 철저히 말씀을 익히면서 하나님과 함께 동행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용사로 키워진 자들이 믿음의 1세대다.


길르앗 적자(嫡子)들의 태도는 언제 어디서나 일관적이다. 


“가진 돈이 없으니 유학 갈 자격이 너에게는 없다, 

명문대 출신이 아니니 박사 과정을 어찌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겠는가? 

차라리 지금이라도 빨리 포기하고 분수에 맞게 살아라. 

믿음 없는 불한당들의 땅인 선교지에서 사역하는 것보다 

적자들이 살고 있는 본토에서 사역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느냐?”


길르앗 적자들이 섬기는 것은 수입산 우상(돈, 명예, 권력)이었다. 

그러나 믿음의 1세대인 입다는 여호와를 섬겼다. 

그런 입다에게 길르앗 적자들은 무시와 괄시와 홀대를 장맛비처럼 퍼부었다. 

놀라운 사실은 믿음의 1세대인 우리는 매서운 장맛비를 별로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살짝 젖어 기분이 찝찝했을지언정, 흠뻑 젖어 앓아 누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보란 듯이 가진 돈 없이 유학길에 올랐고, 

성공적으로 박사 학위를 거머쥐었고, 

불한당의 땅으로 날아가서 꾸역꾸역 선교사로 살았다.


길르앗 적자들의 오만한 말과 행동은 우상으로부터 나왔다. 

그러므로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는 우리에게 그들의 말과 행동은 전혀 역사할 수 없었다. 

오히려 믿음의 1세대인 우리를 큰 용사로 선택하신 여호와로 인하여

우리는 그들의 우두머리가 될 뿐이다. 

그들의 우상들은 틀렸다. 

여호와가 옳다.

 

 

#3.

 

큰 용사 입다의 말로는 비극이다. 

돼먹지 못한 인신제사를 함부로 서원한 까닭에 

암몬과의 전투에서 크게 승리하고도 무남독녀 외딸을 제물로 바치는 끔찍한 형벌을 받았던 것이다. 

이스라엘의 역사 신학에 대해서는 유식했으나, 

하나님에 대한 지식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자가 입다였다. 

같은 믿음의 1세대인 그의 참담함이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면치 않기로 한다. 

오히려 눈을 똑바로 뜨고 보고 또 보기로 한다. 

키리에 엘레이손!

 

 

그들에게 일어난 이런 일은 본보기가 되고 

또한 말세를 만난 우리를 깨우치기 위하여 기록되었느니라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

(고린도전서 10:11-12)

 

 

 

#Sep. 17. 2021.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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