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일의 수치
이집트를 잉태하여 낳고,
그것을 품에 안아 애지중지 키워냈던 나일.
그녀의 젖을 먹고
무럭무럭 자란 이집트는
그 누구도 감히 얕볼 수 없는
막강한 문명의 제국이 되었다.
이집트의 왕 바로는
어머니 나일(물 있는 곳)을
정기적으로 찾아가(출7:15; 8:20)
문안을 드리는 효자였다.
그에게 나일은
한없이 은혜로운 어머니였다.
그러나 히브리인들에게는 달랐다.
히브리인들에게 나일은 아들 이집트에게
기름진 고기를 먹이기 위해서
그들의 목숨 줄을 노리는
푸줏간 집 안방마님이었다.
그렇게 히브리인들은
잔인한 나일의 손에 의해서
도륙을 당하고 있었다.
그런 나일이 하나님의 눈에
좋아 보였을 리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누구보다 먼저
이집트의 어머니 나일을 쳐서
그녀를 수치스럽게 하셨던 것 같다.
“모세와 아론이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대로 행하여
바로와 그의 신하의 목전에서 지팡이를 들어
나일 강을 치니 그 물이 다 피로 변하고
나일 강의 고기가 죽고 그 물에서는 악취가 나니
애굽 사람들이 나일 강 물을 마시지 못하며
애굽 온 땅에는 피가 있으나”
(출애굽기 7:20-21)
영원할 것만 같았던
나일의 신선한 젖이 상해버렸다.
투명했던 빛깔은 붉은 색으로 변했고,
고소했던 향기는 피 비린내로 변질 되었다.
그렇게 나일은 생명의 강이 아니라
죽음의 강이 되었고,
그 와중에 나일에서 나고 자란 물고기들은
주검이 되어 물 위로 떠올랐다.
“애굽 사람들은 나일 강 물을 마실 수 없으므로
나일 강 가를 두루 파서 마실 물을 구하였더라.”
(출애굽기 7:24)
게다가 나일의 젖을 빨며 살았던
애굽의 사람들은
더 이상 그것을 마실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궁여지책으로
나일 강 주변을 두루 파서 마실 물을 구해야만 했다.
그렇게 전능하신 하나님은 바로의 코앞에서
나일의 은혜(Grace)를
수치(Disgrace)로 바꾸심으로써
자기 백성들을 향한 구원의 포문을
본격적으로 여셨다.
#2. 나의 수치
비자 문제가 발생하자
한심한 나의 마음은 곧 상해 버렸다.
그러나 그 분은 곧 말씀을 통해서
그것이 모세와 아론의 지팡이임을 깨닫게 해주셨다.
그 일이 터지기 전
AIU(Africa International University)에는
'AIU DAY' 라는 커다란 행사가 있었다.
1년 전, 학교가 정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은 것을
기념하고 자축하기 위한 행사였다.
1년 전, 그러니까 2011년 3월은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을
막 선교사로 부르기 시작하셨을 때였다.
그래서 학교의 자축 기념식에 앉아 있을 때,
1년 전 이 맘 때 이 학교에
정부의 정식 인가를 허락하시고,
또한 그 맘 때 우리를
이 곳으로 부르기 시작하신
그 분의 절묘한 타이밍 때문에
내심 감격스러워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 일이 터져버렸다.
비자 문제라는 지팡이로 뒤통수를 맞고 나자
내 마음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어지러운 질문들과 불순한 감정들로
핏빛으로 변해버렸다.
그 동안 말씀으로
애써 마음을 지켜왔던 모든 수고들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온통 핏빛으로 변질된 마음에서는
극심한 악취가 났다.
그 동안 그 마음 안에서 키워왔던
선한 물고들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렸고,
마음으로부터 길어 내어
목을 축였던 언어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주님, 무엇을 위해서
제 존재의 중심인 마음을 치셨습니까?”
“바로의 영광인 나일의 수치를 드러내기 위해서다.
네 마음 안에 있는 바로의 영광을 수치로 돌리고
그것을 없애기 위해서다.”
“제 마음 안에 바로의 영광이 있다고요?
그것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엘리트이즘이다.”
나는 ‘이의 있습니다!’ 하며
의자를 박차고 대차게 일어나서 항변하고 싶었으나,
입을 꾹 닫고는 오히려 내 자신을 추궁해 보았다.
만일 사역을 제안했던 AIU(NGST)가
중부 아프리카에서 제일 가는 신학교가 아니었다 해도
우리는 과연 이 곳을 선택했을까?
만일 이 곳을 졸업한 여러 나라의 학생들이
자신의 본국으로 돌아가서
기독교 지도자로서 활동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우리는 과연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을까?
만일 이 곳에 들어와서 가르치고 싶어 하는 교수들이
줄을 서 있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해도
우리는 과연 지금처럼 여기에 머물고 있을까?
결국, 나는 내 안에 숨어 든 수치인
엘리트이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엘리트이즘을 체포하고 나자,
나는 녀석과 공범이었던 교만까지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었다.
즉, AIU 주변에 있는 크고 작은 신학교들을
나는 나도 모르게 은근히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말씀을 통해서
내 안의 큰 수치를 깨닫게 되자,
AIU가 조금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NEGST(Nairobi Evangelical Graduate School of Theology)라는
이름을 버리고 AIU라는 이름으로
정부의 공식 인가를 받았다고
자축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자신들이 세운 마스터플랜을 성취하기 위해서
고군분투 하는 모습에서,
누구랄 것도 없는 AIU의 사람들이
자신들을 우월하게 생각하고,
다른 부류의 사람들을 경시하는 모습에서
나는 나와 다르지 않은 그들의 수치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AIU의 물을 마실 수 없으므로
그 주변을 두루 파서 마실 물을 구하는
크고 작은 신학교들의 절박함도 보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하시는 주님!
제 마음 안의 수치를
드러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라옵기는 저의 이 끔찍한
수치를 죽여주시옵소서.
그리고 당신의 은혜를
새롭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당신의 백성들을 향한
당신의 구원의 포문을 열어 주시옵소서.”
머지않아 기도를 들으시는 그 분께서
내 마음에 다시 큰 평강을 창조해 주셨다.
큰 평강 안에서 나는 비자의 전권이
학교나 케냐 정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 분께 있음을 더욱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즐겁게 기다리는 중이다.
남든지 떠나든지
오직 그 분의 뜻이 이루어지기만을
평강과 기쁨으로 갈망하는 중이다.
키리에 엘레이손!
#Mar. 19. 2012.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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