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은 믿음을 낳고
순종은 맹종이 아니다.
스스로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시키는 대로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묻고 따지고 다투면서 계산하고 판단한 뒤
최종적으로 따르기로 하는 적극적인 선택이다.
그런 점에서 순종은 모두의 것일 수 없다.
그것은 자유 의지를 의식적으로 행사하는 자들의 전유물이다.
그러므로 순종하는 자들에게 불평은 없다.
적극적으로 순종을 선택한 자들은
자기 순종에 대해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그들이 또 모세에게 이르되 애굽에 매장지가 없어서
당신이 우리를 이끌어내어 이 광야에서 죽게 하느냐
어찌하여 당신이 우리를 애굽에서 이끌어내어
우리에게 이같이 하느냐
우리가 애굽에서 당신에게 이른 말이 이것이 아니냐
이르기를 우리를 내버려 두라
우리가 애굽 사람을 섬길 것이라 하지 아니하더냐
애굽 사람을 섬기는 것이 광야에서 죽는 것보다 낫겠노라
(출애굽기 14:11-12)
출애굽기 속 이스라엘에게는 순종할 능력이 없었다.
오랜 시간 노예로 살아온 탓에,
그들은 스스로 시시비비를 따지는
사고의 능력을 꾸준히 방치시켰다.
이러한 근면한 게으름이
그들로 강한 힘을 가진 바로에게 맹종하게 했음은 물론이다.
이후 바로를 능가하는
권능의 여호와께서 모세와 함께 등장하자,
그들은 맹종의 대상을 바로에게서 모세로 바꾸고는
그의 뒤를 따라 애굽을 신나게 탈출했다.
그러나 애굽의 군대가 이스라엘을 맹추격하며 뒤쫓자,
그들은 광야에서 죽게 되었다며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에게서 여호와로 갈아타게 만들었던
모세를 향해 분통을 터트렸다.
그들의 불평과 원망은 맹종의 열매였다.
반면, 모세는 순종의 사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호와의 뜻에 순종하기 전,
그는 여호와께 묻고 따지면서 격렬하게 다투었다.
그것은 여호와의 말씀대로 순종하기 위한 각고의 수고였다.
마침내 모세는 이스라엘을 애굽으로부터 탈출시키려는
여호와의 뜻에 순종하기를 적극적으로 선택했다.
그것이 앞에는 홍해가 놓여 있고,
뒤에는 애굽의 군대가 추격하는 상황 속에서도
모세가 불평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던 이유다.
그는 이스라엘과는 달리, 자기 순종에 책임을 졌다.
모세가 백성에게 이르되
너희는 두려워하지 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
너희가 오늘 본 애굽 사람을 영원히 다시 보지 아니하리라
여호와께서 너희를 위하여 싸우시리니
너희는 가만히 있을지니라
(출애굽기 14:13-14)
매우 급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모세는
“여호와께서 너희를 위하여 싸우시리니
가만히 있으라(to be still)”고 말했다.
이것은 위대한 믿음의 선포다.
똑같은 위기를 앞에 두고
맹종했던 이스라엘은 불평을 했던 반면,
순종했던 모세는 위대한 믿음의 고백을 했다.
자기 순종에 대해 책임지려는 모세의 태도가
더 큰 믿음을 불러왔던 것이다.
하진군이 집에서 온라인 스쿨링을 한지도 벌써 꽤 되었다.
홀로 10학년 전 과정을 고군분투 하면서 밟아나가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한국행을 결정하기 전, 우리는 그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었다.
우크라이나에서 학업을 계속할지,
아니면 한국에서 온라인 스쿨링을 할지.
그는 오랜 시간을 걸쳐 묻고 따지고 다투길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결정했어?”
“아니, 아직 50%야! 기다려줘.”
(몇 주 후)
“아직도 50%이야?”
“아니, 지금은 70% 쯤 돼. 좀 더 기다려줘.”
(다시 몇 주 후)
“결정했어. 나도 한국에 갈래!”
한국에 온지 8개월이다.
여전히 그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자신의 학업에 매진하는 중이다.
매일 반복되는 지루하고도 지난한 과정이기는 하지만,
그의 일상에는 그 어떤 불평이나 원망이 없다.
자기 선택에 묵묵히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우직한 자의 뒷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은
여간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다.
물리적, 정서적, 감정적 친구이자 선배이자
멘토로서의 역할을 하느라 오히려 내가 지칠 때가 더러 있다.
그러나 나 역시 불평하지 않는다.
아들을 한국에 데리고 오기로 선택한 자가 나이기 때문이다.
선택을 한 이상 이를 악물고 책임을 져야한다.
자기 순종에 대한 책임은 믿음을 더하고 곱한다.
그렇게 아들의 인생이 순종의 여정이 되기를 기도해본다.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키리에 엘레이손!
#May. 11. 2021.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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