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tory

레위기 고백

창고지기들 2019. 8. 22. 15:58







레위기 고백



만왕의 왕 여호와의 눈이 멀고 말았다. 

사랑 때문이었다. 

이스라엘의 어디가 그토록 사랑스러웠던 것일까? 


사랑에 눈 먼 왕은 체면도 뭣도 다 버리고 

홍해를 갈라버리는 일까지 불사 하면서 

그녀와 함께 야반도주했다. 

그러고서도 마냥 자신이 없는 여호와였다. 

이집트의 파라오처럼 너는 내 것이라고 

집착하고 강제할 능력이 그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전능자를 무력하게 만드는 막강한 힘, 

그런 힘이 사랑에 도사리고 있었다.


한낱 노예였던 이스라엘과 

사랑이 빠진 왕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였다. 

마왕 이집트의 손아귀에서 구해낸 이스라엘에게 

중매쟁이 모세를 보내 넌지시 구애를 하는 것. 

그래서 그분은 모세를 불러 말씀하셨다.



여호와께서 회막에서 모세를 부르시고 

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라 

너희 중에 누구든지 여호와께 예물을 드리려거든 

가축 중에서 소나 양으로 예물을 드릴지니라

(레1:1-2)



사랑의 왕 여호와가 원하는 단 한 가지는 

이스라엘이 강압이 아닌 자율적 선택으로 

다른 누구도 아닌 여호와를 사랑하기로 마음먹는 것이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여자든 남자든,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의인이든 죄인이든, 

가난하든 부자든, 배웠든 못 배웠든 상관없이 

너희 중에 누구든지 여호와를 사랑하기로 

선택(예물드림)한다면, 

내 그 사랑을 모조리 받아들이겠다!”



사랑하는 일은 예물을 드리는 일, 

곧 제사를 지내는 일과 같다. 

시간과 열정과 물질과 함께 

올바른 방법과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사랑하는 일은 마치 제물을 태울 때 생기는 

향기와 같아서 눈에 보이지 않을뿐더러 

잡히는 것 없이 순식간에 모조리 사라지지만, 

향기로운 추억은 분명히 존재한다. 


어제의 제사가 오늘의 제사를 대체할 수 없듯이 

오늘의 사랑은 내일의 사랑을 보증할 수 없다. 

사랑하는 일에는 매일 새롭게 마음으로 

시간과 물질을 쏟아붓는 열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도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기에 

스스로 자기 분수껏(소, 양, 염소, 비둘기) 

자기 예물을 자기 손으로 직접 드려야 하는 것이다.



이 위대한 여호와의 사랑 고백 앞에서, 

조약한 상상력을 가진 나는 

그 옛날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한번만, 딱 한번만 말할 거니까 잘 들어. 

너 좋아해, 

니가 남자건 외계인이건 이제 상관 안 해. 

정리하는 거 힘들어서 못해먹겠으니까, 

가보자 갈 때까지… 한번 가보자!” 

-<커피 프린스 1호점> 대사 중에서



‘너희 중에 누구든지’가 

‘니가 남자건 외계인이건 이제 상관 안 해’와 엮이면서

그분의 절박한 사랑이 마음에 더욱 공명된다. 


레위기에 귀를 바짝 대어본다. 

그분의 심장에 머리를 살며시 기대어 본다. 

수줍고도 간절한 사랑 고백이 

두근두근 들려오는 것만 같다.




#Au. 21. 2019.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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