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

신고식

창고지기들 2012. 2. 7. 18:16

 

 

 

 

지난 금요일, 아침 6시 40분.

 

졸린 눈을 비비며

된장국에 밥을 말아 먹고 있는 하진군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하진군이 뭔가 달라보였다.

 

 

‘하진군 귀가 원래 짝짝이였나?

왜 왼쪽 귀가 훨씬 더 크지?’

 

 

나는 의아한 마음으로

아침을 먹고 있는 하진군에게로 다가갔다.

 

 

“아악~ 얘, 왜 이래?”

 

 

순간,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진군의 귀는 진물을 흘리면서

마치 프아그라처럼 엄청나게 부어있었다.

 

간밤에 독충이 하진군의 귀를 물었고,

하진군은 독충이 살포한 독 때문에

가려워서 밤새 긁은 것이 분명했다.

나는 너무나 가엽고 안쓰러운 마음으로

일전에 구입했던 약을 발라주면서 물었다.

(터무니없이 비쌌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구입했던!)

 

 

“우리 아들, 많이 아프지?”

 

 

“아니, 괜찮아!”

 

 

상한 마음으로 물어보는 내게

뜻밖에도 하진군은 너무나 쿨~하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하진군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게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주책도 없이 나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네 귀가 어떤 상탠지 몰라서

그러는 것 같은데, 거울 좀 봐봐!”

 

 

거울을 본 후에도

하진군의 반응은 변함이 없었다.

 

 

“괜찮아!”

 

 

“헐~^^;"

 

 

그렇게 쿨~한 하진군을

스쿨버스에 태워 보낸 후,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전의를 불태웠다.

 

 

‘하진군의 귀를 프아그라로 만든 놈,

이제 다 죽었으~~~!’

 

 


 

 

 

 

 

 

집으로 돌아 온 후,

남편이님과 나는 아이들 방을 뒤집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하진군 침대 밑에서

어느 틈엔가 무단 침입한 거미 몇 마리를 발견했다.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없이

녀석들을 모조리 해치운 후 바닥을 깨끗이 닦았다.

 

그 후, 하진군과 하영양의 침대를

이리저리 다시 재배치하고 있던 순간,

뭔가 범상치 않아 보이는 벌레 한 마리가

벽을 기어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여보, 저기 벌레!”

 

 

두리번두리번 “DOOM”을

 찾고 있던 남편이님에게

나는 신고 있던

슬리퍼를 벗어서 건네주었다.

그것으로 때려죽이라는 뜻이었다.^^;

 

 

“딱!”

 


남편이님의 말로는

녀석은 ‘나이로비 플라이’ 같다고 했다.

나이로비 플라이는

건들면 일종의 염산을 뿌리는

작지만 너무나 센 녀석이다.

 

처음 케냐의 마구간에 이사 왔을 때,

녀석을 마구간에서 발견했었는데,

(물론 보자마자 신발로 때려서 처단했었다.)

녀석이 또다시 침범을 하다니...ㅠㅠ

아마도 하진군의 귀를

프아그라로 만들었던 독충이

바로 고 녀석이었던 것 같다.

 


어느덧 부풀어 올랐던 하진군의 귀는

점점 진정이 되고 있다.

그렇게 일종의 하진군의 케냐 신고식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가는 듯하다.

 

이 번 일은 이곳에서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겪어야 할 일들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도 신고식을 치러냈으니

다음번엔 좀 더 의연하게 반응할 수 있을 듯싶다.

 

그러니 감사하고,

즐거워할 이유는 충분하다!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로마서 5:3-4)

 


키리에 엘레이손!

 

 

 

#Feb. 6. 2012. 사진 & 글 by 이.상.예.

 

 


 

 

'그 여자의 보물창고 > HIS' 카테고리의 다른 글

All of My Journey  (0) 2012.02.25
그와 차를 마시다  (0) 2012.02.15
선교사 김치  (0) 2012.01.27
Run to the Victory!  (0) 2012.01.26
DOOM을 붙들고 사는 생활  (0) 2012.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