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한(Godly) 돼지
“먹지도 못할 진주, 개나 줘버려!”
오늘도 나는 진화(進化) 중이다.
나의 진화는 우연의 산물로써의 과학적 진화가 아니다.
각고의 훈련을 통한 성숙의 산물로써의 영적 진화다.
진화의 계단 위에 우뚝 서있는 것은 참 인간!
그 곳에 이를 때까지 나는 아직 사람이 아니다.
한창 돼지이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도 가끔 돼지이곤 하지만;;)
그 시절의 나는 진주를 함부로 폄하하며
용감하게 홀대했었다.
무식한 처사에도 합리적인 이유는 있었다.
그것이 고작 먹을 수 없다는 것이긴 했지만.
한 번은 남편이 볼펜 하나를 선물로 받아왔다.
그것은 지금까지 써본 것과는 사뭇 달랐다.
시커먼 컬러, 만만찮은 무게감,
그리고 어색한 그립감과 필기감 까지.
돼지가 경험했던 실용적이고도 저렴한 보급용 볼펜과
달랐던 까닭에 마음에 들 수 없었다.
그렇다고 선물로 받은 것을 버릴 수는 없어서
그것을 서랍 깊숙이 방치하는 편을 택했다.
그 후로 펜은 마냥 굴러다니면서
여기저기 부딪히고 긁혀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억울하게 당하고만 있을 펜이 아니었다.
비록 돼지로부터 갖은 홀대를 당하긴 했어도,
그것은 엄연한 명품이었던 것이다.
몇 년 뒤, 돼지는 펜의 정체,
곧 이름이 ‘몽블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후회하면서 부랴부랴 다시 찾은 펜은
이미 못 쓰게 되어있었다.;;
음행하는 자와
혹 한 그릇 음식을 위하여 장자의 명분을 판 에서와 같이
망령된 자가 없도록 살피라 너희가 아는 바와 같이
그가 그 후에 축복을 이어받으려고 눈물을 흘리며 구하되
버린 바가 되어 회개할 기회를 얻지 못하였느니라
(히 12:16-17)
히브리서 저자는 음행하는 자와
한 그릇 음식을 위해 장자의 명분을 판 에서를
한데 묶어놓고 있다.
양쪽 모두 육체적 필요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까닭일 테다.
음행하는 자는 당장의 육체적 쾌락을 위해
사람이라면 응당 지켜야 하는 도덕을 유린한다.
에서는 당장의 육체적 허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장자의 권한을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야곱에게 팔아버렸다.
이렇듯 육체적 쾌락과 필요를 위해
고상한 가치를 함부로 짓밟는 이유는 하나다.
그것은 Godless!
하나님이 아니라 육체의 즐거움과 소원을
맹렬하게 추구하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선교사로 헌신하고,
자라면서 선교사가 되기 위해 꾸준히 준비하고,
훈련 받아온 이에게 선교사라는 호칭은 그야말로 진주다.
그러나 느닷없이 선교지로 파송된 이에게
선교사라는 이름은 어쩌면 돼지 밥그릇 안의 진주일 수 있다.
이를 나에게 대입한다면, 안타깝게도 후자 쪽이다.
나는 아직 사람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다정한 주인은
돼지에게서 진주를 빼앗지 아니하시고,
대신에 진주의 가치를 차근차근 가르쳐 주신다.
매일 말씀으로 마음에 Godly를 창조하시어,
먹지도 못할 진주의 아름다움을
야금야금 깨달아가게 하시는 것이다!
내 앞의 길은 결국 두 갈래다.
하나는 참 인간으로 힘겹게 오르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 이하,
곧 금수만도 못한 종류로 추락하는 길이다.
하나를 구원의 길이라고 한다면,
다른 하나는 멸망의 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 편에서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은 마음의 방향이다.
비록 시작점은 같았다 할지라도
Godly냐, Godless냐에 따라서
결과는 천리 길로 갈라서고 마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진주의 가치를 잘 모르는 돼지다.
그러나 주의 은혜로
특별한 형용사를 하사받은 돼지다.
<경건한 돼지>
그렇게 나는 진주의 가치를 알아 가는 경건한 돼지다.
무려 <경건한 돼지>인 탓에 갖게 되는 두려움이 있다.
진주로 남은 구원받게 했으나
정작 자신은 멸망을 당하는
참담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마음의 방향은 언제든지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오늘의 Godly는 내일의 Godly를 보증할 수 없고,
얼마든지 Godless로 변질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말씀에 마음을 비추어보는 일을
게을리 할 수 없는 것이고,
불경건한 사람이 되느니
차라리 경건한 돼지가 되길
간절히 기도하는 것이다.
키리에 엘레이손!
#Apr. 5. 2019.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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