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tory

시간 약손

창고지기들 2018. 10. 25. 17:55








시간 약손



#1. 발진의 하진군



팔 전체에 붉은색 발진이 어지럽게 돋아나 있었다. 


-어제 오징어를 먹어서 그런가?


말 하지 않았는데, 일전에도 그것을 먹었다가 

살짝 가려운 적이 있었다고 하진군이 말했다. 

곧장 알레르기 약과 연고를 구입하여 

며칠 먹고 발랐다. 

그러나 기대했던 차도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약이라도 올리려는 듯 

만발해 가는 발진이었다. 

배와 등에서 팔, 다리사이를 지나 종아리까지 

장미색 발진이 마구잡이로 피어났다. 

결국 하진군의 목 아래쪽은 붉은 장미물이 

옴팡 들어버렸다.


자고 일어나면 아이의 발진부터 들여다보았다. 

징그럽기 짝이 없었으나 

손을 뻗어 어루만지지 않고는 못 배겼다. 

안타까움과 무능함 사이에 낀 어미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였다. 

아들의 상처를 쓰다듬으면서 

치료의 주께 낫게 해주시기를 

간절히 부탁하고 또 구걸하는 것.




#2. 상처를 꺾으시는 하나님



네 상처는 고칠 수 없고, 네 부상은 중하도다. 

네 송사는 처리할 재판관이 없고, 

네 상처에는 약도 없고 처방도 없도다

(렘 30:12)


온 몸이 상처투성이인 유다. 

하나님께서는 유다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계신다.


-여기도, 저기도, 또 거기도! 이를 어쩌누? 

  상처가 너무 심해서 이 세상엔 치료해줄 약이 없구나.


유다의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하나님의 탄식은 깊어만 간다.


-그러게 작작 좀 할 것이지. 

  네가 저지른 악행으로 이렇게 심한 상처를 

  입은 것이 아니냐? 

  네 악행이 많고, 네 죄가 허다하니

  네가 이렇게 고통을 당하는 것이 아니냐?

  (렘30:15)


유다는 어리석다. 

제 몸에 상처를 내는 줄도 모른 채 

악행에 서슴없었던 것이다. 

죄의 독소가 몸속에 조금씩 더 퍼질 때마다 

유다는 장미빛 하진군처럼 

가려워서 긁기 바빴을 터이다.


실컷 긁히고 난 발진은 

더욱 격렬하게 피부를 붉게 물을 들인다. 

거듭되는 악행으로 상처를 하나 둘 더하던 유다는 

마침내 상처로 충만해진다. 

유다의 피부에 붉은 꽃이 셋 넷 더해질 때마다 

하나님의 탄식도 깊어만 가신다. 

그러나 하나님이 누구신가? 

유다를 낳으신 분이 아니신가?


자식의 상처를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능력이 

어미에게는 없다. 

결국, 하나님은 유다의 상처를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낫게 하기로 마음먹으신다.



내가 너의 상처로부터 

새 살이 돋아나게 하여 너를 고쳐 주리라

(렘 30:17b)


돌이켜 보면, 나의 숱한 상처들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내 자신의 죄악이 피운 꽃이었다. 

개중에는 억울하게 생긴 것들도 있기는 하나, 

그것조차 악의 연대로 인하여 발생한 일이니 

누구를 비난할 입장 같은 것이 내게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꺾이지 않은 꽃은 없었다. 

어미이자 치료자이신 하나님께서 

깊은 탄식으로 하나, 둘

시간을 발라 어루만지심으로 셋, 넷 상처를 

기어이 낫게 해주셨던 것이다!




#3. 하나님의 약손, 시간



인터넷을 뒤져보니, 

하진군의 증상은 <장미색 비강증>과 가장 흡사했다. 

그것은 특별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진으로 

일종의 피부 감기 같은 것이다. 

주로 봄, 가을 환절기에 많이 발생하며, 

면역력과 연관 되어있으며, 

시간(한 달에서 세 달)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치유가 된다고 했다. 


훌쩍거리며 열흘이 지나갔다. 

과연 장미들은 결국 시들어 버렸고, 

가뭇해진 하진군의 피부는 늦가을 들판처럼 

하얀 눈이 내리길 고대하고 있다. 

상처를 딛고 돋아날 새 살을 고대하고 있다. 

그를 낫게 한 것은 

알레르기 알약과 연고는 아니었다. 

하나님의 약손, 곧 시간의 어루만짐으로 

아들은 회복되는 중이다. 


그렇게 우리는 

하나님의 약손을 목격하는 중이다. 

소망 중의 견딤으로.





#Oct. 22. 2018.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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