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乾期) 지나기
마른 바람이
가물은 잎들을 칠 때마다
건조한 애가(哀歌)가 흘러나온다.
아프게 뭉친 화성(和聲)이
스타카토로 끊어질 듯하면
가락을 풀어내느라 레가토만 고달프다.
되돌이표 앞에서 가난한 초목들은
흔들리면서 저마다 견디고
같이 노래하며 하루를 버틴다.
날선 햇살 아래
여윈 잎들이 열렬히 낙하한다.
제 차례를 앞에 두고도
남겨진 잎들은
소망을 버릴 줄 모른다.
추락하는 것들이
믿음을 전수(傳授)한 탓이다.
떨어지는 마른 잎사귀마다
진실이 옥새처럼 찍힌다.
기어이 비는 오실 것이다.
Jun. 30. 2015. 사진 & 시 by 이.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