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poeM

라멘트(lament)

창고지기들 2014. 5. 8. 17:00

 

 

 

 

 

 

라멘트(lament)

 

 

 

 

 

모처럼 모래알처럼

영정 사진 아래 모여

아비의 부재를 덮고 잔 우리는

아침이면 자리를 털며 일어났어도,

다섯 살 아이의 이빨처럼

우리에게서 훌쩍 빠진 그는

일어날 줄을 몰랐다.

 

 

 

 

“이스라엘의 딸아

아비를 슬퍼하여 울지어다.

그가 스칼렛 부츠로

너에게 화려하게 신겼고,

금반지를 너의 손가락에 채웠도다.

오호라 그가 병중에 엎드러졌도다.

그가 병상에서 죽음을 당하였도다.

 

 

아비여

내가 그대를 애통함은

그대는 내게 심히 고마움이라.

그대가 나를 사랑함이

그대에게는 최선이었기 때문이라.

 

오호라 화염이 그를

하얀 가루로 부수는 구나.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그의 그림자에

눈물이 젖어드는 것을

막아낼 장사가 없구나.”

 

 

 

 

허나, 불 속에서도

그는 영원히 죽지 않았다.

그 옛날 풀무불 속에서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와

함께 계셨던 분이

그를 업은 까닭에

한 줌 재가 되었어도

그의 영혼은

일점도 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토기장이는 다시 오시려는가!

그 날이 오면

재는 그의 손 안에서

전혀 새롭게 빚어질 것이고,

아비는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

새아침을 맞이하겠지!

 

 

그러니 이스라엘의 딸아

오늘까지만 애곡할 지어다.

이후로 아비를

고이 보내드릴 지어다.”

 

 

 

 

 

 

 

#May. 7. 2014. 사진 & 시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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