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히브리서 기자는
4장 후반부터 10장까지
적잖이 긴 호흡으로
레시타티브를 들려준다.
하나님의 아들과 멜기세덱이라는
중심 코드에 맞추어 연주되는
레시타티브의 테마는
‘큰 대제사장이신 예수’다.
그런데 대제사장이라고 하기에는
예수님의 출신 성분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
그 분은 육신적으로
유다지파 출신이었던 것이다.
이는 모세의 법에 위반되는 것이다.
모세의 법에 의하면
제사장은 레위지파 출신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히브리서 기자는 예수님을
모세의 법, 아론의 반차를 따른
별다르지 않은 한 제사장이 아니라,
하나님의 법, 멜기세덱의 반차를 따르는
별다른 한 제사장이라고 말한다.
‘우리 주께서는
유다로부터 나신 것이 분명하도다
이 지파에는 모세가
제사장들에 관하여 말한 것이
하나도 없고,
멜기세덱과 같은 별다른 한 제사장이
일어난 것을 보니 더욱 분명하도다’
(히브리서 7:14-15)
아론의 반차를 따라
제사장이 된 이들은
그 수효가 많을 뿐만 아니라
제사를 반복적으로 드려야만 하는
한계를 갖는다.
그에 비해 멜기세덱의 반차를 따라
제사장이 되신 예수님은
홀로 단 번의 제사를 드림으로써
온전한 구원을 이루어내셨다.
그렇게 별다른 한 제사장이신
예수님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구원을
오롯하게 이루어내셨고,
또 이루어가고 계시는 중이다.
#2.
새벽 묵상이 끝나면
단잠을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운다.
눈을 비비며 강아지들처럼
부스스 일어나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밤새 창문 곁을 지키던 커튼을 열어
아침을 집으로 맞아들인다.
도시락 준비와
아침 준비로 알레그로였던 아침은
가족들 모두가 학교로 떠나고 나면
안단테로 주춤했다가
곧 아다지오로 변화된다.
고요한 아다지오 속에서
빨래가 햇살과 바람과 함께
소꿉놀이를 시작하면
건기로 바짝 약이 오른 먼지를
살살 닦아낸다.
꾸역꾸역 몰려오는 일상의 일들이
지겹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일들이 거룩한 일이 되길 소망하면서
나는 그 분의 임재를 꼼꼼히 초청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 분의 음성을 듣기 위해
귀를 활짝 열고,
맡겨진 어린이 큐티 원고를 쓰면서
그 분의 도우심을 간절히 구하며,
사진을 찍으면서
숨어계신 그 분을 찾으려
눈을 크게 뜨고,
이러저러한 글들을 쓰면서
내 안을 감찰하시도록
그 분께 나를 내어드리고,
말씀 나눔을 통해
그 분의 능력을 경험하기 위해서
모든 감각과 이성을 바짝 긴장하며,
기도 모임에 참여하면서
그 분의 뜻을 분별하려고
애써 예민해지고,
가끔씩 만나는 사람들과
들려오는 소식들 안에 있는
그 분의 섭리를 가늠하면서
기도를 보태는 생활.
이러한 나의 삶은
여느 성도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별다른 게 있다면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그 분이 원해서 이 곳 케냐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도
나를 선교사라 부르며
존중해주는 사람들,
나의 건강을 염려하며
기도하는 사람들,
가끔씩 위문품을 보내주며
위로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때면
송구한 마음이 들곤 한다.
단 한 번도
선교사를 꿈꿔본 적 없는 내가,
그래서 선교사가 되기 위해서
각고의 준비를 해 본적도 없는 내가,
이런 별다른 것이 없는 내가
(레위 지파가 아닌!)
선교사로 불리며 살아가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 때면
내 볼을 살짝 꼬집는
그 분의 따뜻한 손이 느껴진다.
“너는 별다른 사람이란다.
별다른 한 제사장인 내가
별다른 곳에서 살라고
너를 불렀으니 말이다.
그러니 너는 누가 뭐라고 해도
별다른 한 선교사란다.”
#3.
동물보다 식물을 좋아하는 나는
움직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내가 아시아와 아메리카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생각할수록 놀랍기만 하다.
별다른 게 없던 내가
별다른 한 제사장이신 그 분을 통해
별다른 한 선교사로서 살아가고 있다.
게다가 이런 별다른 한 삶을 통해
그 분은 당신의 구원을 이루어 가시는 중이다.
하!
나는 별다른 기적을
오늘도 살고 있는 것이다!!
#Jan. 20. 2014.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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